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구촌은 지금] 북유럽 순환경제의 현주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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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구촌은 지금] 북유럽 순환경제의 현주소는?

'북유럽 순환경제 표본' 네덜란드, 2050년까 100% 순환경제 목표
지속가능한 원자재 사용·순환형 생산방법·제품설계 등 개발 박차
정부, 순환경제 프로젝트 연금 조성 등 관련법 제정으로 발판 마련
지역사회, 다양한 재활용·업사이클링 실천 활동으로 괄목 성과 이뤄

  • 이종은 sailing25@naver.com
  • 등록 2022.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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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데일리] 순환경제(Circular economy)는 ‘자원채취-대량생산-폐기’가 중심인 선형경제의 대안으로 제안된 개념으로, 소비된 자원과 에너지 회수, 폐기물 이용, 재활용품의 시장 진입 독려 등 자원의 선순환을 통해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친환경 경제 모델을 뜻한다.


기존 생산공정을 수정해 오염물질을 가장 적게 발생하도록 하는 공정의 개발, 신재생 에너지 활용, 폐기물을 가공해 제2의 생산품을 만들어 내는 등 매우 다양한 방법으로 순환경제가 스며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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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북유럽 순환경제의 표본'으로 불리는 네덜란드는 오는 2050년까지 자원의 낭비를 없애고 지속적인 활용이 가능한 100% 순환경제 실현을 목표하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 일례로 네덜란드는 지난 2010년 가정용 쓰레기의 재활용 비율 51%를 달성해 유럽연합(EU)의 2020년 재활용률 50% 목표를 조기에 달성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유럽연합의 평균 재활용률은 35%였음을 감안한다면, 재활용에 많은 사회적 관심을 가지고 있는 대표적인 나라로 자리매김했다.

 

네덜란드 정부는 기존 생산공정에 있어 보다 효율적으로 활용해 원자재 사용을 줄이고, 새로운 소재가 필요하면 접근이 쉬운 원자재 또는 지속가능한 원자재를 사용하며, 순환 형태의 생산방법과 제품설계를 개발한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일반적으로 기업의 순환 경제 실현은 단순히 자원의 재활용률을 높이는 것으로 충분하지 않다. 제품의 설계 단계에서부터 사용이 완료된 이후 쓰임을 생각해 더 이상 한정된 자원이 소모적으로 활용되지 않도록 하는 데 있는 것이다. 시장에서도 자원순환형 제품에 대한 수요와 공급이 증가해야 장기적인 순환경제 실현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코트라 암스테르담무역관에 따르면 업사이클링 기업인 스톤사이클링(StoneCycling)은 탄소 저감을 위해 건설 분야에서 배출되는 폐기물을 다루고 있다. 건설과 철거 잔해는 세계 최대의 폐기물 흐름 중 하나인데, 유럽에서는 전체 폐기물 흐름의 약 30%가 이에 해당한다. 

 

스톤사이클링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속가능한 건설에 중점을 둬 건설 폐기물로 만든 벽돌을 생산 중이다. 이같은 건설 자재를 '폐기물벽돌(WasteBasedBricks)'이라고 한다. 회사는 다양한 종류의 폐기물벽돌을 만들어 냄으로써 건설 폐기물로도 품질 좋고 아름다운 건축물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데, 현재까지 약 849톤의 건설 폐기물을 업사이클링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치파이어트(Dutchfiets)은 100% 재활용 가능한 플라스틱으로 자전거를 제조하는 기업이다. 생산과 조립 등 모든 과정에서 재생 에너지가 활용되는데, 이 순환형 자전거는 폐기물이 되지 않는 자전거를 개발하겠다는 취지에서 개발됐다. 첫선을 보인 제품은 지난 2016년 출시돼 6일 만에 100대 이상 판매되는 흥행을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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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치파이어트의 자전거 제품 ⓒ코트라(자료=dutchfiets.nl)

 


왈틱웨이(Waltic Way)는 비닐봉지로 손목시계를 만들어 폐기물 감축에 앞장서는 현지 기업가가 운영하는 업체다. 비닐봉지는 물질 밀도가 낮고 투명성이 낮아 바다생물에게 치명적이고 다른 물질보다 미세플라스틱을 많이 만들어내 세계에서 가장 유해한 플라스틱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이 회사는 아르헨티나의 오염된 강에서 지역 파트너의 도움으로 비닐 봉지를 회수한 후 이를 시계의 부품으로 제조한다. 아울러 회사의 탄소 발자국 균형을 맞추기 위해 나무를 적극적으로 심고 있다. 시계 제품은 재활용된 비닐봉지로 만들어진 최초의 손목시계로 유명하다. 


질트(Zsilt)는 도로변 말뚝과 같은 플라스틱을 재활용해 고품질 제품을 만든는 기업이다. 가정에서 나오는 플라스틱 폐기물을 분리하는 과정에서 폴리프로필렌(PP) 잔여물이 발생하는데, 이 재활용 PP 잔류는 어린이 장난감에 적용되는 EU 지침 인증을 거쳐 주조 공정에서 다시 채색된 뒤 완전 순환 제품으로 완성된다. 장난감은 내구성이 좋아 오래 쓸 수 있고 향후 다시 재활용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네덜란드 중앙정부는 물론 지방정부 차원에서도 순환경제 실현을 위한 다각적인 노력을 보여주고 있어 주목된다. 현재 정부는 관련 정책을 통해 순환경제 구축을 적극 장려하고 있다. 네덜란드 정부는 순환경제 프로젝트를 위한 다양한 연금 조성뿐만 아니라, 관련법 제정과 개정을 통해 순환경제 전환에 필요한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 


네덜란드는 모든 폐기물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고 있다. 정부는 2017년 1월 기준 기업들에게 폐기물 1000kg당 13.11유로의 세금을 부과하고 있으며, 폐기물의 종류에 따라 세금이 조정된다.


기업이 자체 소각시설이나 매각시설을 가지고 있다면 자체 처리한 쓰레기량을 종합해 국세청에 보고하고 세금을 납부해야 한다. 암스테르담 시에서는 1인가구 기준 연간 235유로, 다가구 기준 313유로의 쓰레기세를 부과하는데, 그 외 지역들은 지역별 기준으로 폐기물에 대해 과세가 적용된다. 


네덜란드 정부는 음료포장지의 수거를 통해 연간 추가적으로 가구당 6kg의 폐기물이 감축될 것으로 보고 있다. 2015년부터 일부 지방정부의 음료포장지 분리수거 실천으로, 이미 80%의 재활용률을 달성한 지역도 있다. 지방정부들은 종이와 플라스틱+캔, 정원폐기물+식물을 분리할 수 있는 재활용분리수거 함을 무료로 제공하면서 재활용률을 더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네덜란드는 2050년까지 완전한 순환경제 달성을 위해 원자재 사용의 최소화와 상품 재활용의 최대화에 집중하고 있으며, 도시광산 개발이 활발히 진행 중이다. 도시광산은 일반제품이나 가전제품, 건물의 폐기물에 남아있는 자원을 추출해 다시 사용하는 개념이다. 최근 10년 동안 네덜란드에서는 연 4000톤 규모의 전자제품 재활용이 이뤄졌고 지금은 8만톤 규모로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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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폐기물 재활용 외에 순환건물(Circular Building)에 대한 연구도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순환건물이란 건축폐기물 배출을 최소화한 설계와 재료 사용으로, 건물 철거 이후에도 건축자재들을 다시 재사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전체 일반폐기물 가운데 40% 정도가 건축폐기물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순환건물 분야 활성화로 재활용 시장에 5만4000여 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생기는 것은 물론 건축폐기물도 줄어들 전망이다. 


이 밖에도 네덜란드 각지에서는 크고 작은 재활용과 업사이클링 프로젝트들이 다양한 방식을 이뤄지고 있다.


네덜란드의 한 슈퍼마켓은 2017년 'I recycle blik'라는 이벤트를 열어 캔을 재활용한 소비자들에게 자전거를 경품으로 주는 행사를 전국적으로 진행했다. 한 패션의류회사는 청바지를 부분적으로 해양플라스틱 쓰레기를 이용해 제작함으로써 순환경제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다.

 

다만 네덜란드 평균 재활용률은 51%를 달성했으나 암스테르담 시에서 재활용률은 아직 27%에 머물고 있다. 이에 민간단체를 주도로 한 지역단위의 재활용 프로그램으로 시민들의 적극적인 재활용 참여를 활성화시키고 있다. 시민들의 자발적인 프로그램은 친환경경제와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고 있다는 평가다. 


네덜란드뿐만 아니라 유럽 전역에서 친환경 제품에 대한 수요가 점차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일반 소비자들이 환경보호에 관해 더욱 알게 되고 친환경제품과 일반제품의 품질 격차가 줄어들면서 친환경 제품을 선택하는 소비자들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암스테르담무역관은 "에너지 사용진단 서비스, 친환경 청소서비스, 가정용 태양광 발전기, 재활용산업 등의 분야가 앞으로 더욱 성장할 것으로 보이다"면서 "사용한 자사제품을 다시 수거하고 소비자에게 경제적 혜택을 주는 마케팅은 기업의 친환경 이미지 향상뿐만 아니라 기존의 고객을 충성고객으로 만들 수 있는 효과적인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