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열받게 하는 '엄마의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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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열받게 하는 '엄마의 사랑'

'미투'(#MeToo·나도 피해자다)로 촉발된 페미니즘 열풍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페미니즘을 둘러싼 논쟁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지만, 페미니즘의 정확한 의미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페미니즘은 '여성의 특질을 갖추고 있는 것'이라는 뜻을 지닌 라틴어 '페미나(femina)'에서 파생한 말이다. 성 차별적이고 남성 중심적인 시각 때문에 여성이 억압받는 현실에 저항하는 여성해방 이데올로기를 의미한다. 알들 모를듯 세계적인 이슈로 부상한 페미니즘은 무엇일까. 분명한 것은 페미니즘은 하나의 총체적인 사상의 형식과 체계로 묶을 수 있을 만큼 구체적인 실체를 지니고 있다는 사실이다. 페미니즘을 달고 어느 순간부터 책들이 쏟아지고 있는 지금, 지데일리는 페미니즘의 이해를 돕는 책을 소개한다.

 

‘공부해라, 밥 먹어라, 일찍 일어나라, 방 청소 좀 해라…’ 대부분 가정에서 ‘엄마’들이 아이들과 흔히 겪는 갈등이다. 사소하게 여겨질 수도 있지만, 실제로는 결코 가볍지 않다. 이 작은 갈등들이 한 번 두 번 반복되고 쌓이다 보면 자식과의 관계, 남편과의 관계, 나아가 자기 자신의 자존감 자체가 파탄날 수도 있을 만큼 위력적이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문제’ 그 자체보다 ‘관계’에 초점을 둬야 하고, 다음으로 자신의 의도와 다르게 역효과를 불러오는 ‘역설의 심리학’에 주의해야 한다.

 

실제로 대부분의 문제는 그 문제를 둘러싼 관계가 풀리면 저절로 풀리게 마련이다. 그리고 관계를 잘 풀려면, 처음에는 의도한 대로 잘 흘러가더라도 나중에는 의도와 정반대 결과를 초래하는 이유를 알아야 한다. 

 

자녀의 성적이나 진로로 걱정하기보다는, 자녀가 엄마와의 관계에서 행복감을 느끼는지 살피는 것이 먼저다. 남편의 말과 행동이 문제라고 생각하기보다는 나 자신이 남편과의 관계에서 충분히 사랑하고 사랑받고 있음을 먼저 느껴야 한다. 왠지 잘 살고 있지 않은 것 같은 기분이 든다면 지금 나는 세상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부터 성찰해 보는 게 좋다. 이처럼 모든 고민은 ‘관계’로 통한다.

 

관계는 살아있는 생명체와 같아 일방향으로 접근했다가는 그르치기 십상이다. 매순간 자신과 상대의 감정을 살피면서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 의도와 정반대의 역효과를 불러오는 역설의 심리학. 이런 역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관계는 어려울 수밖에 없다. 사람의 마음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잘 알게 되면, 관계의 본질이 보이고 역설을 이해할 수 있다.

 

엄마들은 아침에 눈을 떠서 밤에 잠들기 전까지 아이들에게 수없이 잔소리를 해댄다. 반대로 아이들은 아침에 눈을 떠서 밤에 잠들기 전까지 엄마에게 수없이 잔소리를 듣는다. 이 비극의 연결 고리는 무엇일까. 아이러니하게도 ‘엄마의 사랑’이다. 

 

하지만 사랑의 매가 아이의 행동을 궁극적으로 교정하지 못하듯, 사랑의 잔소리도 오히려 역효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사랑의 마음으로 잔소리를 하더라도 아이는 자신에 대한 비난과 질책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아이는 위축되고, 수동적이 되고, 불안해진다. 이런 상태에서는 더 못하게 되고, 그에 따라 잔소리는 더 늘 수밖에 없다.

 

만약 실패하거나 실수한 아이가 다음에는 더 잘하기를 바란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해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잔소리 대신 ‘괜찮다’고 말하라. ‘괜찮다’는 말은 너의 실수와 실패를 알고 있지만 너를 비난하거나 질책하지 않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아이는 ‘괜찮다’는 말에 마음의 안정감을 찾고 다시 도전할 용기를 얻는다. 더 나아가 실수와 실패를 발판삼아 자신의 적성을 찾아 나서게 한다. 아이가 좌절해 있을 때, 부모가 할 수 있는 말은 오직 ‘괜찮다’뿐이다.

 

많은 엄마들이 아이의 공부 문제로 골머리를 앓는다. 남들보다 뒤처지면 어쩌나, 학교나 학원에서 제대로 가르치고 있나 등등. 특히 학원에 과외에 아무리 열심히 공부를 시켜도 왜 성적이 오르지 않는지 모르겠다. 심지어 어떤 엄마는 내 아이의 지능을 의심하기까지 한다.

 

하지만 아이 성적이 오르지 않는 것은 공부가 부족해서도 아니고 머리가 나빠서도 아니다. 물론 지능지수가 높으면 공부를 잘할 가능성도 높겠지만, 그렇더라도 지능지수가 성적에 미치는 영향은 25%에 불과하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지 않은가. 그동안 칭찬은 상대를 긍정의 방향으로 움직이게 하는 절대 반지 같은 것으로 여겨져 왔다. 그래서 많은 엄마들은 ‘무작정 칭찬’ 모드로 아이들을 대하곤 한다. 그런데 정말로 칭찬이 꼭 좋기만 할까. 기껏 칭찬했는데 오히려 성적이 떨어지거나 반대로 행동하는 등 역효과가 나타날 수도 있다.

 

사실 고래는 ‘먹이’를 얻고자 억지로 춤을 추는 건지도 모른다. 고래가 정말 원하는 것은 좁은 수족관을 벗어나 드넓은 바다로 가는 것이지 않을까. 아이의 성적이 올랐다고 칭찬하고, 방을 청소했다고 칭찬하고, 엄마 심부름 했다고 칭찬하는 것처럼 ‘무작정 칭찬’ 모드는 고래에게 먹이를 줘서 춤추게 하는 것과 같다.

 

아이는 다음에 다시 칭찬받기 위해 더 분발해야 하고 더 긴장해야 한다. 그래서는 칭찬의 역효과가 나올 수밖에 없지 않을까.

 

칭찬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잘 사용하려면, 결과가 아니라 과정에 주목해야 한다. 결과가 좋아서 칭찬하는 것이 아니라 과정이 좋으면 결과가 나쁘더라도 칭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결과가 나왔을 때 잠깐 관심을 가져서는 곤란하다. 과정을 칭찬하려면 오랫동안 찬찬히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야 한다.

 

그렇더라도 칭찬이 춤을 추게 하기 위한 ‘먹이’인 것은 여전하다. 칭찬은 상대의 뜻이 아니라 나의 뜻대로 조종하려는 마음에서 나오는 것이다. 칭찬보다 더 좋은 것은 격려다. 상대의 있는 모습 그대로를 인정해 주고 북돋워주는 것이다.

 

칭찬이 조건적 사랑이라면 격려는 무조건적 사랑인 셈이다. 칭찬은 고래를 춤추게 할지는 몰라도, 고래가 자신의 천성대로 드넓은 바다를 유영하게 하는 것은 격려다.

 

사람은 내가 할 수 없는 것을 인정하지 않고 통제하려 할 때 무력감을 느낀다. 그리고 그 무력감을 감추기 위해 헛된 통제감을 발휘하려 한다. 때때로 왜 이런 결혼을 했을까 자책하거나, 남편에게 당신 탓이라며 잘못을 인정하라고 강요하거나, 아이에게 성적이 이게 뭐냐고 야단치거나 등등, 이 모든 게 통제감 착각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다.

 

무력감이나 통제감 착각에서 벗어나려면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명확히 구분하고, 할 수 없는 것은 과감히 포기하고 할 수 있는 것은 현실감을 가지고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 최선의 결정을 하고 내 결정의 결과에 대해서는 책임지겠다는 자세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자면 나를 둘러싼 관계들을 보다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눈을 길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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