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그리고 삶] 여긴 어디? 나는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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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그리고 삶] 여긴 어디? 나는 누구?

ⓒ픽사베이ⓒ픽사베이

[지데일리] 한 문화 센터에 동시를 읽고 쓰는 수업이 있었다. 하루는 이준관 시인의 '민우의 여름 방학'이라는 시를 함께 읽었다. 

여름방학에 시골 할머니 집에 놀러온 민우 / 풀밭에서 뒹굴며 놀면서 온몸에 풀물이 들어요. / 풀밭에서 달리다 넘어져도 / 풀처럼 다시 일어나 풀풀풀 달려가요.

시를 읽고 나자 한 50대 수강생이 “내가 지금 풀 냄새 가득한 고향을 떠나 어디서 뭘 하면서 살고 있는 건가…”라고 말했다.

<너무 마음 바깥에 있었습니다>(혜다)는 마음으로 되돌아가는 길, 그 시작점을 알려주는 책이다. 안개가 자욱한 바다 위를 떠도는 배들을 향해 무적(霧笛)을 울리는 등대지기의 마음과 같다.

천창(天窓) 가득 빛나는 별을 보며 엄마를 기다리는 아이, 달력 위에 적힌 그리운 이와의 약속, 마을버스 바닥에 뒹구는 노란 낙엽…. 시인은 섬세한 눈길로 그 작은 것들 속에 숨겨진 반짝이는 의미들을 찾아간다.

그 길에서 그는 더운 줄도 모르고 어제 본 선생님이 또 보고 싶어 달음질치는 한 아이를 만나고, 어린 시절 배불리 먹지 못한 기억에 매번 자두를 한 상자씩 사는 이와 마주친다. 어느 여행에서 들었던 안내 방송 목소리에 매혹된 나머지 그 기차역을 두고두고 잊지 못하는 여행자의 이야기도 가슴을 따스히 적셔준다.

또한 그토록 좋아하는 구름을 바라보다 우주 정거장에서 피자를 만들어 먹는 우주비행사를 떠올리고, 그 생각이 저 멀리 칠레에 있는 아타카마 사막에 다다르면 이내 비를 부르는 사막의 구름은 ‘꽃을 예고 받는 일’이라는 것을 나지막이 일러 주기도 한다. 

시인의 목소리는 때론 어제와 같은 오늘에 지친 이들의 등을 조용히 토닥여준다. 

자신만 제자리걸음 하는 것 같아 괴로워하는 이에게 시인은 그것이 오히려 성숙한 이가 지니는 삶의 태도임을 일깨워 준다.

무작정 앞으로만 나가는 것은 아이나 치매에 걸린 노인처럼 어리거나 미성숙한 존재들의 특징이라고, 자신이 선 자리에 머물며 여기가 어딘지, 내가 지금 어딜 향해 가고 있는 건지 자꾸 되돌아보는 게 삶을 대하는 성숙한 태도라고 이야기한다. 

양치컵만 한 인간관계에 지쳐 괴로워하는 이들에게도 시인은 따뜻한 조언을 건넨다. 만나기만 하면 기운이 빠지는 친구, 나의 가장 좋은 모습을 이끌어내지 못하는 관계라면 그런 만남은 차라리 그만 두는 게 낫다는 이야기에 어느덧 사람에게서 받은 상처들이 하나둘 아물어간다.  

김경미 '너무 마음 바깥에 있었습니다'(혜다)김경미 '너무 마음 바깥에 있었습니다'(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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