코로나 여파 낡은 골목길이 핫 플레이스로 [그린RE: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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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여파 낡은 골목길이 핫 플레이스로 [그린RE:포트]

  • 조신주 slide7@hanmail.net
  • 등록 2022.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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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데일리] 코로나19 사태로 중국당국이 자국민의 입출국을 엄격히 통제하고 도시봉쇄와 재택근무를 수시로 시행하면서, 시민들이 특색 있는 주변 골목길에 눈을 돌리고 있다. 

 

이 가운데 룽타거리의 쯔웨이길은 주민위원회가 낙후된 골목길을 재생하는 사업과 맞물려, 서구적이고 트렌디한 분위기의 점포가 줄지어 영업하면서 2030 세대가 즐겨 찾는 핫 플레이스로 발돋움해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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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나 외국어로 표기된 쯔웨이길 점포 외벽과 간판의 상호 ⓒ충칭요핀

 

서울연구원 세계도시동향에 따르면 2020년부터 충칭(重慶)시에서 낡고 오래된 골목길이 새롭게 탈바꿈하여 찾는 시민들이 늘어나는 현상이 나타났다. 그 배경 중 하나는 출・입국이 엄격히 통제되고 도시봉쇄와 재택근무가 일상화된 코로나19 사태다.


현재 중국은 전 세계 경제력 상위 10위권 국가 중 유일하게 강력한 제로 코로나 정책을 시행하면서, 자국민과 외국인의 입출국을 엄격히 통제했다.


방역당국은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의 대유행 이후 자국민과 외국인, 백신의 접종 여부 등을 가리지 않고, 중국 입국 시 2주 지정시설 격리+7일 자가 격리 조치를 시행해왔다.


지난 5월 7일부터는 10일 지정시설 격리+7일 자가 격리로 약간 완화됐다. 공안당국은 5월 12일 자국민의 불필요한 출국을 엄격히 제한하겠다고 밝히면서 출・입국 관련 증서의 발급도 엄격히 제한할 것이라고 공표했다.


오미크론이 중국에서도 확산되면서 2021년 12월 기준 인구 1316만 명의 시안(西安)시, 2022년 1월 기준 인구 1,386만 명의 톈진(天津)시, 3월 기준 인구 2489만 명의 상하이(上海)시 등 인구 1000만 명이 넘는 거대 도시가 잇달아 한 달여에서 두 달 넘게 전면 혹은 부분 봉쇄에 들어갔다.


코로나19 확진자가 1명이라도 나오는 다른 도시의 구(區)에서는 재택근무 실시했다. 대부분 성(省)의 지방정부는 주민이 다른 성(省)으로 출장이나 여행을 가기 48시간 혹은 24시간 전에 자비로 PCR 검사를 받아 음성 판정이 나와야만 교통편과 숙박 예약이 가능하도록 했기에, 이동을 포기하는 사례가 속출했다.


룽타거리(龍塔街道)의 쯔웨이길(紫薇路)은 2019년까지 주변 주민들이 이용했던 식당, 가게, 자동차수리점 등이 있었던 300m 길이의 평범한 골목길이었다.


2020년 6월부터 서구식 레스토랑 Glass﹠Plate, 유럽식 커피전문점 Truman, 서구 복고풍 술집 Other River 등이 식당과 점포를 리모델링하여 잇달아 문을 열면서 2030 세대 젊은이들이 즐겨 찾는 핫 플레이스로 떠올랐다.


지난해에는 태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각국의 요리를 전문으로 하는 식당이 들어서면서 ‘충칭의 작은 방콕’이라는 명성을 얻게 됨. 여기에 한국요리 및 일본요리 식당도 문을 열어 인기를 끌고 있다.


현재 쯔웨이길에는 각기 다른 인테리어와 영업 테마를 갖춘 20여 개의 식당, 커피전문점, 패션숍, 술집 등이 운영되면서, 충칭市에서 가장 서구적이고 트렌디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젊은이들의 거리로 발돋움했다.


월평균 약 6만 명의 외지 관광객이 쯔웨이길을 찾을 정도로 충칭市의 새로운 명소로 부상했다. 찾았던 이들이 각종 SNS로 “쯔웨이길에서 서구의 소비문화와 분위기를 체험할 수 있다”며 사진과 동영상을 퍼뜨렸기 때문이다.


평소 쯔웨이길을 찾는 충칭 시민들이 훨씬 많아, 주요 식당은 평일에도 예약을 하지 않으면 식사를 하기 위해 1~2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쯔웨이길이 핫하게 된 또 다른 배경에는 룽타거리주민위원회가 골목길 정비와 재생을 위해 가화(佳華)부동산관리유한회사와 ‘쯔웨이길상업프로젝트(紫薇路商業項目)’를 진행했기 때문이다.


본래 쯔웨이길에서 가장 많은 점포는 자동차수리점이었는데, 무질서한 주차와 수리하는 과정에서 나는 소음으로 주변 주민들의 원성이 컸다.


대부분의 쯔웨이길 점포가 2019년 말부터 2021년까지 룽타거리주민위원회와 임대 계약이 끝나는 점에 착안하여, 2019년 초 룽타거리주민위원회는 가화부동산관리유한회사와 손잡고 골목길 정비와 재생 사업에 나섰다.


룽타거리주민위원회는 보행로와 가로수를 깨끗이 정비했고, 넓은 주차장을 새로 마련했으며, 임대료를 저렴하게 책정해 젊은 세대의 창업과 입주를 유인했다.


쯔웨이길에 새로 문을 연 점포의 주인은 20대 후반부터 40대 초반으로, 외국에서 살았거나 해외여행 경험이 풍부하여 서구 문화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


점포 외벽과 간판에 반드시 중국어 상호를 표기해야 하는 행정규제도 없애, 쯔웨이길의 점포는 외벽과 간판의 상호를 영어나 외국어로만 표기했다.


룽타거리 쯔웨이길의 성공 사례에 자극받아 충칭시 내 여러 구(區)정부와 거리주민위원회가 제2, 제3의 쯔웨이길을 만들기 위해서 나서고 있다.


올해 들어 떠오르는 다이자샹(戴家巷)은 절벽 아래 조성된 골목길로, 쯔웨이길과 차별화해서 중국의 전통을 강조하는 식당, 찻집, 카페, 패션숍 등이 문을 열고 있다.


이는 중국에서 해외나 다른 지방으로 여행을 가지 못하면서 도심 속의 골목길에서 외국 분위기를 느끼며 소비하려는 젊은 세대의 욕구와 더불어 숨겨졌던 골목길의 개성과 문화를 새롭게 발견하는 사회적 조류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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