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도시재생의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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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도시재생의 기술'
  • 한주연 기자
  • 승인 2019.07.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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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후된 고가철도가 꽃과 나무가 있는 아름다운 공중정원이 되고, 폐공업지대는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대신 낭만의 숨결이 느껴지는 음악과 미술과 문화가 어우러진 공간으로 재탄생하여 지역주민과 함께하는 것이다. 이렇듯 도시재생은 도시의 역사성과 현재성 그리고 그 안에 녹아 든 사람들의 시간과 삶까지, 도시의 유기적인 속성 모두를 하나의 도시 정체성으로 간주함으로써 삶의 길을 찾아가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도시 재생(Urban Regeneration)'이라는 말이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글로벌 시대를 열어가며 '기술의 진보' '속도의 향상' '규모의 증강'을 추구하던 세계는, 이제 거꾸로 '로컬' '회복' '재생'으로 그 관심을 돌리고 있다.

환경 문제, 자원 문제 앞에서 성장이 한계에 부딪혀 갈 곳을 잃었던 인류가 갈 길을 찾은 것이다. 낙후된 공간이나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는 '도시재생'은 전 세계 여러 도시에서 성공을 거두며 각광받고 있다. 

도시는 이제 그동안 많은 문제를 낳은 획일적이고 상업적인 개발 논리에서 벗어나, 사람들의 삶이 중심이 되는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갈 때가 됐다. '도시재생'은 이런 시대의 요구에 따라 도시문제 해결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도시재생은 기존 도시재개발이 물리적·양적 추구만을 내세운 것과 달리 질적 추구로 패러다임 변화를 시도한다. 이는 기존의 무조건적인 철거와 재조성 방식 때문에 파괴됐던 자연 환경, 역사와 문화, 고유의 정체성 등 삶의 터전으로서 도시의 진면목을 되살리려는 회복의 방식이다.

낙후된 고가철도가 꽃과 나무가 있는 아름다운 공중정원이 되고, 폐공업지대는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대신 낭만의 숨결이 느껴지는 음악과 미술과 문화가 어우러진 공간으로 재탄생하여 지역주민과 함께하는 것이다.

이렇듯 도시재생은 도시의 역사성과 현재성 그리고 그 안에 녹아 든 사람들의 시간과 삶까지, 도시의 유기적인 속성 모두를 하나의 도시 정체성으로 간주함으로써 삶의 길을 찾아가는 것이다. 

낭만과 예술의 도시 파리. 센강이 흐르고, 밤에는 에펠탑이 별꽃으로 출렁이고, 거대 문화유산이 살아 숨쉬는 오르세미술관과 루브르박물관이 있는 곳이다. 그런데 이렇게 아름다운 도시 파리에서, 4.5킬로미터나 달하는 뱅센 고가철도와 바스티유역이 20년 동안이나 산업 유물로 방치돼왔다.

도시 미관을 크게 해치는 흉물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우범지역으로까지 전락했다. 그랬던 이곳이 프랑수아 미테랑 대통령의 '그랑 프로제'라는 문화정책 덕으로 바스티유역은 오페라 극장으로, 뱅센 철도는 프롬나드 플랑테라는 공중정원으로 재생돼 오늘날의 관광 명소가 됐다.

1917년부터 제련소가 있었던 섬 북쪽의 공장에서는 끊임없이 매연과 유독가스가 뿜어져 나왔고, 공장에서 흘러나온 기름 찌꺼기는 근처 바닷물을 오염시켰다. 섬의 수목은 점점 말라 시들어갔다. 더욱이 1980년대에 제련소가 문을 닫자, 황폐해질 대로 황폐해진 이곳은 젊은이들은 다 떠나고 노인들만 남은 생기 없는 섬이 되고 말았다.

그런데 '다함께 잘살자'는 철학을 가진 베네세 홀딩스 재단의 이사장인 후쿠타케 소이치로가 건축의 거장 안도 다다오와 함께 이곳에 숲을 가꾸고, 아름다운 생태환경을 조성했다.

이 지역 노인들이 웃음을 잃지 않고 건강하고 활기차게 살아갈 수 있는 따뜻한 배려를 콘셉트로 잡았다. 아이러니하게도 오히려 해마다 젊은이들을 끌어들이는 활력의 섬으로 재탄생했다.

베네세하우스를 짓고, 지추미술관을 들이고, 이우환 미술관을 짓고, 캠핑장을 짓고, 눈길을 끄는 예술적 조형물들이 곳곳에서 자태를 뽐낸다. 어느새 이곳은 한 해에 국제예술제를 세 번씩이나 치르는 꿈꾸는 예술섬이 됐다.

영국 산업혁명의 중심지였던 템스 강변의 수많은 공장들 중 하나인 '뱅크사이드 화력발전소(Bankside Power Station)'는 1960년대 런던 시내에 전기를 공급해 산업의 중추 역할을 했던 곳이다. 영원히 해가 지지 않을 것 같던 영국도 1980년대에 들어서자 산업구조의 변화와 함께 경기쇠퇴기를 맞았다.

산업 유물로 애물단지 신세가 된 뱅크사이드 화력발전소도 20여 년이나 방치되던 끝에, 다행히 미술관 부지를 물색 중이던 테이트 재단이 눈여겨보았다. 이미 밀뱅크 교도소를 미술관으로 탈바꿈시키는데 성공한 이력이 있는 테이트 재단에서, 화력발전소의 역사성과 현재적 삶의 역동성을 잘 조화시켜 테이트 모던 미술관을 성공적으로 완공했다. 무엇보다 지역민들의 문화·예술·경제를 발전시키고, 밀레니엄 브리지와 손 맞잡고 런던 전체의 문화·역사의 공간까지 이어주는 시너지효과를 발산하고 있다. 

과거의 구더햄 앤드 워츠 양조장은 현재의 디스틸러리 디스트릭트 역사지구로 탈바꿈해 역사·문화 자산을 재생해 상업적으로 성공한 곳이다. 산업유산이 지닌 가치와 역사성을 지키면서 예술과 상업, 문화가 자연스레 스며들게 했을 뿐 아니라 예술인과 방문객, 인근 지역 주민들까지 공조하고 참여하는 개방적 재생을 통해 디스틸러리 디스트릭트의 장소성은 과거와 연결된 현재성을 갖추게 됐다.

또한 이 같은 장소성에 어우러지는 다양한 아이디어와 프로그램을 연계해 다시 이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 속에 가까이 자리하게 했다. 사람들의 삶이 떠난 '멈춘 공간'이 아닌, 시대의 변화와 함께하는 '생명력 있는 공간'이 된 셈이다. 과거의 산업유산은 현재의 문화와 예술, 사람과 조화를 이룬다. 앞으로도 이러한 조화는 이곳의 변모와 발전에 지속적인 버팀목이 될 것으로 보인다.

'죽은 공간을 다시 살리자'라는 구호 아래 프리랜서 기고가 조슈아 데이비드, 창업 컨설턴트 로버트 해먼드를 중심으로 결정된 '하이라인 친구들'은 뉴욕의 폐고가철도를 아름다운 공간으로 재생하기 위해 생계를 마다하지 않고 달렸다.

한 방울의 물이 모여 바다를 이루듯이 그들은 수많은 장애물을 넘고 넘어 후원자를 모으고, 법률가의 자문을 받으며, 건축가, 조경가, 뉴욕을 사랑하는 수많은 시민들을 한마음 한뜻으로 단결시켰다. 각종 정치적·경제적 이권 다툼의 장애물에 시달리기도 했지만, 정치가, 사업가, 유명 연예인, 언론인, 각 분야의 전문가들의 협조와 지지 아래 무엇보다 시민들의 탄탄한 응원을 받으며 결국 하이라인 파크를 조성했다. 15년이라는 긴긴 싸움과 노력과 열정 끝에 이룬 것이다.

1966년부터 1976년까지 10년간, 그리 멀지 않은 과거에 중국은 마오쩌둥(毛澤東)이 주도하는 '문화대혁명'을 겪었다. 그러는 동안 중국의 귀중한 역사와 문화유산은 무참히 파괴됐다. 그나마 근대화가 퇴색해진 '베이징 화베이 무선전신연합 기자재공장'지대, 798*797*718*707*706 등 '7'자 돌림인 여러 개의 국영 공장에서 역사와 문화의 불씨를 살려간 것은 다행한 일이다. 여기서 잉태한 다산쯔 798예술구가 바로 이곳이다.

여러 예술가들이 이곳에 자리를 잡고 쑤이젠궈, 황루이, 쉬융, 장샤오강, 위에민쥔, 팡리쥔, 등이 예술과 문화를 결합해 민중들에게 희망과 활력을 주는 장을 펼쳐갔다. 그런데 다산쯔 798예술구가 점점 활성화되면서 예술이 자본과 결탁해 차츰 그 순수성과 빛을 잃어간다고 중국 현대미술의 선구자인 리셴팅은 안타까워한다. 도시재생의 과정에서 자본가들이 민중들의 터전에 발을 들여 부를 축적하는 도구로 예술과 문화의 순수성을 흔드는 일은 경계해야 할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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