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하는 책] 현대미술, 오해를 풀면 이해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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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하는 책] 현대미술, 오해를 풀면 이해가 보인다

사이먼 몰리 '세븐키'(안그라픽스)

[지데일리] 현대 미술은 미술의 ‘상식’을 거스르기 때문에 어렵다. 세계의 모습을 아름답게 보여주기는커녕 도통 알아볼 수 없는 이미지를 만들거나, 뭔가를 보여주더라도 형편없게 또는 제멋대로 보여주는 것이다. 이렇게 상식에 반하는 현대 미술을 설명해준다며 나서는 미학적 개념들은 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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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더니즘, 아방가르드, 포스트모더니즘은 현대 미술을 이해하는 데 필수불가결한 개념이지만, 그 각각이 난해할 뿐 아니라 서로의 관계는 더 난해해 안내자가 되기보다 진입 장벽이 되기 십상이다. 현대미술 작가들은 대부분 모호한 주제와 방식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단국대학교 미술대학의 교수이자 <세븐키-일곱 가지 시선으로 바라본 현대미술>의 저자 사이먼 몰리(Simon Morley)는 현대미술이라는 혼돈의 미로 속에 던져진 독자에게 일곱 가지 키워드를 던져준다. 앙리 마티스(Henri Matisse)와 파블로 피카소(Pablo Picasso)부터 바버라 크루거(Barbara Kruger), 이우환(Lee Ufan)처럼 현재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작가들까지. 

 

20명의 현대미술가와 그들의 작품을 하나씩 선택한 사이먼 몰리는 전기적(biographical), 역사적(historical), 미학적(aesthetic), 경험적(experiential), 이론적(theoretical), 회의적(sceptical) 그리고 경제적(market) 관점에서 우리에게 현대미술을 바라보는 법을 설명한다. 

 

’열쇠(key)‘라는 단어로 핵심 관점을 표현한 그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이 미로를 통과하는 길이 현대미술을 어렵게만 생각하던 이들의 눈을 뜨게 해준다.


현대미술을 이해하기 어려운 이유는, 미술이 현대로 발전해올수록 표현 방식과 주제가 점점 복잡해졌기 때문이다. 현대미술을 보는 관람객들은 무엇을 보아야 할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고전미술이나 19세기의 리얼리즘 그리고 인상파 작품을 보면 성경이나 신화 속 이야기 혹은 일상의 풍경이 그림의 주제였다. 

 

표현 방식 또한 회화나 조각 이외의 것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하지만 20세기에 접어들면서 미술가들은 인간의 무의식과 같은 심오한 주제를 표현하고자 했으며, 이러한 욕구와 더불어 기술의 발달과 함께 다양한 매체를 작업에 이용하기 시작했다. 

 

직관적으로 눈에 들어오거나 의미를 바로 알아챌 수 있는 것도 없으니 관람객의 혼란은 어쩌면 당연한 것일 수 있다. 사이먼 몰리는 이처럼 갈 길을 잃은 이들의 가이드를 자처한다. 내셔널갤러리(National Gallery)와 테이트(Tate), 화이트채플갤러리(Whitechapel Gallery) 등 영국의 유명 박물관과 갤러리에서 강연자 혹은 가이드로서 관람객을 만나온 그는 이 책을 통해 한국 독자들에게 처음으로 인사를 건넨다. 

 

한 작가의 한 가지 작품을 놓고 작가가 살아온 인생과 영향을 주었던 역사적 배경과 미학적, 이론적인 가치, 감상하는 사람으로서 눈여겨 볼 부분, 그럼에도 비판할 점 그리고 모두가 가장 관심을 두는 경제적인 가치까지 그가 제시한 일곱 가지의 관점을 통해서 독자들은 현대미술의 ‘무엇을’ ‘어떻게’ 보아야 할지 비로소 감을 잡을 수 있다. 


이 책에서 각각의 미술가들을 설명할 때 일곱 가지 시선의 순서는 제각각이다. 작품의 양상에 개인사가 중요한 영향을 미친 프리다 칼로(Frida Kahlo)와 같은 경우 전기적 이해가 가장 먼저 나오고, '샘'으로 유명한 마르셀 뒤샹은 그가 레디메이드의 세계로 들어선 당시의 예술이론적 배경을 설명하기 위해 이론적 이해가 첫 번째로 등장하는 식이다. 일곱 가지 시선의 순서만 봐도 지은이가 각각의 미술가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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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 주목할 만한 것은 미술가들이 자신의 작품을 통해 무엇을 말하고자 했는가이다. 바버라 크루거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물신화된 상품과 그것을 소비한다는 것의 의미를 표현했다. 로버트 스미스슨(Robert Smithson)의 대지 미술(Land Art)은 작품이 탄생한 그 순간의 의미를 넘어 환경의 변화로 작품까지 변화하는 과정까지 작품으로서 봐야 한다는 저자의 주장은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나아가 이 책의 궁극적인 의도는 보는 이들이 스스로의 눈으로 미술작품을 읽고 각자의 정신적 지평을 보다 확장시키는 것이라 할 수 있겠다. 현대미술이 개념적 성향이 강해 접근하기 어렵다는 얘기가 팽배한 만큼, 각 작품들을 시간을 두고 찬찬히 살펴보고 생각하면서 천천히 다가가다보면 어느새 작품이 새롭게 다가오는 경험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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