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RE:포트] EU 전기차 충전 인프라 ‘양’보다 ‘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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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RE:포트] EU 전기차 충전 인프라 ‘양’보다 ‘질’

EU집행위, 2035년까지 신규 차량 탄소배출 완전 탈피 목표
'2050년 기후중립' 내연기관차서 전기차로 자동차 세대교체
EU 탄소제로 정책·전기차 전환 행보에 유럽 전기차시장 성장
충전 인프라 구축 확산 위해 공용 충전지점 확대 등 선과제로

  • 조신주 slide7@hanmail.net
  • 등록 2022.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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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데일리] 전세계 청정에너지 분야 가운데 전기차 시장만큼 역동적인 분야도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2022 글로벌 전기차 전망’에 의하면 지난해 전기차 판매는 전년 대비 두 배 증가해 660만 대라는 기록적인 성과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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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xabay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자동차의 세대교체를 예고하는 EU의 자동차 탄소배출 규정 개정안이 유럽 의회와 EU 이사회 각 기관에서 합의를 마치며, 최근 최종 입법을 위한 바탕이 마련됐다. 당초 산업계의 거센 반대가 있었으나 의회와 이사회 모두 신차의 탄소배출 금지에 동의해 최종 입법 과정을 거쳐 2035년부터 EU 역내 신규 내연차 판매가 금지될 것으로 보인다.

 

EU는 2009년부터 차량 배출목표규정을 통해 역내 신규 판매되는 차량의 탄소 배출을 규제하고 있다. 이에 집행위는 자동차 브랜드별 특성을 고려해 업체별 신차 배출 기준을 통보하고 있으며, 2022년 현재 역내 판매되는 신규 차량에는 95gCO2/km의 배출 기준이 적용되고 있다.


그러나 오는 2050년까지 기후 중립 달성을 목표로 하는 법안에 따라 집행위는 2035년까지 신규 차량의 탄소 배출량을 완전히 제거하는 개정안을 제안했다. 주요 자동차 생산국과 글로벌 제조업체의 거센 반대와 로비에도 불구하고 현재 이 법안은 유럽 의회와 EU 이사회에서 각각 합의됐으며, 앞으로 집행위, 유럽 의회, 이사회의 3자 협의를 거쳐 최종 발효될 전망이다.


이로써 오는 2035년부터 역내 신규 판매되는 모든 차량에는 탄소 배출이 금지될 전망이다. 또한 의회와 이사회 수정을 거치면서 기존 무공해 및 탄소 저배출 차량(ZLEV)에 대한 인센티브 메커니즘 종료에 대한 합의도 마련됐다. 다만 이사회가 하이브리드와 배출제로 연료 사용의 탄소 저감 효과에 대한 재검토를 요구 하고 있어 아직 추가적인 협의가 필요한 상태다.

 

현재 유럽에는 140만 대의 전기차가 운행 중이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오는 2030년까지 이 수치를 3000만 대까지 상향한다는 목표로, 자동차 제조업체의 탄소 저배출 차량 생산을 장려하고 충전 인프라 개발을 지원하는 등 '전기 e-모빌리티'의 확대에 힘을 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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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전기차 판매와 시장 점유율 ⓒVirta 충전 플랫폼

 

지난해 유럽연합이 합의한 경제회복기금 가운데 상당 부분을 많은 회원국이 전기차 충전 인프라 구축을 위해 배정했다. 같은 해 벨기에와 핀란드, 프랑스, 독일, 아일랜드, 이탈리아, 스페인, 스웨덴은 전기차 충전 인프라 네트워크 확장을 위해 추가 지원을 요청하기도 했다. 

 

특히 유럽의회와 EU 이사회는 2030년까지 승용차의 이산화탄소(CO2) 배출량 감축을 55%, 소형 상용차의 CO2 배출량 감축을 50%로 목표를 정했다. 이어 2035년까지 신규 차량에 대한 탄소배출 제로 달성 목표를 내용으로 하는 CO2 배출 규정 개정안에 동의했다.

 

코트라 브뤼셀무역관에 따르면 지난 2012년 전세계에서 팔린 전기차 수는 연간 12만 대에 그쳤으나 지난해 주간 전기차 판매 수는 이보다 높았다. 

 

지난해 전 세계 총 차량 판매 가운데 전기차 판매가 차지하는 비율은 거의 10%에 가까운데, 전 세계 도로를 달리는 전기차의 수는 1650만 대에 이른다. 현재까지 전기차 판매량은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데, 1분기 판매량은 200만 대수로 전년 동기간 대비 75% 늘어났다.

 

특히 최근 고유가 현상이 지속되면서 많은 사람이 전기차를 주목하고 있다. 코로나19 유행 이전과 비교해 여행 횟수가 현저히 줄어든 반면, 차량 소유에 대한 열망은 더 커진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이 가운데 차량 선택에 있어선 전기차가 소비자의 구매욕을 자극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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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전 인프라 주요 국가별 순위 ⓒ코트라(자료=ACEA)

 

다만 판매 측면에서는 아직 내연기관 차량에 비해 전기차 판매 수는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지만, 이런 현상은 조만간 역전할 것이란 전망이 대체적이다. 


오는 2025년엔 전 세계적으로 신차 5대 가운데 1대가, 2030년에는 신차 5대 가운데 2대 전기차가 될 전망인데, 유럽에서는 2035년부터 내연기관 신차 판매가 중단됨에 따라 앞으로 판매되는 신차의 100%는 전기차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EU의 탄소제로 정책과 전기차로의 전환 행보에 힘입어 유럽의 전기차 시장은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이는 앞으로 빠른 속도로 늘어날 충전 인프라 수요를 대비해야 하는 이유로 꼽힌다. 하지만 전기차 충전 인프라 시장이 이러한 빠른 수요를 맞춰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시각이 일반적이다.

 

전기차 구매에 대해 소비자들의 가장 큰 우려 사항은 바로 주행거리 불안이다. 현재 대부분 전기차는 완전충전으로 400km 이상을 주행할 수 있는데, 이는 다음 충전지점까지 도착할 때까지 남은 배터리가 부족해 느끼는 불안감에서 벗어날 수 있게끔 해줬다. 

 

국가별로 상황은 다르지만 유럽 내 공용충전지점 네트워크가 발달함에 따라 최근엔 거리에 전기차가 모습을 드러내고, 충전지점도 자주 눈에 띈다. 전기차 판매량의 지속적인 증가는 세계적인 현상이며, 특히 유럽에서의 판매량 급증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한 보고서에 의하면 지난해 기준으로 유럽에는 33만개 이상의 공용충전지점이 설치돼 있는데, 이 수치는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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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충전기별 성능 ⓒTRANSPORT&ENVIRONMENT

 

유럽의 전기차 충전지점은 네덜란드와 독일 두 국가에 집중돼 있다. 가장 많은 수의 충전지점 보유국인 네덜란드는 가장 적은 수의 충전지점 보유국인 키프로스와 약 1600배나 차이가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상 차량 최대 10대당 공용충전지점 한 곳 설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전기차 충전 인프라를 늘여야 한다. 오는 2025년까지 필요한 공용충전지점은 약 130만 곳, 2030년까지 약 300만 곳으로 유럽은 조만간 이 목표를 달성할 전망이다.


집행위는 지난 2020년 12월 지속가능 스마트 모빌리티 전략을 발표했는데, 이는 공용충전지점을 2025년까지 100만 곳으로, 2030년까지 300만 곳으로 늘리겠다는 게 핵심이다. 이 전략은 EU의 운송 시스템이 그린·디지털 전환을 달성하고 미래 위기 상황에 잘 대처할 수 있는 회복력을 기르는 방법에 대한 초석을 마련한다고 평가된다.


유럽연합은 2050년까지 탄소중립 달성을 목표로 여러 가지 법안을 제안한 바 있는데 그중 많은 법안이 모빌리티에 관한 것이라 눈길을 끈다.

 

집행위는 또 지난해 12월 건물에너지성능지침(EPBD) 개정안 제안을 도입했다. 이는 거주 건물, 비거주 건물의 구분 없이 건물에너지성능지침에 따라 신축 및 개조, 보수 중인 기축건물에 충전기 설치 또는 충전기 설치를 위한 배선 구축화 의무사항을 규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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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내 공용충전지점 ⓒTRANSPORT&ENVIRONMENT

 

이 외에 집행위가 2021년 7월 발표한 재생에너지 지침(RED) 개정안도 있다. 이는 공용충전지점 운영을 위한 연료로 신재생 전기를 제공하는 공급자들을 위한 새로운 인센티브 메커니즘을 구축해서 e-모빌리티 확산 촉진을 꾀하는 정책인데, 비공용 충전지점에 스마트 충전과 양방향 충전시설 설치도 제안한다.


현재 전기차 운전자의 패턴을 볼 때 많은 운전자가 가정과 직장에서 주로 충전하는 경향을 보인다. 다만 전기차 충전 인프라 구축 확산을 위해선 공용 충전지점을 늘려야 한다는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장거리 여행을 가능하게 하고 충전 시간을 줄일 수 있는 급속 충전지점을 늘려 더 많은 운전자가 충전지점을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게 핵심이다.


전 세계적으로 충전 인프라 면에서는 지금까지 국가별 공용충전지점의 수에 집중하는 단계이지만, 앞으로는 ‘양’ 뿐만이 아니라 ‘질’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에 전기차, 충전 인프라 부품 제조사 등 충전 인프라 관련 기업들은 충전 인프라 현황은 물론 배터리와 충전 기술 발전도 눈여겨봐야 할 필요가 있음이 제기된다. 더불어 EU의 주요 정책과 국가별 인센티브 제도들과 투자 현황을 면밀히 분석해야 한다는 견해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