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사의 플라-프리] 플라스틱 위기, 정확하게 진단해야 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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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의 플라-프리] 플라스틱 위기, 정확하게 진단해야 할 때

무심코 쓰고 버린 페트병 하나가 흐르고 흘러 물고기의 먹이되는 현실
수백 년 흘러도 그대로인 플라스틱 빨대와 포크 사용 시간은 단 20분
물건 살 때부터 재활용 잘 되는 플라스틱 고르는 행동, 환경에 큰 도움
지금 이 순간에도 전세계적으로 최첨단 플라스틱 처리 기술 속속 개발

  • 정용진 press9437@gmail.com
  • 등록 2022.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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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내에선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 플라스틱’의 정체와 위험성, 자연환경과 사람에게 끼치는 영향 등이 큰 문제를 일으킨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픽사베이

 

다소 흥미로운 자판기가 있다. 다 쓴 페트병이나 캔을 집어넣으면 포인트가 생긴다. 페트병 하나당 10포인트, 캔은 하나당 15포인트. 포인트가 2000점이 넘으면 현금으로도 찾는 게 가능하다. 재활용품 수거 자판기인 '네프론'은 아직 전국적으로 크게 보급되지 않았지만, 이용하려는 고객들이 많다.


우리나라에서는 분리배출이 이미 일상생활이 됐다. 재활용품 수거 자판기처럼 대가를 셈해 주는 것도 아닌데, 대부분 음식물 쓰레기는 음식물 쓰레기통에, 플라스틱이나 캔은 재활용 수거 통에 분리해서 버린다. 

 

그렇지만 마음 한구석에서 살짝 의문이 들 때가 많다. 애써 분리해 버린 플라스틱들이 제대로 재활용되기는 할지 궁금하다. 영국의 작가이자 어린이책 편집자인 조지아 암슨 브래드쇼(사진)도 플라스틱의 정체를 살피고, 왜 플라스틱을 분리배출해야 하는지에 대해 의문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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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링크드인

 

그에 따르면 무심코 쓰고 버린 페트병 하나가 흐르고 흘러 물고기의 먹이가 된다. 이어 사람이 이 물고기를 먹고 영향을 받는 악순환(?)이 일어난다. 플라스틱을 방치하면 먹이 사슬이 교란되고 자원 순환이 방해받는 등 전 지구적으로 영향을 받게 된다.

 

누구나 알다시피 플라스틱은 어디에나 존재한다. 알록달록한 빨대에서 투명한 비닐봉지까지, 어떤 모양으로도 만들 수 있고 모든 색깔을 입힐 수 있으며 저렴하기까지 하다. 이보다 더 실용적일 수 있는 것이 있을까 싶기도 하다. 

 

다만 사람들이 잘 언급하지 않는 특징이 하나 더 있다. 바로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즉 잘 썩지 않는다는 것으로, 이게 장점일지 단점일지 의아스럽다. 수백 년이 흘러도 그 모습 그대로인 플라스틱 빨대와 포크의 평균 사용 시간은 단 20분에 불과하다.

 

때문에 우리가 잠깐 쓰고 버린 플라스틱들이 어디로 흘러가 자연환경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정확하게 진단하는 게 필요하다. 

 

쓰레기장이 된 중국 양쯔강을 비롯해 북태평양에 갑자기 생겨난 쓰레기 섬, 생존 투쟁에 나서게 된 바닷새 앨버트로스 등 '플라스틱 재난'은 실제로 지구촌 곳곳에서 실제 일어나고 있는 사건이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 플라스틱’의 정체와 위험성, 자연환경과 사람에게 끼치는 영향 등이 큰 문제를 일으킨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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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쓰고 버린 플라스틱들이 어디로 흘러가 자연환경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정확하게 진단할 필요가 있다.

 

 

우리 주위에서 플라스틱을 찾아보겠다는 마음먹고 둘러보면 놀라움을 넘어 경이롭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주위가 온통 플라스틱이니기 때문이다. 손에 들고 있는 샤프펜슬, 입고 있는 합성 섬유로 만든 옷, 주머니 속의 휴대폰, 욕실의 칫솔 등 말그대로 플라스틱 세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플라스틱을 염두에 두고 주위를 둘러보면, 왜 한국을 포함한 세계 각국 정부가 최근 들어 플라스틱 사용을 규제하기 시작했는지 쉽게 공감하게 된다. 이는 우리 스스로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행동을 유발시키기도 한다.

 

조지아 암슨 브래드쇼는 이 행동을 몇가지 단계적으로 제시한다. 가장 최악은 플라스틱 물건을 한 번 사용하고 아무 데나 버리는 것이다. 다음으로 사용한 플라스틱 물건을 재사용하는 것이다. 가장 좋은 것은 플라스틱을 대체할 수 있는 물건을 찾아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이는 것이다. 

 

최종 단계는 사용이 끝난 플라스틱을 분류해서 잘 버리는 것이다. 잘 분류해 버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물건을 살 때부터 재활용이 잘 되는 플라스틱을 고르는 행동이 환경에 큰 도움이 된다. 


그렇다면 플라스틱을 지구에서 영영 퇴출시켜야만 하는 것일까. 플라스틱이 나쁘기만 한 건 아니다. 예를 들어 지구촌을 하나로 묶어 주는 첨단 교통수단인 비행기는 전체 부품의 50%가 플라스틱이다. 이렇게 플라스틱은 최첨단 항공·우주·의료 공학 기기에 사용되는, 우리 생활에서 뗄 수 없는 이로운 재료이기도 하다.

 

 

다행인 것은 지금 이 순간에도 전세계적으로 최첨단 플라스틱 처리 기술이 속속 개발되고 있다는 것이다. 바다를 떠도는 플라스틱 쓰레기를 자동으로 모아주는 기계 장치, 비닐봉지를 혼합해 튼튼한 도로를 건설하는 방법, 플라스틱에 열을 가해 연료를 얻는 설비 등이 대표적이다.


많은 과학자들이 이미 개발했거나 현재 개발 중인 환경에 이로운 차세대 플라스틱도 주목할 만 하다. 자연환경에서 쉽게 분해되는 ‘생분해성 플라스틱’, 옥수수와 고구마와 같은 식물은 원료로 만드는‘PLA 플라스틱’, 해초나 우유를 재료로 사람이 먹을 수 있는 ‘바이오 플라스틱’, 플라스틱을 분해하는 효소를 생산하는‘페트병 먹는 박테리아’ 등이 대표적이라 하겠다.

 

그저 의무적으로 플라스틱 쓰레기를 분리해 버리는 데에서 한 발 더 나아갈 필요가 있다. 분리배출의 의미를 깨달 수 있도록 플라스틱이 어떤 성분으로 이뤄졌는지, 어떤 플라스틱이 어떻게 재활용되는지, 무심코 버린 플라스틱이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등 플라스틱의 과학적인 원리를 공부할 필요가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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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음식물 쓰레기는 음식물 쓰레기통에, 플라스틱이나 캔은 재활용 수거 통에 분리해서 버린다. 그렇지만 마음 한구석에서 살짝 의문이 들 때가 많다. 애써 분리해 버린 플라스틱들이 제대로 재활용되기는 할지 의문이 들기 마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