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칼럼] 소비의 새물결이 마케팅을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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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칼럼] 소비의 새물결이 마케팅을 바꾼다

  • 손정우 gdaily4u@gmail.com
  • 등록 2019.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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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성장기로 접어들면서 소비여력이 줄어들고 미래가 불투명해짐에 따라 소비심리가 위축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필수 소비재는 초저가를, 욕망품목은 지출을 아끼지 않는 양면적인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글로벌 경제위기에 대한 반성으로 시작된 뉴노멀, 자본주의 4.0 등 전 세계가 새로운 발전모델을 모색하면서 친환경과 사회 친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동시에 소비자가 스마트폰이나 SNS를 소비생활에 적극적으로 활용해 정보를 얻고 의견을 표출하거나 불만 시 다른 사람들과 힘을 결집하는 등 빅 데이터 시대에는 소비자의 목소리도 증폭되고 있다. 

이와 같이 저성장, 상생, 빅 데이터 시대를 맞아 ‘아껴 쓰고, 바르게 쓰며, 똑똑하게 쓰는’ 소비현상이 확산되고 있다. 즉 소비자는 소비만 하는 것이 아니라 마케팅 과정에 참여하고, 사회 이슈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나만의 스타일을 주도하는 新소비자로 변신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저성장 시대이므로 마케팅 비용을 절감하자’는 식의 소극적인 대응이 아니라 소비현상 변화와 소비자 변신에 대응하여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려는 마케팅 혁신이 절실한 상황이다. 

소비현상의 변화에 따라 소비자는 3가지 유형으로 변신하고 있다. 

첫째, 신프로슈머(PROducer+conSUMER)다. 이는 앨빈 토플러의 프로슈머에서 진화해 제품기획, 디자인, 광고, 판매 과정에 직접 개입해 성과 창출에 동참하는 능동적 소비자를 가리킨다. ‘이경규의 꼬꼬면’은 일반 소비자가 개발한 라면이 상업화된 사례로 기존 마니아뿐 아니라 일반인까지 新프로슈머의 저변이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둘째, 소셜슈머(SOCIAL+conSUMER)인데, 소비자 개인의 만족뿐 아니라 사회 전체의 혜택을 위해 의견을 개진하고 관철시키는 사회 활동가로서의 소비자를 가리킨다. 최근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개념이 발전하여 기업과 사회 모두의 가치를 증대하자는 공유가치 창출(CSV) 개념이 등장하며 주목받고 있는 현상과 맥을 같이한다. 

셋째, 큐레이슈머(CURAtor+conSUMER)로서, 전시회의 큐레이터처럼 스스로 삶을 꾸미고 연출하는 데 능수능란한 편집형 소비자를 가리킨다. 기업이 스테레오타입化한 세분시장에 속하는 것을 거부하는 큐레이슈머는 자신만의 스타일을 주도적으로 창출해 원래 용도와 전혀 다르게 사용하거나 원하는 상품 조건을 적극적으로 요구한다. 예를 들어, 동일 기종의 스마트폰 사용자라 하더라도 사용하는 앱과 스타일이 각양각색이다. 

소비자의 3가지 변신에 대응해 기업은 다음과 같은 마케팅 혁신전략을 추진해야 한다. 

먼저 신프로슈머의 출현에 대해서는, 고객을 전문개발자로 활용한다. 제품 출시 전에 프로슈머의 요구사항에 귀 기울이며 ‘고객의 참여 채널’을 개방한다. 이 과정에서 펀(fun) 요소로 고객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성취감을 선사해야 한다. 

고객을 홍보요원화한다. 소비자는 광고나 영업사원보다 다른 소비자의 목소리를 신뢰하기 때문에 소셜 광고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 

일반인을 신프로슈머화한다. 지금까지 프로슈머가 주로 성인 특히 남성이었다면, 어린이와 주부 등으로 확대해야 한다. 다음으로 소셜슈머를 위해, 공익을 생각하는 신상품을 출시해야 한다. 소비자 개인, 기업, 사회 전체 모두에게 혜택이 되는 상품을 만드는 것이 진정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이다. 

사회문제 해결을 소비자와 함께한다. 소셜슈머는 개인의 만족을 넘어 사회 전체의 이익과 행복을 위해 마케팅 활동에 능동적으로 참여한다. 마지막으로 큐레이슈머를 위해 상품을 넘어 라이프 스타일을 제안한다. 

‘이것 사세요’와 같은 직접적인 설득보다 ‘이런 삶의 모습도 가능해요’라는 식으로 욕구를 우회적으로 자극할 필요가 있다. 모두를 위한 디지털 집사(concierge) 서비스 제공 전략이다. 빅 데이터를 활용해 일반인 모두에게 ‘나만을 위한 특별한 제안’을 할 필요가 있다. 

소비자 변신에 따른 마케팅 혁신은 궁극적으로 고객과 함께하는 ‘마케팅 민주주의’를 추구하는 것이다. ‘소비자는 왕’이라는 구호에서 벗어나 소비자와 상호 소통하는 협력관계를 추구해야 한다.

이를 위해 최고마케팅책임자(CMO) 주도하에 마케팅의 새로운 역할, 즉, 상품 자체(container)와 브랜드·스토리(contents)에서 더 나아가 소비맥락과 환경(context)까지 마케팅의 지평을 넓혀야 한다. 또한 마케터의 ‘감’과 조사결과인 ‘소비의향’, 빅 데이터에 기반한 ‘실제 행동’을 근거로 마케팅을 수행함으로써 고객 만족과 비용 절감을 동시에 달성해야 할 것이다. 

경제산업부 손정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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