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의 그린노트] 미세먼지가 우울증과 치매의 원인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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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의 그린노트] 미세먼지가 우울증과 치매의 원인이라고?

[지데일리] 공기에 대한 공포는 최근 몇 년간 미세먼지 오염이 급격히 악화되었다는 인식에 기초한다. 

 

서울시의 지난 10여 년간 미세먼지(PM10) 고농도 오염 발생 빈도를 살펴보면, 상대적으로 고농도오염이라 할 수 있는 100㎍/㎥ 이상인 날의 빈도가 뚜렷하게 줄어들었음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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훨씬 더 오염도가 높은 150㎍/㎥ 이상인 날이나 250㎍/㎥ 이상인 날 역시 감소했다. 2012년 이후 미세먼지 연평균 오염도가 일시적으로 다시 증가하자 고농도 오염 발생 빈도 역시 일시적으로 증가했다가 그 후에는 다시 감소하고 있다.


세계보건기의 발표에 따르면, 한국의 미세먼지(PM2.5)로 인한 조기 사망률은 인구 10만 명당 18명으로 전 세계에서 27번째로 낮다. 보건학계에서 널리 사용하는 질병부담 지표인 DALY(Disability Adjusted Life Year)를 살펴봐도, 인구 10만 명당 394년으로 질병부담이 세계에서 29번째로 낮았다. 


DALY는 조기사망, 질병, 장애 등으로 인해 건강한 삶이 손실된 연수를 말한다. <공기 파는 사회에 반대한다>(장재연 지음, 동아시아 펴냄)에서 저자는 한국의 대기질이 전 세계 최상위에 속한다면서, 지나친 공포와 상품의 공포마케팅을 경계한다. 미세먼지에 관해 잘못 유통되고 있는 정보를 정확하게 짚어내면서 ‘미세먼지 천동설’에 대항한다.


미세먼지 오염이 심한 날은 마스크를 착용하라는 권고에 대해서도 미국흉부학회, 미국FDA, 싱가포르정부 등이 발표한 마스크 사용 권고사항을 인용하는 식으로, 잘못 알려진 상식을 정확히 짚어준다.


저자는 미세먼지를 비롯한 대기오염 개선을 위한 부단한 노력은 지속해야 한다고 말한다. 다만 지금과는 그 방식이 달라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미세먼지의 원인을 대부분 중국에서 찾는 것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며 근거가 불명확한 자료이며, 오히려 책임을 외부로 돌렸을 때 생겨나는 여러 문제점들을 지적한다.


무엇보다 대기질 예측 모델을 통해 중국발 미세먼지 기여율을 낮게는 30%, 높게는 86%로 제시한 환경부의 주장에 문제를 제기한다. 대기질 예측 모델은 수학 방정식을 이용해서 오염물질의 공간적·시간적 농도 변화를 계산하는 프로그램을 말한다. 


현재 환경부가 미세먼지 기여율을 측정하기 위해 주로 사용하는 모델은 미국 환경보호청에서 개발한 CMAQ란 모델로 누구나 쉽게 파일을 내려 받아 사용할 수 있는 공용 프로그램이다. 문제는 입력할 자료를 제대로 확보하는 것인데 연구자가 임의로 입력 변수를 취사선택하거나 변형하면 어떤 결과든 의도한 대로 만들어낼 수 있다. 


‘쓰레기를 넣으면 쓰레기가 나온다’는 말을 인용하며 저자는 환경부가 입력한 자료의 문제점을 제기한다. 실제로 환경부는 국정감사 제출 자료에서 자신들이 발표하고 있는 모델링 결과는 중국 내 미세먼지 발생원 자료가 없어서 추정치를 넣고 계산한 것이라 밝힌바 있다.


저자는 대기질 모델링에서 가장 중요한 입력 자료는 오염물질 발생원 자료와 기상 자료라면서, 이웃나라에 미치는 영향을 정량적으로 평가하기 위해서는 주변 국가들의 공동연구가 불가피하다고 말한다. 좀 더 영리하고 합리적인 환경외교가 필요하다고 말이다. 


동시에 정부와 기업이 책임을 회피하는 방식은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한 규제를 비롯해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숨긴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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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미세먼지를 비롯한 대기오염을 줄이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까? 저자는 대기오염의 건강 영향은 단기간의 고농도 노출에 의해서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장기간의 노출에 의해서도 발생한다고 말한다. 


장기 기준(연평균 기준)과 단기 기준(일평균 기준)이 각각 정해져 있는데, 둘 중 어느 기준에 더 신경을 써야 하는지는 오염 수준이나 각 국가 혹은 도시의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연평균 오염 수준이 50㎍/㎥ 미만인 도시는 특정일에 오염도가 많이 높아져도 200㎍/㎥ 정도이고, 이런 수준의 단기간 노출로는 보건학적으로 의미 있는 문제가 발생하지는 않는다고 저자는 말한다.


마스크 보급, 차량 2부제 등 대부분의 미세먼지 대책은 고농도 오염에 대한 단기 대책이라면서, 한국의 미세먼지 오염도는 대부분의 도시가 연평균 50㎍/㎥ 미만으로 고농도 오염에 대한 단기 대책보다는 평상시 오염을 줄이기 위한 장기 대책이 필요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연료 사용량을 줄이거나, 미세먼지 발생량이 적은 연료로 교체하거나, 노후 시설이나 장비를 교체 또는 폐쇄하거나, 집진장치 등을 통해 대기 중으로 오염물질이 배출되는 것을 억제하는 등의 방안을 제시하기도 하면서 기존 정책의 문제점이나 나아가야 할 방향을 구체적으로 말한다. 


공기는 모두가 당연하게 향유해야 할 삶의 조건이고, 그렇기 때문에 공기오염은 개인 단위가 아니라 사회에서 지속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말이다.


대기오염 측정소의 위치 변경 등 잘못 알려진 상식과 주장에 대해서도 바로 잡으며, 뉴욕과 런던 등 최악의 공해 도시로 불렸던 도시들은 어떻게 깨끗한 도시가 되었는지도 함께 살펴보며 대안을 제시한다. 그래프, 표, 그림 등 구체화된 시각 자료를 통해 이해를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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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환경과 건강을 전문으로 다루는 의사들이 미세먼지가 무엇인지, 건강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그리고 미세먼지의 나쁜 영향을 어떻게 피할 수 있는지 등을 자세하고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전 세계에서 흡연으로 인한 조기 사망자 수보다 미세먼지 노출로 인한 조기 사망자 수가 더 많은 것으로 보고될 만큼 미세먼지는 건강에 심각한 해를 끼치는 환경 유해 요인이 됐다. 


2017년 OECD는 한국의 대기오염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40여 년 뒤 대기오염으로 인한 조기 사망자 수가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나라가 될 것으로 전망했으며, 대기오염으로 인한 인구 100만 명당 사망자 수가 1000명을 넘는 유일한 나라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미세먼지는 이제 전 국민적 이슈가 되고 있으며 건강과 환경에 대한 관심은 나날이 높아져가고 있다.


심각한 환경 문제가 된 미세먼지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들이 여러 매체를 통해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건강과 관련된 내용들은 대부분 단편적이고 때로는 오해를 일으킬 소지가 있기도 하다. 


이에 미세먼지와 건강에 대한 정확하고 포괄적인 정보를 제공하기 위하여 직업 및 환경에 의한 건강 이상을 중점적으로 연구하는 대한직업환경의학회에서 이 책을 기획하고, 미세먼지 문제를 전문적으로 분석해줄 21명의 의사가 필진으로 참여했다. 


<의사들이 들려주는 미세먼지와 건강 이야기>(대한직업환경의학회 지음, 이화여자대학교출판문화원 펴냄)에서는 미세먼지에 대해 기본적으로 알아야 할 핵심 정보를 제공하고 미세먼지에 노출되었을 때 생길 수 있는 질환들을 우리 몸의 각 부위별로 나누어 자세히 설명한다. 또한 미세먼지 노출과 그로 인한 영향을 줄이기 위한 개인적, 정책적 대처 방안들을 소개한다.


미세먼지는 국가가 해결할 수 있는 단순한 환경 문제라기보다는 국민들의 노력도 동반되어야 개선될 수 있는 문제이다. 전력 소비와 차량 증가로 인한 대기오염, 중국의 산업화로 인한 오염물질의 국내 이동, 기후 변화에 의한 대기 정체 등이 복합적으로 뒤섞인 문제로 국가와 개인이 함께 해결해가야 한다. 


이 책은 미세먼지에 관심 있는 일반인들의 궁금증을 풀어주는 안내서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미세먼지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환경 개선을 위해 개인과 국가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 고민해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