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와 진단] "전세계 야생동물 개체군 1970년 이후 69%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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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와 진단] "전세계 야생동물 개체군 1970년 이후 69% 줄었다"

1970년부터 2018년까지 연구 자료 담은 ‘지구생명보고서 2022’ 발간
조사 개체군 규모 평균 2/3↓.. 담수생물종 개체군 감소세 83%로 가장 심각
WWF, COP15서 ‘파리협정’에 준하는 ‘생물다양성 보전 합의안’ 마련 촉구

  • 한주연 82blue@hanmail.net
  • 등록 2022.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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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데일리] WWF(세계자연기금)이 전 세계 야생동물(포유류, 조류, 양서류, 파충류, 어류) 개체군이 지난 반세기 동안 69% 감소했다고 13일 '지구생명보고서 2022(Living Planet Report 2022)'를 통해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자연이 현재 심각한 위기 상태에 처해 있다고 증명하고 있으며, 생물다양성 감소 추세를 되돌리기 위해 정부, 기업, 모든 시민이 근본적 변화를 이끌어내는 긴급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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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처포지티브 그래프

 

 

지구생명보고서는 WWF와 런던동물학회(Zoological Society of London, ZSL)가 공동 연구를 통해 발간한 보고서로 생물다양성 상태와 생태계의 건강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인 지구생명지수(Living Planet Index, LPI)를 담고 있다. 

 

LPI에 따르면 전 세계 5230종의 생물종을 대표하는 3만 1821개의 개체군을 대상으로 한 이번 조사에서 1970년부터 2018년까지 야생동물 개체군의 규모가 평균 69% 감소했다.

 

특히 열대 지역에서 관찰된 야생 척추동물 개체군이 급격한 감소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 세계에서 손꼽힐 정도로 생물다양성이 풍부한 지역인 열대 지역의 감소세는 자연 생태계가 처한 위기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아마존 등 열대 지역이 분포되어 있는 라틴아메리카 및 카리브해 연안은 야생동물 개체군의 규모가 평균 94% 감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체 조사 대상 중 가장 심각한 감소 추세를 보인 집단은 담수 생물종 개체군이었다. 이들은 생애주기보다 짧은 기간 동안 평균 83% 감소했다.


LPI는 대상 생물종 집합의 구성이 매번 각각 다르기 때문에 연도별 개별 LPI 간의 직접적인 비교는 불가능하다. 또 1970년 기준선(baseline)은 관찰 지역마다 유의성(significance)이 다르다. 유럽과 북아메리카 지역의 생물종 및 서식지는 1970년 이전에도 수십 년간 압력(pressure)을 받아 왔다. 

 

따라서 해당 지역의 개체군 규모 감소가 비교적 급격한 추세를 보이지 않더라도, 이들 지역의 생물다양성이 더 온전한 상태에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보고서에 수록된 ‘생물다양성 온전 지수(Biodiversity Intactness Index)’에 따르면 유럽은 생물다양성 온전성이 지극히 낮은 지역 중 하나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로 열대 지역은 기준선 설정 연도인 1970년 당시 생물다양성이 상대적으로 더 온전한 상태였겠지만 이후 생태계가 다른 지역보다 더 빠르게 변화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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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에서 포착된 벵갈호랑이 어미와 새끼 ⓒWWF

 

 

LPI는 자연의 건강 상태에 대한 조기 경보 시스템과 같은 역할을 한다. '지구생명보고서 2022'에서는 2020년판 발간 이후 838종의 생물종과 1만1000여 개의 개체군이 데이터베이스에 신규로 추가돼 총 3만2000여 개에 이르는 생물종 개체군을 분석했다. 

 

보고서에서는 생물종이 서식 환경에서 생물다양성 손실과 기후변화로 인한 압력에 어떻게 반응하고 있는지 종합적으로 진단하고 있으며, 인간이 생물다양성에 미치는 영향을 자세히 다루고 있다.

 

LPI 분석 대상 생물종 가운데 브라질 아마조나스주에 있는 ‘마미라우아 지속가능발전 보호구역(Mamirauá Sustainable Development Reserve)’에 서식하는 아마존강돌고래(Amazon pink river dolphin)는 1994년부터 2016년까지 개체군 규모가 65% 감소했다.  

 

콩고민주공화국(DRC)의 ‘카후지-비에가 국립공원(Kahuzi-Biega National Park)’에 서식하는 동부저지대고릴라(eastern lowland gorilla)는 1994년부터 2019년까지 개체 수가 80% 줄어든 것으로 추정되며, 호주 바다사자 새끼의 개체 수는 1977년부터 2019년까지 6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적인 야생동물 개체군 감소의 주된 요인은 서식지 황폐화 및 감소, 과도한 자원 이용, 침입종 침입, 환경오염, 기후변화 및 질병인 것으로 나타났다. 

 

요인 중 일부는 아프리카와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야생동물 개체군 규모가 각각 66% 및 55% 감소하게 된 직접적인 원인으로 작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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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고 비룽가 국립공원의 마운틴고릴라 ⓒWWF

 

 

개체군의 약 76%가 감소한 회유성 어종의 사례를 보면, 서식지 감소와 이동 경로를 막는 장애물 관련 요인이 절반 정도를 차지했다.


WWF-international 마르코 람베르티니 사무총장은 “지구생명보고서는 ‘기후위기’와 ‘생물다양성 위기’라는 상호 연결된 위기와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충격적인 수치 자료를 제시하고 있다”며 “자연의 손실 추세를 회복으로 전환하고 사람과 자연이 함께 번영하는 ‘네이처 포지티브(Nature-positive)*’미래를 구현하려면 시스템 차원의 근본적 변화를 이끌어 내야 한다”고 말했다.

 

런던동물학회(ZSL) 자연보전·정책국장인 앤드류 테리(Andrew Terry) 박사는 “세계 경제의 절반 정도와 수십억 명의 인구가 자연에 직접적으로 의존하고 있다”며 “심각해지는 기후 및 환경 위기와 더불어 공중보건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생물다양성 감소를 막고 생태계를 회복시키는 일을 최우선 글로벌 의제로 다루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구생명보고서는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 감소’라는 이중의 위기를 완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자연보전 및 회복 노력의 확대, 지속가능한 식량 생산 및 소비, 모든 부문에 걸친 신속하고 철저한 탈탄소화를 제안하고 있다. 또 전 세계 원주민과 지역공동체의 권리, 거버넌스 및 자연보전 리더십을 인정하고 존중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WWF는 올해 12월 개최 예정인 제15차 유엔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CBD COP15)에서 국제 사회가 기후 문제를 다루는 ‘파리협정’과 같은 범지구적 합의를 만들 것을 촉구하고 있다. 

 

람베르티니 사무총장은 “COP15는 각국 정부가 사람과 자연 간의 단절된 관계를 회복하고, 생물다양성을 보전할 수 있는 과감한 합의를 만들어낼 기회”라면서 “자연 손실을 유발하는 부문의 근본적 변화와 개발도상국에 대한 재정적 지원 등을 통한 즉각적인 실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WWF-Korea 홍윤희 사무총장은 “지구생명보고서의 결과는 자연을 한계 이상으로 이용해온 현재의 경제 시스템에 대한 경고”라며 “지속가능한 생산 및 소비 방식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정부뿐 아니라 기업, 소비자의 변화도 반드시 동반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이 의장국인 제15차 유엔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COP15)는 오는 12월 7~19일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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