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힐링] 치유농업의 힘, 이 정도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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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힐링] 치유농업의 힘, 이 정도였어?

식량작물 경관치유, 심리·정서·스트레스 변화에 긍정 영향 확인
자연이 주는 생명력·계절변화 관찰 통해 인지건강·삶의 질 향상
인지장애 노인, 인지기능 19.4% 증가.. 우울감 정상범위로 회복

  • 홍성민 slide7@hanmail.net
  • 등록 2022.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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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데일리] 지친 몸과 마음을 힐링하는 ‘치유농업’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치유농업은 농업·농촌 자원이나 관련 활동으로 국민의 신체, 정서, 심리, 인지, 사회의 건강을 꾀하는 활동과 산업을 의미한다. 일반 생산농업과 달리 치유가 필요한 대상자 맞춤형 농업 활동을 통해 건강한 생활습관을 들이게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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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진흥청은 식량작물을 활용한 치유농업 효과를 확인하고 활용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밀밭과 유채꽃을 활용한 ‘식량작물 경관치유 프로그램’을 실시했다. 농총진흥청 제공

 


치유농업의 소재인 식물자원을 가꾸고, 활용하는 신체적 활동을 통해 감각 기관이 충분히 자극을 받으며 인지적, 사회적 건강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실제로 치유농업 참여자가 느끼는 심리적 치유 체감도와 만족도가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주목된다.


농촌진흥청은 최근 식량작물을 활용한 치유농업 효과를 확인하고 활용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내부직원을 대상으로 밀밭과 유채꽃을 활용한 ‘식량작물 경관치유 프로그램’을 시범 운영해 이 같은 결과를 얻었다.

 

진흥청은 최근 국립식량과학원 내부직원을 대상으로 국립식량과학원 시험 재배지에 조성된 경관치유 공간(3670㎡)을 감상하고 휴식하는 일정의 프로그램을 진행, 심리적 치유 효과를 조사했다. 


프로그램 참여 전후 진행한 설문조사 분석 결과 심리·정서적 치유 체감도를 확인하는 항목 ‘심리적으로 도움이 되었나’에 참여자 대다수인 94.4%가 ‘그렇다’ 또는 ‘매우 그렇다’라고 응답했다.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되었나’라는 질문에도 88.8%가 긍정적으로 응답했다. 프로그램 만족도도 5점 만점에 4.27점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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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프로그램 참여 전후를 비교해 참가자들의 심리, 정서, 스트레스 변화 상태를 조사한 결과 긍정적 생각은 3.41에서 3.86으로 0.45(9%) 높아졌고, 부정적 생각은 2.39에서 1.79로 0.60(12%) 줄었다.


프로그램은 사전설문조사-바람개비 꾸미기-밀, 유채꽃, 수수 등 식량작물 생육 살피기-밀밭 사잇길 걸으며 식물체 만져보기-밀밭 속 휴식공간에서 자연경관 감상과 바람 소리 듣기-사후설문조사 순으로 이뤄졌다.

 

이에 앞서 식량과학원은 지난해에도 치유농업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농장과 함께 중학교 1학년 청소년 대상 ‘벼 활용 치유농업 프로그램’을 진행해 청소년의 자아존중감과 사회적 유능성 향상 효과를 확인했었다.


벼 도정, 떡꼬치 만들기, 볏짚 놀이, 가마솥 한상차림, 약선 치유 활동에 참여한 청소년들의 ‘자아존중감’이 3.70에서 4.01, ‘사회적 유능성’이 3.65에서 3.84로 올랐다. 사회적 유능성은 특정 생활상황에 적절하게 반응하고 환경을 효율적으로 다루는 개인의 능력(송열매, 2018)을 의미한다. 


올해도 경기 용인 소호마실 치유농장에서 소방관·장애아동 보육교사를 대상으로 콩을 활용한 스트레스 고위험군 맞춤형 프로그램을 개발 중이다. 충남 홍성 오서산상담마을과 전북 남원 솔바람마을에서는 민간에서 개발·운영 중인 치유농업 프로그램의 실효성 검증을 위한 과제를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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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흥청은 치유농장과 협력해 식량자원의 가치 다양화를 위해 치유농업 프로그램의 효과와 실효성 검증 등 현장 실증 기술연구를 이어갈 계획이다. 식량작물 경관 치유프로그램에 참여한 A씨는 “밀밭을 산책하고 유채꽃을 감상하면서 차츰 안정감과 치유 받는 느낌이 들었다"면서 "자연경관을 보면서 눈의 피로도 풀리는 것 같았다”고 했다. 

 

앞서 보건복지부와 협업으로 진행한 치유농업 활동은 치매 이전 단계인 ‘경도인지장애’ 노인의 객관적· 주관적 인지기능 향상과 우울감 개선 등에 긍정적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도인지장애란 일반적인 치매로 진단하기에는 충분하지 않으나 객관적인 인지기능 저하가 분명하게 나타나는 상태를 말한다. 2018년 기준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 5명 가운데 1명인 약 167만 명이 경도인지장애 환자로 추정되고 있다.

 

전국 256곳 치매안심센터에서 경도인지장애 노인을 대상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나, 센터의 활동은 대부분 실내에서 이뤄지고 있어 코로나19 전파 상황에서 운영에 제약을 받는 상황이다. 

 

이에 자연이 주는 생명력과 계절 변화 관찰을 통해 대상자의 인지건강과 삶의 질을 높일 방안으로 농업‧농촌 자원을 활용한 ‘경도인지장애 노인 대상 치유농업 프로그램’이 개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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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도인지장애 노인 대상 치유농업 프로그램에 참여한 어르신들 MMSE-DS 총점은 사전 17.78에서 사후 21.22로 사전에 비해 사후 19.4% 유의하게 증가했다. 특히 프로그램 적용 후 프로그램 참여 어르신들의 기억력, 장소지남력은 각각 사전 3.56, 3.11에서 사후 4.22, 4.22로 각각 사전에 비해 사후 18.5%, 35.7% 유의하게 증가했다.

 


당시 진흥청은 보건복지부 치매정책과, 전라북도 광역치매센터와 협력해 정읍과 진안 지역 치매안심센터 노인을 대상으로 주 1회(회당 2시간) 총 10회기에 걸쳐 개발된 치유농업 프로그램을 적용했다.

 

연구진은 먼저 대상자와 보호자가 함께 이용할 수 있는 휴게 기능과 정원을 겸한 공간을 만들었는데, 이곳엔 항산화, 혈액순환, 기억력 증진 등 유효성분이 풍부하면서도 인지기능에 도움이 되고 재배가 쉬운 식물자원 16종(천일홍, 로즈마리 등)을 심었다.


이어 이 식물자원을 활용해 △감각 자극과 회상 등 인지자극 △주의력과 기억력 등 인지훈련 △인지건강과 연계한 인지재활 △정원 소재와 공간과 연계한 활동을 진행했다. 매회 공통 활동으로 시간·장소·날씨 확인, 정원 산책, 허브차 마시기, 인지건강 활동카드 작성, 호두 손 운동, 그림카드 놀이 등도 실시했다.

 

결과에 따르면 치매안심센터에서 사용하는 인지기능검사(MMSE-DS)를 받은 대상 노인의 인지기능이 적용 전보다 19.4% 높아졌다. 특히 기억력과 장소를 올바르게 인식하는 지남력은 각각 18.5%, 35.7% 향상했다. 아울러 대상자가 주관적으로 느끼는 기억장애문제(SMCQ)는 40.3% 줄었고, 우울감(SGDS-K)은 68.3% 줄어 정상 범위로 회복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치유농업의 소재인 식물자원을 가꾸고, 활용하는 신체적 활동을 통해 감각 기관이 충분히 자극을 받으며 인지적, 사회적 건강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연구는 치매 관련 기관과 함께 치매안심센터 이용자를 위한 치유 공간을 조성하고 이를 활용한 치유농업 프로그램을 개발, 효과를 과학적으로 검증한 최초의 연구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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