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선] 패스트 패션, 지구·인류 파괴하는 속도도 ‘패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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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시선] 패스트 패션, 지구·인류 파괴하는 속도도 ‘패스트’

  • 이종은 sailing25@naver.com
  • 등록 2022.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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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는 심각한 기후 변화를 겪고 있지만, 우리의 일상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편리함과 신속함에 익숙해진 우리는 아직 지구와 인류의 미래를 위해 불편을 감수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 

 

언제부터인가 길거리에서 보는 것이 너무도 익숙해진 매장들이 있다. 자라, H&M, 포에버 21, 유니클로를 포함한 소위 패스트 패션(fast fashion) 매장들이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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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빨리 바뀌는 디자인과 저렴한 가격으로 이삼십 대의 젊은 고객층을 사로잡은 이 브랜드들은 무시무시한 속도로 점포 수를 늘려갔으며, 블랙홀처럼 사람들을 빨아들였다. 

 

이제 젊은 고객들은 한 시즌도 채 입지 못할 만큼 좋지 않은 재질의 옷을 이 매장들에서 끊임없이 사들이며 낡고 해지기도 전에 가차 없이 버린다. 

 

심지어 비슷한 디자인의 옷이 여러 벌 있는데도 싸다는 이유만으로 쇼핑을 반복한다. 옷장이 터져나가다 못해 옷으로 산을 이루는 상황이 되어도 불빛을 반짝이며 새 옷으로 유혹하는 매장들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것이다.

 

매주 옷을 사지 않으면 안 될 것처럼 사람들을 세뇌시켜 전 세계 의류 시장을 점령한 이 패스트 패션 브랜드들이 옷을 저가 생산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패스트 푸드처럼 즐기는 이 쇼핑이 과연 우리에게 즐거움만 가져다주는 것인지 의문이다.


패스트 패션 매장에서 쇼핑을 즐기는 이들은 주로 젊은 여성이라고 한다. 자구 쇼핑을 하고, 새로 산 옷들의 후기를 동영상으로 만들어 유튜브에 올린다. 그 동영상을 본 사람들은 그들의 센스 있고 저렴한 쇼핑에 열광하며 앞다퉈 그 옷을 산 매장으로 달려간다. 그들의 동영상은 매번 몇만 건의 조회 수를 기록한다.

 

‘이 물건을 어디에서 얼마나 싸게 샀나?’는 요즘 이삼십 대 남녀가 친구들과 만나 흔히 하는 대화 주제인데, 이 주제의 중심에서 빠질 수 없는 게 패스트 패션이다. 

 

하지만 옷을 사들이는 젊은 쇼퍼들은 그 옷이 만들어지면서 내수 의류 산업이 몰락했고, 의류 공장 대부분이 이제는 인건비 상승으로 세계의 공장이라 불리던 중국에서 제3세계 나라들로 공장을 이전했으며, 그곳에서 하루에 12시간을 일하다 못해 주말까지 반납하는 엄청난 노동착취가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은 모른다. 패스트 패션 브랜드들이 전 세계에 저지르고 있는 폐해에 대해 아무것도 알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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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스트 패션이 활성화되면서 오히려 의류 시장 자체가 몰락할 위기에 빠졌다. 특히 버려진 대다수의 옷과 직물은 플라스틱계 섬유질로 만들진 관계로 80퍼센트 이상이 폐기될 수밖에 없으며, 그 과정에서 엄청난 환경오염을 초래한다. 그저 즐거움으로 한 쇼핑이 결과적으로는 지구 전체에 심각한 악영향을 끼치는 셈이다.

 

목화를 대량 생산하기 위해 유전자를 변형시키고 살충제를 사용한다. 엄청난 양의 물을 끌어 쓰다 결국 거대한 호수가 사막이 된다. 1초에 트럭 1대씩 버려지는 의류 쓰레기와 옷을 만들고 버릴 때 생겨나는 독성 물질도 상당하다.

 

따뜻한 겨울 패딩 한 벌을 위해 희생당하는 수십 마리의 거위들과 옷에 스팽글 붙이는 작업을 밤새 해야 하는 가난한 나라의 어린이들이 있다. 많은 이들이 이런 현실을 모른 채 여전히 유행에 따라 옷을 사고 별 생각 없이 옷을 버리기 일쑤다.

 

현명한 소비는 경제를 순환시키는 원동력이 되지만, 무분별한 소비는 경제 파탄을 초래한다. 그런데 패스트 패션에 대한 의식 없는 소비는 그것과 더불어 전 세계 의류 산업과 노동 환경, 지구 환경까지 파괴시킨다. 

 

건강과 환경을 지키기 위해 패스트 푸드 대신 유기농 슬로 푸드가 활성화된 요즘, 옷을 소비하는 데도 슬로 패션을 추구할 필요가 있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많이 가졌느냐가 아니라, 자신에게 어울리는 옷을 얼마나 현명하게 활용하고 있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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