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RE:포트-지속가능성을 묻다] <4>경제성장과 환경보존은 공존 가능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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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RE:포트-지속가능성을 묻다] <4>경제성장과 환경보존은 공존 가능할 것인가

팬데믹은 일상이 됐고 지구 곳곳에 대규모 산불과 긴 장마가 이어지고 있으며 야생생물 개체수는 40년 전에 비해 3분의 2가 줄었다. 세상이 바뀌고 있다. 전 분야에서 패러다임이 전환하고 있다. 당장 내일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는 불확실한 시대다. 지구 아니면 갈 곳 없는 인간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본지는 지구라는 전체적인 관점에서 인류가 당면한 지속가능성의 현재와 미래를 진단하고 해법을 알아본다. <편집자주>

  • 이종은 sailing25@naver.com
  • 등록 2022.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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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데일리] 사람들이 의식 있는 기업의 제품만을 선택한다면 세상을 구하는 데 동참할 수 있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물론 나아진 측면이 없지는 않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환경을 위하는 것처럼 보이는 세계의 다른 편에선 파괴가 빠르게 진행 중이다. 
 
지난 1980∼2010년 전 세계적으로 소비한 생물, 광물 원자재, 화석 연료의 양은 400억 톤에서 800억 톤으로 2배 증가했다. 이젠 석유 생산의 정점을 일컫는 ‘피크 오일’을 더 이상 언급하지 않는다. 숲은 1분마다 축구장 36개만큼 파괴되고 있는 중이며, 동물은 매년 5만8000종이 사라지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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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성장을 막을 경우 2050년 경에는 기후 변화를 일으키는 온실가스의 배출이 더는 늘지 않을 전망이지만, 지극히 비현실적인 대안이라는 시각이 보편적이다. 이에 원자재 사용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만이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사용되는 원자재 단위당 생산되는 상품의 수를 크게 증가시켜야 한다. ⓒpixabay

 

 
비옥한 땅은 매년 240억 톤이 유실되고 있는 상황이다. 굶주리는 사람의 수는 8억1500만명으로 늘어났다. 굉장히 많은 식품을 생산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20억명이 영양실조로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가난한 사람과 부자의 간극은 이상하리만치 크게 벌어졌다. 
 
현대 사회에서 4600만명이 노예와 같이 힘겹게 일하고 있다. 전 세계에서 매일 최소 350만 톤의 쓰레기가 배출되는가 하면, 매년 1300만 톤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바다로 유입된다. 아울러 전 세계가 회의를 거듭하며 기후를 살리겠다고 다짐하지만 온실가스 배출은 줄어들 기미가 안보인다.

매해 전 세계에서 1000억 장의 의류가 생산되는데, 그 가운데 절반은 면으로 된 옷이다. 이를 위해 매년 전 세계 경작지의 2.4퍼센트에서 2600만 톤의 목화가 생산된다. 
 
하지만 목화 생산량 중 겨우 1퍼센트만을 생태적으로 재배된다. 70퍼센트는 유전자 조작을 하고 8000종의 다양한 농약을 살포해 재배하는 방식을 취한다. 
 
투입하는 모든 살충제의 25퍼센트와 모든 농약과 제초제의 11퍼센트는 목화를 심을 때 사용된다. 그 가운데 맹독성 제초제 파라콰트도 버젓이 있다. 잡초를 퇴치하는 화학 제품은 토양의 질을 떨어뜨리는 것은 물론 물에 독성을 띠게 하고 생물 다양성을 파괴하는 힘을 갖는다. 
 
이런 화학 제품은 목화 재배지에 사는 지역 주민을 병들게 하는 동시에 치명적인 중독을 일으키는데, 목화 재배만으로 1년에 20만 건 넘는 농약 중독이 발생하며 이로 인해 2만 명이 죽음에 내몰린다. 
 
티셔츠 한 장을 생산하는 데는 2700리터의 물이 들어간다. 청바지 한 장을 생산하가 위해서는 무려 8000리터의 물이 쓰인다. 목화 농장의 절반은 인공적으로 물을 대는 방식을 도입했다. 그 결과가 어떤지를 분명하게 보여주는 사례가 바로 중앙아시아의 아랄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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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산업이 바다를 구한다는 이들의 소식은 그린워싱에 불과하다. 바다에서 건져낸 플라스틱으로 만든다는 운동화는 아디다스가 매년 생산하는 3억 개 이상의 제품 가운데 0.5퍼센트를 차지할 뿐 실제로는 그 규모가 매우 적다고 할 수 있다.

 

 
지난 1960년대만 하더라도 독일 바이에른주만 한 면적이던 아랄해는 70퍼센트까지 물이 매말랐다. 이곳으로 흘러드는 강들로부터 물을 끌어들여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의 사막에 있는 목화 농장에 물을 공급해서다. 
 
한때 세계에서 네 번째로 컸던 내해가 고갈된 이런 현상은 인간이 초래한 가장 심각한 환경 재해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이른바 섬유 산업에 희생당한 것인데, 이는 무엇보다 섬유 산업이 환경 파괴의 세 번째 주범으로 간주되고 있어 충격을 주고 있다.
 
간혹 패션 산업이 바다를 구한다는 이들의 소식은 그린워싱에 불과하다. 바다에서 건져낸 플라스틱으로 만든다는 운동화는 아디다스가 매년 생산하는 3억 개 이상의 제품 가운데 0.5퍼센트를 차지할 뿐 실제로는 그 규모가 매우 적다고 할 수 있다. 

라틴아메리카에서 생산하는 대두의 98퍼센트는 사람의 위가 아닌 동물의 사료로 쓰인다. 전 세계에서 재배하는 모든 식물의 67퍼센트만이 인간의 식품으로 사용되고 나머지는 사료와 바이오 연료 등으로 쓰인다. 
 
미네소타대학의 연구에 의하면 만일 수확한 곡물을 식량으로 가공할 경우 40억 명에게 공급하는 것이 가능하다. 아울러 OECD 회원국이 고기를 지금보다 3분의 1만 적게 소비해도 독일만 한 면적이 만들어진다. 여기서 인간을 위한 식량을 충분히 생산할 수 있는 것이다. 
 
과거부터 지금까지 거의 10억 명의 사람이 굶주리고 있는 데 반해, 전 세계에서 도축하고 있는 200억 마리의 동물이 전체 수확 곡물의 절반을 먹는다. 사람이 아닌 동물의 사료로 쓰이는 100칼로리의 열량을 내는 유용 식물은 이러한 에너지의 3분의 1만 나오는 육류의 생산에 쓰인다. 
 
1킬로그램의 소고기를 생산하려면 7∼16킬로그램의 사료와 60만 리터의 물이 투입되는데, 이 외 직접적으로 배출되는 온실가스의 70퍼센트는 동물성 제품의 사육으로 인해 발생해 논란이 되고 있다.
 
독일에 있는 RWE의 화력발전소 30기는 2억5000만 톤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페루 전체의 교통과 전기, 방출되는 열기를 모두 합한 것의 5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유럽에서 이산화탄소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5곳의 갈탄 발전소 가운데 3곳이 에센에 본사가 있는 대기업에 속해 있다. 노이라트, 니데라우셈, 바이스바일러가 그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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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 있는 RWE의 화력발전소 30기는 2억5000만 톤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RWE가 발생시키는 오염 가스는 한정된 수준이지만 기후에 확실한 영향을 미치고 있으면 기온 상승에 기여하는 부분을 계산할 수 있다.

 

 
갈탄 발전소에서 나오는 온실가스만으로도 RWE 혼자 전 세계 기후 변화의 0.5퍼센트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 한다. RWE가 발생시키는 오염 가스는 한정된 수준이지만 기후에 확실한 영향을 미치고 있으면 기온 상승에 기여하는 부분을 계산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유엔에 따르면 세계 인구는 오는 2050년이면 약 90억 명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2030년이면 세계적으로 국내총생산이 약 130퍼센트 가량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특히 중국·인도와 같이 이미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신흥 선진국은 그 수치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천연자원의 추출량이 50퍼센트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천연자원의 추출 뿐만 아니라 잔류 물질이나 유해 물질이 축적되는 것도 환경에 돌이킬 수 없는 해를 끼치고 있다. 이에 자원 추출량의 증가율과 동일한 비율로 생태계에 유해 물질과 쓰레기가 축적되고 온실가스 방출도 증가한다. 
 
그 결과 이제 지구온난화 사태는 기정 현실화가 된 처지다. 경제성장을 막을 경우 2050년 경에는 기후 변화를 일으키는 온실가스의 배출이 더는 늘지 않을 전망이지만, 지극히 비현실적인 대안이라는 시각이 보편적이다. 이에 원자재 사용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만이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사용되는 원자재 단위당 생산되는 상품의 수를 크게 증가시켜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는 경제성장과 자원 소비의 연관성을 낮춘다는 것으로, 기술혁신이나 소비자 행동의 변화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정치는 새로운 자원 절감 생산방식을 사용하도록 기업을 독려해야 하며, 이는 효율성 전략과 궤를 같이 한다. 
 
한편으로는 자원 집약적 제품을 자원 절감 제품으로 대체하도록 소비자를 설득해야 한다. 이는 이른바 충분성 전략으로, 경제적 전략과 정치적 규제 제도가 조화된다면 지금보다 더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룰 수 있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