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정신장애'를 드러낼 것을 요구합니다
  • 해당된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제 '정신장애'를 드러낼 것을 요구합니다

정신질환은 전 세계 인구의 4명중 1명이 앓고 있는 보편적인 치료가 가능한 질환이며, 그 종류도 300가지 이상된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은 정신질환을 잘 모르고 있고, 심지어 수많은 편견과 잘못된 인식으로 정신질환에 걸린 사람과 가족은 수치감 속에서 질환을 숨기고 심지어 치료도 받지 않아 질병을 키우고 만성화시키기도 한다. 

정신질환은 접촉에 의해 전염되거나 원인균이 있어서 걸리는 질환이 아니다. 눈으로 보이는 뚜렷한 증상도 없다. 보이지 않는 심리사회적 고통과 적응문제를 유발하는 정신적 기능과 관련된 질환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아는 각계각층의 유명한 사람들도 정신질환에 걸려 치료받았다. 인류 중 최초로 달에 착륙한 최초 우주인 올드린은 우울증과 알코올중독을 앓았다. 전 세계인이 존경하는 링컨대통령은 심각한 우울증에 시달렸으며, 그 부인은 정신분열증이었다. 유명한 모델 겸 배우 메간 폭스도 정신분열증이라고 한다.

세계적인 과학자 아인슈타인은 어려서 학습장애였고, 세계 1위 부자 빌게이츠는 아스퍼거 자폐증이었다고 한다. 유명한 배우 짐케리는 ADHD와 우울증을 앓았으며, 축구선수 데이비드 베컴은 강박증과 섭식장애로 치료받았다.

유명한 처칠수상과 작곡가 헨델은 조울증을, 가수 김장훈과 개그맨 이경규, 배우 김하늘은 공황장애로, 정형돈은 불안장애로 치료받는다고 했다. 이처럼 누구나 정신질환에 걸릴 수 있고, 치료될 수 있고, 많은 일을 아주 잘 할 수 있다.

장애인복지법에서는 정신장애인을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정신분열증, 조울증, 주요 우울증과 같은 정신질환에 걸린 사람 중 치료를 받아도 반복적으로 재발하고 만성화되면서 정신적 기능의 일부가 무능력해져 독립적으로 생활하기 힘든 경우 일정한 진단과정을 거쳐 장애인으로 등록한 사람이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은 정신장애인은 지적장애인이나 발달장애인으로 생각하거나, 아주 위험한 폭력성을 가지고 있어 사회적으로 격리수용하여야한다고 잘 못 생각한다. 정신장애인은 대낮에 칼을 휘두르는 묻지마살인범이 아니다. 정신장애인은 이웃의 소아와 여성을 넘보는 성폭력범이 아니다.

우리나라에 정신장애인으로 등록한 사람은 약 10만 명이다. 2008년 장애인실태조사에 의하면 등록 정신장애인 중 약 50%가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에 의한 수급권자다. 정신장애인의 절대빈곤율은 46.2%로 장애인복지법 상 15대 장애인중 가장 빈곤하다.

국민연금가입율도 10%가 안 되어 노후에 더 가난하다. 정신장애인 취업률이 9.9%로 자폐장애인을 제외하고 가장 취업률이 낮다. 또 취업하더라도 장애인노동자는 최저임금제가 적용되지 않아, 월소득 50만원 미만이 19.5%, 100만원 미만이 28.4%이다.

더구나 정신장애인은 장애인복지법에 의한 취업권장 목적의 소득공제도 받지 못해 수입이 있으면 수급자에서 탈락되는 위험이 높다. 이처럼 지역에서 가족과 함께 또는 독립해, 또는 주거시설에서 생활하는 정신장애인의 삶은 매우 열악하다.

그러나 본인의 의사와 반해 정신병원이나 정신요양시설에서 강제 입원된 정신장애인이 수 만명에 이른다. 국가인권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강제입원율이 90%에 가까운 것이 문제인데, 이러한 강제입원은 OECD국가 중 최고이며, 병원이나 시설에 머무는 기간도 평균 628일인데, 이는 영국, 미국 및 유럽국가의 평균 15일에 비하면 엄청난 차이다.

과거 OECD의 정신보건위원회에서 우리나라 정신보건 상황을 파악하러 온 적이 있는데, 대한민국의 경제 규모에 비해 정신장애인의 인권상황이 너무 열악하고, 입원 중심구조로 정책이 운용되고 있음을 매우 우려했다.

미국은 1960년대 이후 꾸준히 국가가 정책적으로 탈원화 정책을 추진해왔다. 그에 걸맞게 퇴원해 생활할 수 있는 주거복지제도, 직업재활제도, 고등교육지원제도, 사회적응과 질병관리에 도움을 주는 사례관리제도, 여가 및 문화향유지원제도 등으로 뒷받침 해준다. 

이렇게 하려면 돈이 더 많이 들까? 그렇지 않다. 이러한 지원제도는 기존의 의료보장제도에서 입원비용을 줄이고 재활에 필요한 지원을 해주며, 장애인 법에 의해 그 예산을 지원해주고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이는 병원이나 시설에서 입원 보호하는 것보다 비용이 절감되고, 직업을 가지고 자립 생활하는 정신장애인이 증가하면서 비용효과도 훨씬 높아지고 있으니 본인 좋고, 국가 좋고 모두 좋은 일인 것이다.

정신질환, 정신장애인에 대한 이해를 새롭게 하고 정신장애인인도 우리 이웃으로 함께 생활할 수 있도록 지역사회의 지지체계를 강화하는 구체적인 노력이 필요한 때다.


당신이 관심 가질 만한 이야기

G-BO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