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의 가볍게산다] '지금보다 넓은 집'이라는 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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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의 가볍게산다] '지금보다 넓은 집'이라는 환상

[지데일리] 흔히들 ‘집안일은 끝이 없다’고 한다. 청소, 빨래, 설거지는 무한반복이며 점점 늘어가는 옷과 살림살이는 옷장과 베란다에 가득 쌓여 철마다 치워도 이내 다시 산처럼 쌓이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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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xabay


이사 또한 마찬가지다. 버릴 건 다 버렸다고 생각했는데 순식간에 몇 톤짜리 차량이 물건으로 가득 찬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 이사의 목적은 가족들이 ‘더 즐겁게 살 수 있는 집’이 아니라 가구와 짐을 더 많이 수납할 수 있는 ‘지금보다 넓은 집’이 돼버린 지 오래다. 이처럼 언젠가부터 우리는 ‘집’이라는 공간을 사람이 아닌 물건들에게 내어주고 말았다.


그렇지만 최근 몇 년 새, 많은 물건과 정리정돈의 압박에서 벗어나 꼭 필요한 것만 소비하며 자신의 삶 자체에 집중하는 것에서 행복을 찾는 사람들이 늘면서 불필요한 물건을 줄이고 최소한의 물건만으로 생활하는 ‘미니멀 라이프’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예쁘고 멋진 물건들을 채워 집을 꾸미는 센스보다 나와 가족에게 소중한 것만 남기는 연습이 필요한 때가 온 것이다.


<버리고 비웠더니 행복이 찾아왔다>(야마구치 세이코 지음, 나라원 펴냄)는 자신의 가치를 소유한 물건이나 타인의 인정 등 외부적인 것에서 찾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내면에서 찾는 삶, 자신이 진실로 원하는 게 무엇인지를 찾아 그것을 실현하고자 노력하는 삶이 바로 최소한주의, 바로 ‘미니멀리즘’이라고 정의한다. 


크게 6개의 파트로 나누어 가구나 옷이 아니라 햇빛으로 가득찬 방, 청소가 순식간에 끝나는 거실, 온 가족이 힘을 합치는 일주일 식단과 단 14벌의 옷으로 1년간 돌려 입는 원 코디 유니폼, 가족들과 함께 살아갈 물건을 고르는 비법, 두 아이의 엄마로서 자녀들의 교육과 미래를 위한 육아법까지 적은 물건으로 홀가분하게 일상을 꾸려가는 주부의 살림 노하우를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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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특히 가족을 위한 미니멀 라이프를 강조하는데, 필요한 것을 남기되 부족한 것을 채워 넣음으로써 배우자와 자녀를 포함, 가족 전체를 위한 맞춤형 생활을 완성하는 것에 초점을 두고 있다. 

 

물건을 줄이면 집안일이 편해지고 가족 구성원 스스로 정리정돈하며,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어 그 결과 가족과 대화할 시간도, 행복을 누릴 시간도 늘어난다는 것이다. 


아울러 각 장의 마지막에는 파워블로거로서 전한 살림법 외에 평소 저자가 느껴온 물건과 집, 사람에 대한 추억과 생각을 정리해 진솔한 마음을 전한다. 

 

이처럼 저자는 가족과 함께 실천하는 미니멀 라이프를 통해 독자들에게 집이라는 공간에서 진정으로 꿈꾸고 소망하는 삶이 무엇이었는지 다시 깨닫게 해준다.


불필요한 물건이 말끔하게 정리된 쾌적한 공간, 좋아하는 물건으로만 둘러싸인 가슴 뛰는 집. 그 속에서 가족들과 화목하게 사는 것은 누구나 꿈꿀 수 있는 이상적인 환경이다. 


저자는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 살고 있는 집을 둘러보며 가장 기본적인 질문부터 스스로에게 해보라고 한다. 바로 ‘왜 나는 다 쓰지도 못할 만큼 물건을 사서 쌓아놓는 걸까’이다. 


야마구치 세이코 저자는 근본적인 이유로 우리의 마음이 공허하고 허전할 때 물건으로 그 공허함과 허전함을 채우려는 특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하며 하나가 내 안에 들어오면 다른 하나를 내려놓고 수용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소유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한 조금만 소유하고 의미 있는 것에 집중하는 삶, 외면의 욕망이 아닌 내면의 욕망에 귀를 기울임으로써 본질에 충실한 삶이 바로 미니멀리스트에게 주어지는 가장 좋은 선물이라고 말한다. 

 

저자의 미니멀리즘 철학은 읽는 사람에게 몸과 마음을 함께 정리하고 미니멀한 일상을 만들어가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