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팬데믹 시대, 생물다양성을 지켜야 하는 이유
  • 해당된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후위기·팬데믹 시대, 생물다양성을 지켜야 하는 이유

전 세계 생물다양성 위기는 멸종이라는 모습을 통해 기후 변화와 같은 환경 위기 현상과 함께 이미 우리의 피부에도 직접적으로 와닿는 심각한 문제로 꼽힌다. 

 

하루에도 100여 종의 생물종이 사라지고 있는 멸종 위기 시대, 위기를 극복하고 생물다양성이 살아 숨쉬는 지구로 만들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이다. 

 

1.jpg
ⓒ픽사베이

 


멸종이라는 현상은 간혹 언론에서 비춰지는 아프리카 지역의 밀렵꾼 기사나 해양에서 일어난 환경 사고 등에 의해 벌어지는 고래 등 다양한 대형동물들의 고통스러운 모습을 통해 우리에게도 이미 익숙하게 다가와 있다. 

 

전 세계 생물다양성은 지리적으로는 불균등하게 분포돼 있는데, 이른바 '핫스팟'이라고 불리는 열대우림과 같은 드넓은 녹색 지대 곳곳에서 멸종이 더욱 가속화하고 있는 실정이다. 

 

단지 일부 나쁜 사람들의 탐욕이나 행동 때문에 이러한 생물종들의 멸종이 이뤄지고 있다는 시각이 있지만, 이를 판단하기에 멸종의 흐름은 무척이나 광범위하고 걷잡을 수 없는 상태다.

 

멸종은 지구 전역에서 자행되는 공공재에 대한 공격의 산물이다. 역사가 시작된 이래 인간은 자연을 변형하며 문명을 이어왔다. 500여 년 전부터 본격화된 유럽의 팽창과 근대 자본주의의 발전과 함께 그 파괴력이 전 세계로 확대돼 지구 전체를 갉아먹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공기, 물, 식물, 집단이 창조한 문화 형식의 보고는 인류가 물려받은 유산이다. 풍요로운 야생 역시 이렇게 함께 누리는 공공재라고 할 수 있다. 멸종 위기와 생물다양성 파괴는 지구 전역에서 자행되는 공공재에 대한 거대하고 궁극적인 공격으로 인식될 필요가 있다. 

 

생물다양성의 보전은 인간에게 여러가지 혜택을 준다. 다양한 생태계서비스를 통해 인류는 자연재해로부터 안전, 양질의 생활수단을 위한 기본적 물질 공급, 건강, 양질의 사회적 관계 등이 가능해지는데, 이로써 인류는 선택과 행동의 자유를 가질 수 있으며, 빈곤 저감과 행복을 지속할 수 있다.

 

특히 생태계 서비스는 생물다양성이 유지될 때 가능한 것이다. 한국의 생태발자국 상황을 살펴보면 세계 평균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데, 이 가운데 절대 부족한 것은 탄소흡수량이다. 이로 인해 우리나라는 세계적인 생태채무국이란 오명을 안고 있다. 1년간 생활해야하는 생태용량으로 계산하면 약 8개월간의 생태용량을 다른 나라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때문에 우리나라의 생태용량을 키우지 않으면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 문제가 발생할 경우 매우 취약한 구조가 된다. 우리나라는 지난 50년간 생물다양성 훼손을 담보로 산업발전을 이룩했지만, 기후변화로 인해 돈을 가지고도 식량과 에너지를 구입하지 못하는 시대가 올 수 있는 위기에 직면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은 이런 문제를 여실히 보여주는 계기가 됐다. 이젠 기후변화에 대한 대비와 생물다양성 보전이 미래의 문제가 아니라 바로 당면한 현안 문제가 됐으며, 생물다양성 보전은 인류의 미래를 담보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대책이 되고 말았다.

 

2.jpg

 

그렇다면 멸종 위기의 시대를 극복하고 생물다양성이 살아나 지구 전체에서 그 혜택을 누리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미국 뉴욕시립대 교수이자 기후정의 운동가인 애슐리 도슨 박사따르면 멸종 위기의 해결책을 찾기 위해선 우선 이러한 멸종 위기의 근원을 이해하고 이에 따른 진단을 내려야 한다는 시각가 일반적이다. 

 

자본주의는 서로 연계돼 있는 복잡한 생태계에서 특정 요소 하나를 골라내어 상품으로 전환하고 단순한 형태로 분해한다. 환경을 황폐화하고 끝없이 확장하며 세계를 혼돈에 몰아넣었다는 비판을 받는다. 

 

오랜 옛날부터 이어지고 있는 모피 무역을 비롯해 포경 산업, 현실의 채굴주의 등 자본주의가 확장해 온 역사를 살피면서 장기적 관점에서 기후 변화와 멸종이라는 문제를 자본주의의 문제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 

 

멸종 위기 대응으로 야생복원론과 합성생물학이라는 흐름이 주목받고 있다. 야생복원론은 대형 포식동물이 생태계의 다양성과 회복력을 유지하는 데 핵심이라고 강조한다. 일군의 야생복원론자들은 미국 옐로스톤 국립공원에 늑대를 재방사해 그 지역 생태계를 바꾸는 성과를 냈다. 

 

이에 야생복원론자들은 인간이 등장하기 이전의 환경을 오염되지 않은 환경으로 보고 이 시기로 돌아가기 위한 움직임 보인다. 그러나 야생 보존을 추구하면서 해당 지역에 거주하는 아메리카 원주민을 내쫗으려는 태도를 가진다면 이는 인간보다도 야생을 더 숭고하게 여기는 태도에 불과하다. 

 

야생복원론자들은 홀로세에 일어난 멸종에 지나치게 집착한 나머지 지구 전역에서 일어나는 생태 파괴에 자본주의가 중심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경향을 보인다. 불평등하고 폭력적인 식민주의와 제국주의가 지금까지 이어져 내려오면서 지구를 산산조각 내고 있다는 사실도 모른 척 하기 일쑤다.

 

다른 한 가지 흐름으로 종복원론이 있다. 유전체 기술을 통해 멸종한 종을 재창조하려는 종복원론의 시도는 인간을 신의 반열에까지 올려놓으려고 한다. 이러한 장밋빛 기술 발전론에 자본이 몰리고 있는 실정이다. 종복원론과 같은 관점에서는 동물이든 인간이든 컴퓨터 부호로 손쉽게 치환될 수 있는 유전부호에 불과하다. 

 

종복원론은 자칫 자본주의의 체계적인 모순이 유발한 환경 위기를 기술로 해결할 수 있다는 위험한 망상으로 빠질 위험이 있다는 지적이다. 더 근본적으로 종복원은 자연을 조작하고 상품화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다시 말해 종복원은 생명자본주의를 추동한다. 종복원은 살아 있는 유기체에 대한 지식재산권을 창출하고 획득함으로써 자본 축적의 새로운 장을 열 군침 도는 기회를 제공한다. 몬산토 같은 농기업은 생명기술 스타트업 기업을 인수해 생명 자체를 창조하는 기업으로 변신했다.

 

3.jpg

 

이처럼 멸종 위기를 극복하려는 시도들은 강탈을 통해 축적이 이루어지는 현실을 외면한다. 이에 생물다양성에 대한 논의의 장이 재난 생명자본주의라고 불러도 좋을 만한 사상을 정립하는 장으로 변했다. 

 

2008년 유엔생물다양성협약은 배출 감소REDD 패러다임에 따라 글로벌 남반구의 환경 공공재는 자연 자본의 원천으로 바뀌었다. 열대우림과 대양에 깃들어 사는 무수한 생명은 수량화돼 전 세계 시장에서 거래할 수 있는 상품이 돼버렸다.

 

멸종 위기는 환경에 관한 쟁점인 동시에 사회정의에 관한 쟁점이라 할 수 있다. 자본주의의 토대는 무한한 성장인데, 이로 인해 전 세계 생태계가 파괴되고 있는 상황이다. 글로벌 남반구가 가장 먼저 큰 타격를 받는다고 해서 나머지 세계가 안전한 것은 결코 아닌 것이다. 혼돈에 빠진 기후는 전 세계를 휩쓸 전망으로, 멸종 위기는 긴급한 전환을 요구받고 있다.

 

이에 멸종에 맞서는 반자본주의 운동은 토지, 사람, 동식물을 상품으로 전환하려는 시도를 거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여기에 지식재산권이라는 형태로 유전체가 사유화되는 일을 막아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야생복원론은 코끼리같은 위풍당당한 아프리카의 대형동물을 수입한 뒤 서유럽 또는 북아메리카의 불모지에 풀어놓아 이들을 멸종으로부터 구하겠다고 한다. 이런 태도는 최신 제국주의 생태학의 범주에 멈춘다. 동물원을 차려 놓고 아프리카 야생과 아시아 야생에서 훔쳐 온 동물들을 전시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멸종 위기를 해결하려는 관심과 시도는 글로벌 북반구의 야생 복원 문제에만 쏠려서도 안 되고, 지구 전역에서 이뤄지는 야생동물 거래 근절에만 쏠려도 안 된다. 대형동물 학살로 이어지는 경제 불평등과 정치 불평등 등 근본적인 문제에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게 여기에 있다고 하겠다.

 

관련기사


당신이 관심 가질 만한 이야기

G-BO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