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들의 모습을 글자로 표현한다면 [날마다 BOOK돋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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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들의 모습을 글자로 표현한다면 [날마다 BOOK돋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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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땡땡이들의 수업  

최승호 지음, 상상 펴냄

 

'“우리가 자꾸 방귀를 뀌면 말이야/ 우리를 좋아했던 새들마저 우리 곁을 떠날지 몰라/ 방귀 좀 덜 뀌자/ 오늘부터// 뿡/ 큭큭”(「큭큭 스컹크」)'

 

이 책은 언어를 재미있게 사용한 동시와 신기한 한글그림이 만난 신선한 형식의 동시집이다. 말놀이의 영역을 한글그림으로까지 확장했다. 

 

한글의 자음, 모음, 단어, 문장이 기발하고 신기한 그림으로 변하는 시인의 ‘한글그림’은 아이들의 상상력을 흔들어 놓을 창의적인 ‘한글놀이’의 새로운 버전이다.


시인인 저자는 재치와 유머가 돋보이는 동물들의 소소한 일상 이야기에 직접 그린 입체적인 한글그림을 나란히 배치했다. 독특한 한글그림은 어린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수많은 놀이가 된다. 

 

자연 속 동물 친구들은 저마다의 유쾌한 사연과 기발한 생각을 속삭이며 자연의 아름다운 장면을 쉼 없이 보여 준다. 

 

단지 글자 속에서만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어느 순간 글자 밖으로 폴짝 튀어나온다. 동시를 읽는 어린이들은 언어유희의 즐거움과 함께 한글의 변화무쌍한 신비로움을 온몸으로 체험할 수 있다.


이 책은 어린이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창의적인 한글놀이를 제안한다. 동시집 속의 입체적인 한글그림에 예쁜 색을 입히거나 자유롭게 선을 추가하는 그림놀이를 해 보자. 

 

어린이들은 한글그림을 요리조리 관찰하며 어느새 문자와 그림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놀라운 경험과 마주하게 될 것이다.


자연에서 사는 동물 친구들은 무슨 생각을 하며 어떤 모습으로 살아갈까. 책 속에서 자연의 다양한 동식물을 만날 수 있다. 

 

동시집 안에는 ‘캥거루’나 ‘뱀’, ‘토끼’, ‘사자’처럼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익숙한 동물들도 보이지만 ‘깽깽매미’, ‘배꼽달팽이’, ‘바다소’, ‘만두게’처럼 일상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낯선 이름의 동물들도 등장한다. 모두가 제각기 자기만의 통통 튀는 리듬으로 재치 있게 일상을 이야기한다.


자연 속 동물 친구들은 저마다의 유쾌한 사연과 기발한 생각을 속삭이며 자연의 아름다운 장면을 쉼 없이 보여 준다. 단지 글자 속에서만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어느 순간 글자 밖으로 폴짝 튀어나온다. 동시를 읽는 어린이들은 저도 모르게 물땡땡이들과 함께 춤을 추고 노래하며 그림을 그린다. 

 

책 속에는 야생의 산과 들, 바다를 넘나드는 은 다채로운 자연의 색감이 고스란히 깃들어 있다. 누구 하나 모자람 없이 존재 자체로 아름다운 동물들의 모습은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어린이의 맑은 눈망울을 닮아 있다.


「큭큭 스컹크」에 등장하는 스컹크는 단짝 친구와 같은 친근한 얼굴로 등장해 익살맞게 일상을 이야기한다. 오른편으로 시선을 돌려 ‘한글그림’을 살펴보면 그림 배경에는 한글 의성어가 반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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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큭큭’ 글자 사이로 자연스럽게 스컹크의 형태가 드러나며 독자 역시 ‘큭큭’ 따라 웃게 된다. 폭소를 유발하는 재미있는 내용의 동시를 읽는 동안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웃음소리가 주변을 가득 채운다.


스컹크와 같은 즐거운 모습의 동물뿐만 아니라 타인을 향한 호기심 가득한 ‘부엉이나비’ 같은 곤충도 볼 수 있다. 자기와 똑 닮은 부엉이를 보고 “넌 누구냐”고 묻는 ‘부엉이나비’처럼 아이들의 눈은 타인을 향한 호기심으로 가득하다. 

 

상대를 궁금하게 여기는 호기심의 태도는 관계의 시작이다. 자연은 저만치 떨어져서 각자 사는 혼자만의 세계가 아니다. 유기적으로 생명의 에너지를 주고받고 함께 존재하며 서로 어우러져 조화롭게 살아가는 세계이다.


하늘소는 바다소에게 “혼자만 먹지 말고/ 나한테도 바다풀 보내” 달라며 편지한다. “조약돌이 아름다운 강”으로 발길을 옮기면 꼬마하루살이들이 또래끼리 오순도순 모여서 살고 있고, 비가 오는 날이면 우산이끼들은 “너 우산 있니/ 나 우산 있어”라고 말하며 서로의 안부를 챙긴다. 시인은 놓친 고기 때문에 우는 가마우지에게 “네가 우니까 나도 슬퍼”라며 가만가만 위로를 건넨다.


이처럼 동시를 읽는 동안 독자는 『물땡땡이들의 수업』의 리드미컬한 운율에 빠져들어 페이지마다 웃음을 터트리고 때로는 속 깊은 위로를 받게 된다. 

 

그 안에서 우리는 생명체가 살아 숨 쉼을 느끼고 서로를 향해 자유롭게 소통하는 방법을 배운다. 자연 안에서 함께 살고 어울리며 하루하루 새롭게 태어난다. 『물땡땡이들의 수업』에서 이야기하듯 자연과 생명은 저마다 타고난 성품과 모습으로 살아가며 더할 것도 뺄 것도 없이 지금 이대로도 충분하다.


저자는 직접 그린 한글그림은 한글 텍스트를 그림의 재료로 활용하여 시각적인 효과를 높였다. 책 속 한글은 단순히 의미를 전달하는 문자 역할에 머무르지 않는다. 

 

어린이와 함께 즐기는 재미있는 ‘한글놀이’이자 문자와 그림이 결합한 새로운 형식의 종합 예술이다. 단어가 연속적으로 연결된 다양한 형태의 한글은 동시집에 등장하는 동물들을 감각적으로 표현하는 미술의 원료가 된다. 

 

하얀 종이 위에서 언어 규칙에 따라 가로로 나란히 배열되기만 했던 한글은 시인에 의해 새롭게 재창조된다. 작가가 의도한 순서에 맞게 조작되고 때로는 문자의 배열 형식을 파괴하며 동시 속에 머무르던 한글이 동시 밖으로 이동해 하나의 그림 작품으로 완성된다. 동시와 한글그림의 이 놀라운 조합은 독자의 시선을 끌고 흥미를 자극한다. 

 

특히 글자의 다양한 활용법을 익히고 언어의 구조를 배우는 어린이와 외국인에게 동시집 속에 등장하는 한글그림은 기발하고 재미있는 한글놀이의 다채로운 즐거움을 보여 준다.


한글로 조합된 판화 형태의 독특한 한글그림에 어린이 특유의 상상력을 추가한다면 아이들의 사고력은 무한히 확장될 것이다. 어린이들은 한글그림을 보며 자기만의 언어와 색깔로 마음껏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다. 

 

책 안에서 신나게 뛰놀며 한글그림에 새로운 선과 색을 추가해 자유롭게 표현하다보면 어린이들은 한글그림을 요리조리 관찰하며 어느새 문자와 그림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경험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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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 지리 여행 

최재희 지음, 북트리거 펴냄

 

'스타벅스는 깐깐하게 고른 최종 후보지에 매장을 내고도 더 치밀한 사후관리를 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하루에 몇 잔의 커피를 팔았는지, 어떤 커피를 어느 시간대에 더 많이 팔았는지, 해당 지역의 날씨와 판매된 음료는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지를 치밀하게 모니터링하죠. 한여름 날, 여러분이 스타벅스에서 구매한 얼음 알갱이로 가득 찬 프라푸치노 음료 한 잔은 해당 매장의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개발된 예상 메뉴일 수 있어요. 그런 면에서 손에 쥔 스타벅스 음료 한 잔은 ‘스타벅스의 자리’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첫 장 ‘핫 플레이스 그곳엔 꼭 스타벅스가 있다’ 편에서 저자는 가장 먼저 스타벅스 1호점을 찾아 나선다. 상징적인 의미를 지닌 매장, 사업의 성공과 실패를 판가름해 줄 정도로 중요한 매장인 1호점을 스타벅스는 어디에 열었을까.

 

유동인구가 많은 종로나 명동 같은 곳을 두고, 스타벅스가 선택한 장소는 의외로 이화여자대학교 앞이었다. 저자는 첫 여행지를 스타벅스 1호점인 ‘이대R점’으로 정하고 오랜만에 이대 앞을 찾는다.


1990년대 서울 최고의 상권 중 하나로 이름을 날렸던 이대 상권. 저자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의 직격탄을 맞아 패션의 메카에서 오피스텔의 메카로 변모한 이대 앞 거리를 거닐며 이대 상권의 역사를 되짚는다. 

 

이어 1999년 스타벅스가 왜 이곳을 1호점의 자리로 낙점했는지,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으로 인한 변화에 스타벅스는 어떻게 대처해 나갔는지 이야기한다.


이대R점에 이어, 저자는 홍대역8번출구점으로 자리를 옮긴다. ‘홍대역8번출구점’이라는 특이한 매장명이 지닌 의미와 함께 홍대 상권과 신촌 상권의 관계를 알아본다. 한편 홍대입구역이 서울 한강 이북에서 가장 이용객이 많은 역이라면, 한강 이남에서 가장 이용객이 많은 역은 강남역이다. 

 

저자는 강남역 사거리에 있는 ‘강남R점’을 찾아가 스타벅스 입점과 유동인구의 상관관계를 살펴보고, 유동인구가 많은 자리가 곧 스타벅스의 자리임을 확인한다.


두번째 장 ‘새롭게 탄생한 공간_ 스타벅스, 공간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하다’에서는 허허벌판에 새롭게 만들어진 도시 공간을 찾아가, 그곳에 입점한 스타벅스가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알아본다. 

 

지금 대치동은 ‘사교육 1번지’로 불리며 전국적으로 모르는 사람이 없는 동네가 되었지만, 50년 전만 해도 이곳은 큰비만 내리면 상습적으로 침수되는 저습지에 불과했다. 

 

강남이 개발되면서 이 저습지에 대단지 아파트가 들어섰고, 대치동 학원가가 형성되었다. 이곳에 위치한 ‘대치은마사거리점’은 학원가에서 카페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잘 보여 주는 상징적인 곳이다.


치악산 자락에 자리 잡은 원주혁신도시는 자연과 도시가 아름답게 조화를 이룬 미래형 도시다. 원래 지방 소도시에서는 스타벅스를 거의 찾아볼 수 없지만, 흥미롭게도 혁신도시에는 대부분 스타벅스가 입점해 있다. 

 

저자는 ‘원주반곡DT점’을 찾아가 혁신도시란 무엇이며, 혁신도시에 스타벅스가 입점하는 이유에 대해 알아본다. 이어서 인천 송도국제도시에 있는 ‘송도컨벤시아대로DT점’으로 떠나, 갯벌 매립과 지구온난화, 기후변화에 민감한 커피 산업의 관계에 대해 생각한다.


세번째 장 ‘암석이 만든 자리_ 스타벅스와 함께하는 여행은 즐겁다’에서는 산과 섬에 있는 스타벅스를 찾아가 한반도를 구성하는 암석과 산맥에 대해 살펴본다. ‘문경새재점’은 소백산맥을 가로지르는, 해발고도가 642m나 되는 고갯길인 문경새재에 위치해 있다. 

 

문경새재점을 찾아가 문경새재에 얽힌 이야기와 소백산맥이 만들어지는 과정 등을 알아보며, 문경 시에도 없는 스타벅스가 문경새재에 있는 이유가 무엇인지 생각해 본다.


문경새재점에 이어 저자는 화강암과 인연이 깊은 ‘대구팔공산점’을 찾아간다. 대구팔공산점에서 굽이굽이 물결치는 산들을 바라보며, 팔공산이 형성되는 과정과 화강암 산지의 특징 등을 이야기한다. 

 

한 달 살기를 하기 위해 찾은 제주에서는 ‘제주애월DT점’을 방문해, 제주 한정 메뉴를 먹으며 제주도의 지형을 살펴본다. 당근 현무암 케이크에서는 제주도 기반암과 당근 농사의 관계를 생각하고, 오름 치즈 케이츄리에서는 오름의 형성 과정과 특징을 떠올린다.


네번째 장 ‘하천과 바다_ 그림 같은 풍경에 스타벅스를 더하다’에서는 하천이나 바다 근처에 있으면서 지리적으로 의미가 있는 스타벅스를 소개한다. 그림 같은 전망으로 개점 당시부터 큰 화제를 모은 ‘더양평DTR점’의 창밖 풍경은 흥미로운 점이 많다. 

 

아름다운 능선을 가진 산지 사이로 유유히 흐르는 푸른 남한강, 수풀이 우거진 모래섬은 더양평DTR점의 매력을 배가시키는 지리적 요소들이다.


바다가 바라다보이는 ‘울산간절곶점’은 겨울철 우리나라 육지에서 가장 먼저 해가 뜨는 울산광역시 울주군의 간절곶에 있다. 저자는 울산간절곶점을 찾아가 곶과 해안단구의 조합이 얼마나 등대와 어울리는 자리인지 살펴보고, 곶과 해안단구가 형성되는 과정을 알아본다. 

 

마지막으로 ‘군산대점’을 방문해 간척이 군산의 지형을 어떻게 바꿨는지 돌아보고, 새만금 사업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본다.


1999년, 우리나라에 첫 매장을 낸 스타벅스는 2021년에 연 매출 2조 원을 돌파하면서 국내 커피 전문점 가운데 매출과 수익성 면에서 압도적인 1위 자리를 굳히고 있다. 

 

이러한 스타벅스의 독주를 바라보는 시선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한편에서는 스타벅스의 사업 수완을 높이 사는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주변 영세 커피점의 매출에 직격탄을 날린다며 비판한다.

 

‘스타벅스 지수’, ‘스세권’ 같은 단어가 일상적으로 쓰이는 지금, 저자는 스타벅스의 독주가 지닌 의미를 살피기 이전에 어떻게 그것이 가능했는지부터 알아봐야 한다고 말한다. 스타벅스가 얼마나 유동인구를 따지고, 자연경관에 신경 써서 입지를 정하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는 것이다. 

 

“압도적인 매장 수로 공간을 점유해 가고, 전용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하는 사람만도 1000만 명에 육박하는 시점”에서 스타벅스의 자리를 따져 보는 일은, 곧 공간의 가장 효율적인 입지가 무엇인지를 알아 가는 과정이나 다름없다. 

 

길거리를 지나가다 스타벅스를 발견하고, ‘이런 곳에 왜 스타벅스가 있을까’라는 생각을 한 번이라도 해 본 적이 있다면, 이 책이 던지는 메시지는 실로 크다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