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하는 책] 학교가 되어버린 그곳, 뉴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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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질문하는 책] 학교가 되어버린 그곳, 뉴욕

ⓒ북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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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매일 뉴욕 간다>는 40년 뉴요커 한대수가 뉴욕에 살면서 느낀 것, 경험한 것, 생각한 것, 본 것을 생생하게 써내려간 뉴욕 에세이다. 저자는 ‘한국 포크-락의 대부’로 불리는 뮤지션이자 사진작가 겸 에세이스트로, 한국과 미국을 오고가면서 40여 년을 뉴욕에서 생활한 뉴욕커다. 지난 2016년 다시 ‘뉴욕살이’를 시작하면서부터 틈틈이 써내려간 글을 모아 책으로 묶었다. 

 

이 책은 70대 노장 한대수가 꾹꾹 눌러 쓴, 뉴욕이라는 도시에 바치는 일종의 헌사다. 뉴욕의 미술관, 박물관, 예술가의 생가, 거리를 산책하면서 만나게 된 예술가들의 삶과 작품 이야기를 특유의 박력 있고 꾸밈없는 필체로 풀어냈다.

 

책에서는 앤디 워홀, 데이비드 보위, 이사무 노구치, 에드거 앨런 포, 오 헨리, M. C. 에스허르, 로버트 메이플소프, 스탠리 큐브릭 등 예술가의 삶과 작품 이야기가 흘러넘친다. 저자는 뉴욕 현대미술관(MoMA), 구겐하임 미술관, 휘트니 미술관 등을 때마다 찾아가 대가들의 전시를 관람하는 한편, 뉴욕의 건축물과 조각품을 들여다보며 감탄사를 내뱉는다. 새로이 발견한 예술가일 경우엔 요리조리 뜯어보며 자기만의 독법으로 읽고 해석해낸다. 

 

뉴욕이 특별한 도시인 이유는 날마다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활기 넘치는 거리, 감각적인 쇼윈도, 거리 곳곳에 스민 위대한 예술가의 숨결, 새로운 스타일의 브로드웨이 쇼, 가장 창의적인 세계 대가들의 전시는 그의 감각을 매일 자극할 뿐 아니라 예술적인 감흥을 불러일으킨다.

 

노구치 박물관에서는 조각가 노구치의 작품에 “돌을 숭배한다는 느낌”을 받고, 애드거 앨런 포가 마지막으로 머물던 집에 가서는 “포의 불쌍한 영혼”을 온몸으로 느낀다. 사진계의 폭군 로버트 메이플소프의 사진 전시회를 보고는 “이단아 작품을 전시”하는 구겐하임 미술관의 행보에 깜짝 놀란다.

 

오 헨리가 자주 들렀던 술집 ‘피츠 태번’에 가서 한 잔의 술을 마시고, 스탠리 큐브릭의 사진 전시회에서는 1960년대에 보았던 전위적인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를 떠올린다. 뉴욕에 살면서도 항상 뉴욕이 낯설고 새롭다는 그는 “나는 매일같이 뉴욕에 가요”라고 고백한다.  

저자는 뉴욕의 노숙자, LGBT, 마리화나, 가짜뉴스, 테러, 총기 사건, 지하철, 아마존 등 뉴욕의 문화 사회 이슈에 대해서도 언급하는데, 화려하면서도 그늘진 최첨단 도시 뉴욕의 진짜 얼굴을 특유의 거침없는 직설화법으로 풀어냈다. 뉴욕과 미국에 대한 균형 잡힌 시각, 사회적 이슈에 대한 저자의 포괄적인 관심사도 엿볼 수 있다. 

 

저자가 다시 뉴욕으로 떠난 이유는 뉴욕이 딸 ‘양호’에게 더 잘 맞는 교육환경이라 생각해서다. 저자 또한 십대 때 문화의 열기로 가득 찼던 뉴욕에서 비틀스, 엘비스 프레슬리, 지미 헨드릭스의 음악을 들으며 성장했는데, 마찬가지로 딸에게도 뉴욕의 문화예술적인 공기를 마시게 해주고 싶다는 마음이 컸던 것이다. 저자에 따르면, 뉴욕이라는 도시 자체가 그 어떤 곳보다 교육적인 학교이다. 

 

40년 뉴요커인 저자는 말한다. “나는 뉴욕에 오래 살면서, 뉴욕을 그냥 복잡하고 분주한 대도시로 생각했지, 그리 중요하고 세계인들이 오고 싶어하는 매력적인 도시라고 생각하진 못했다. 그런데 3년 전에 다시 뉴욕에 복귀하면서, 새삼스럽게 새로운 얼굴로 뉴욕을 느꼈다. 아, 대단한 도시구나!”

 

한대수 '나는 매일 뉴욕 간다'(북하우스)

한대수 '나는 매일 뉴욕 간다'(북하우스)

 

책은 뉴욕의 갤러리, 박물관, 뮤직홀, 거리에서 만나게 된 예술가와 그들의 작품 이야기를 접할 수 있다. 예술에 대한 저자의 깊은 사랑과 지적 편력을 엿볼 수 있다. 이어 뉴욕의 문화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특유의 시원시원한 문체로 풀어내고 있다. 다음으로 뉴욕에서의 일상, 가족, 인생에 대한 사적인 이야기를 전한다. 나이 든 뉴요커의 고독과 추억, 기억이 진솔하면서도 여운이 남는 문체로 그려진다. 

 

책은 온통 뉴욕으로 채워진 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화려한 뉴욕, 어두운 뉴욕, 욕망어린 뉴욕, 예술가들의 순수한 열정이 숨 쉬는 뉴욕, 고독한 뉴욕, 시끌벅적한 뉴욕, 물질만능주의적인 뉴욕, 예술적인 감각을 일깨우는 뉴욕, 꿈같은 뉴욕 등 뉴욕의 다양한 얼굴을 보여준다.

 

직접 보고 느끼는 것들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그것에 대해 생각해보고 나름의 방식으로 연구하고 해석하는 그만의 일상 철학은 펄떡거리는 ‘날것의 사유’이라는 느낌도 강하게 던져준다. 저자의 예민한 감각과 예술가적 기질, 세상을 향해 활짝 열린 호기심, 틀에 갇히지 않는 자유분방함, 사랑과 평화를 외치는 히피 정신, 가벼우면서도 무거운 통찰을 이 책에서 경험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