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uest-Hows] "낭비 없는 물건 만들기에 열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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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uest-Hows] "낭비 없는 물건 만들기에 열심입니다"

속도·효율 중시하는 시대, 반대 방향으로 나가는 미나가와 아키라
자연 모티브로 한 무늬, 간결함에 위트 더한 감성 디자인에 매료돼
옷 제작시 나오는 자투리 활용한 패치워크 방식 ‘piece,’ 시리즈 각광
"소재를 낭비하지 않는 건 노력을 낭비하지 않는 것" 디자인 철학 눈길

  • 이은진 press9437@gmail.com
  • 등록 2022.09.08
  • 댓글 0
[지데일리] 사람들은 낡은 것, 오랜 시간 사용해 손때가 묻은 것, 긴 세월 이름을 지켜온 것들에 끌리는 경향이 있다. 이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역사가 담겨 있기 때문으로, 낡은 것들이 현대의 시간 속에서 조화를 이루며 존재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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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xabay

 

 
자연을 모티브로 한 무늬, 간결함에 위트를 더한 감성적인 디자인으로 유명한 ‘미나 페르호넨’. 핀란드어로 미나는 ‘나’ 페르호넨은 ‘나비’를 뜻하는 브랜드명에서 알 수 있듯 나비의 아름다운 날개와 같은 도안을 만들고, 나비가 춤추며 날아가듯이 세계의 곳곳에서 미나 페르호넨의 디자인을 선보이고 싶다는 바람에서 시작됐다.
 
미나 페르호넨을 창업한 미나가와 아키라는 손으로 그린 도안에서 탄생한 독창적인 천, 유행에 흔들리지 않는 수명이 긴 디자인, 천을 만들고 옷을 봉제하는 공장과 함께 성장한다는 정신으로 패브릭과 의류, 디자인 소품과 인테리어까지 영역을 넓혀가고 있는 인물이다. 
 
그는 트렌드를 따르기보다는 사람들에게 좋은 기억을 만들어주는 옷은 무엇일까 끊임없이 고민하고 노력한다. 
 
속도와 효율만을 중시하는 시대에 오히려 반대 방향으로 나아가는 미나가와 아키라의 모습은 ‘일하는 기쁨’, ‘좋아하는 일을 오래 해나가는 힘’, ‘협업을 통한 유연한 창작 태도’ 등에 대해 구체적이고 생생한 모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그는 수입가구상을 운영하던 외조부모님 덕에 어린 시절부터 북유럽과 이탈리아의 가구를 접할 수 있었고, 그곳에서 밝고 거침없는 디자인의 핀란드 브랜드 마리메꼬(marimekko)를 알게 된다. 
 
핀란드와 스웨덴에서 만난 사람들의 모습과 그들의 삶에 녹아 있는 디자인의 관계성에 매료돼 일시적으로 소비되는 디자인이 아니라 오래전에 만들어진 것이라도 좋은 물건이라면 변형하지 않고 계속 생산해내는 정신의 가치를 발견하게 된다. 

2003년 브랜드 이름을 ‘미나 페르호넨(mina perhonen)’으로 변경하는데, 핀란드어로 페르호넨은 ‘나비’를 의미한다. 
 
나비의 날개 무늬는 놀라울 정도로 다채롭고 저마다의 멋이 있다. 나비의 아름다운 날개와 같은 도안을 만들고, 나비가 춤추며 날아가듯이 세계의 곳곳에서 미나 페르호넨의 디자인을 선보이고 싶다는 바람을 담아냈다. 
 
미나 페르호넨은 긴 시간이 흘러도 퇴색되지 않도록 몇 년 전 구입한 옷을 기꺼이 수선해준다. 손님이 미나 페르호넨의 옷을 오래 입어주는 것 자체가 자랑이기도 하며, 미나 페르호넨의 옷을 입은 기억이 옷과 함께 남기를 바라는 마음에 기인한다. 
 
손으로 쓸면 느껴지는 자수의 울퉁불퉁하고 딱딱한 표면, 미나 페르호넨의 가방에 소중한 것을 넣고 거닐던 거리의 풍경과 그때의 기분은 그 사람에게 오래도록 ‘좋은 기억’으로 남을 만하다. 다음은 미나가와 아키라와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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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가와 아키라

 

 
- 미나 페르호넨이라는 브랜드의 탄생 배경은
▲ 1995년 5월 22일 브랜드를 시작하겠다고 결심한 후 혼자 힘으로 시작하게 됐다. ‘적어도 100년 이어질 브랜드’를 만들자는 생각에 핀란드어로 ‘나’라는 의미의 ‘mina’로 지었다. 이 이름이라면 나의 뒤를 이어나갈 사람에게도 이 브랜드가 ‘나’라는 의미를 갖게 될 것이고, 옷 역시 만든 디자이너의 것이 아니라 입는 사람에게 ‘나’의 것이 되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 패션 외 의자, 숙박업소 등 다양한 분야로 확장하게 된 계기는
▲ 먼저 텍스타일이라는 것 자체가 다양한 분야에 활용하기 좋았다. 다양한 아이템을 만들 때마다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텍스타일용 도안으로 텍스타일 이외의 소재인 문구나 도자기 등을 만들기도 했다. 그때의 상황이나 환경, 시기, 아이템의 종류 등을 고려해 적절하게 만드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해왔다. 

- 다른 회사와 함께한 기억에 남는 협업은
▲ 덴마크의 섬유회사인 크바드라트사에 디자인을 제공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협업하기 이전부터 아르텍, 프리츠 한센 등의 인테리어를 통해 크바드라트의 텍스타일을 보고 그 우수성을 느꼈기 때문이다. 덴마크에 있는 본사를 방문했을 때는 훌륭한 장소에 있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멋진 디자인을 만들기 위해 좋은 환경에서 일한다는 그들의 의식에도 감명을 받았다.
 
- 낭비 없는 물건 만들기를 통해 새로운 가치를 탄생시키고 있는데
▲ 옷을 만들 때 나오는 자투리를 활용해 패치워크 방식으로 만드는 ‘piece,’ 시리즈가 대표적인 제품다. 패치워크 방식이라 같은 모양이라도 무늬를 나타내는 방식이지만 텍스타일의 조합이 제품마다 다르기 때문에 이를 선호하는 이들이 많다. 자투리 역시 중요한 소재로 꼽히는데, 소재를 낭비하지 않는다는 것은 그 소재를 만들 때 들인 노동력이나 궁리하는 노력을 낭비하지 않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