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선] 물균형 순환 위기 이겨낼 '신의 한 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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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시선] 물균형 순환 위기 이겨낼 '신의 한 水' 있을까

  • 한주연 82blue@hanmail.net
  • 등록 2022.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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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상에 존재하는 물의 총량 약 14억㎦는 지구 전체를 2.7㎞ 깊이로 덮을 수 있는 양이며, 전체 물의 2.53%에 불과한 담수는 지구 전체를 약 70m 깊이로 덮을 수 있는 양에 해당한다. 

 

담수 중에 빙설 및 지하수를 제외한 사람이 손쉽게 사용할 수 있는 담수호의 물 또는 하천수는 전체 물의 0.01%이하인 약 10만㎦에 불과하며, 이는 지구 전체를 약 23㎝ 깊이로 덮을 수 있는 양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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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상의 물은 수증기나 물, 얼음과 같이 그 모습을 달리하면서 끊임없이 하늘과 땅의 표면 및 지하, 그리고 바다를 순환한다. 하지만 얼마 전부터 해수면 상승이라는 기후 위기의 강력한 징후 앞에서, 인간 문명을 뒤로 돌려 세울 변화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중요한 담수의 근원은 바다 표면에서 일어나는 증발로, 전체 강수량 중 약 80%는 바다에 내리고, 나머지 20%가 육지에 내리며, 바다에서 증발된 양의 약 9%가 육지로 이동한다. 이는 다시 강물이나 지하수의 형태로 바다로 흘러가 전체적인 물의 균형이 이뤄진다.


10여 년 전만 해도 지구온난화가 사실인지, 해수면 상승이 실재하는지 여부를 놓고 논쟁이 벌어질 만큼 기후변화에 대한 대중의 인식은 미온적이었다. 하지만 해수면 상승은 우리 시대의 핵심 사실 중 하나이며, 중력과 마찬가지로 실재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과학계에 따르면 인류가 지금 당장 전 세계의 탄소 배출을 0으로 만든다 해도 21세기 말까지 1미터 내지 2미터의 해수면 상승은 피할 수 없다. 지구 가열로 인한 해수면 상승은 이미 기정사실인화 된 것이다.


해수면 상승의 경고 수위는 날로 높아져 가고 있는 현실이다. 지난 2002년엔 무려 1만 2000년 동안 존재해 왔던 남극반도의 라르센 B 빙붕이 붕괴했다. 2012년에는 그린란드 빙상의 대규모 해빙(解氷)이 일어났다. 지구 역사 40억 년을 통틀어 빙상이 갑자기 붕괴할 때마다 해수면이 급격히 상승했던 경험으로 보다면 이는 불길한 징후라고 할 수 있다. 

 

상습 침수를 겪는 운하 도시 베네치아, 매년 18미터씩 해안선이 잠식되고 있는 알래스카의 원주민 마을, 해수면 상승이 가세한 탓에 허리케인 샌디에 의해 광범위한 지역이 초토화된 뉴욕, 해수 침투로 민물이 부족해 식수 및 토양 염류화 문제를 겪고 있는 마셜제도, 상습 침수 때문에 20년 안에 사실상 가동 불가능해지리라는 예측까지 나오고 있는 노퍽 미 해군기지…. 이곳들은 이미 물의 세계가 돼 가고 있는 대표적인 도시다.

 

훗날 연안 도시로 밀려올 대부분의 물은 바로 남극과 그린란드의 빙하에서 비롯될 것이기 때문에, 기후과학자들은 이 두 가지 사건에 촉각을 세우고 있는 모습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해수면 상승의 진행 속도가 기후 모델의 당초 예상치를 훌쩍 뛰어넘는다는 점이다. 2013년 IPCC 제5차 평가 보고서는 2100년까지 해수면 상승이 최대 3피트 2인치(96.5센티미터)에 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이는 녹아내리는 남극 빙상의 영향에 크게 무게를 두지 않아 현실성이 부족한다. 지금은 이번 세기말께 그 2배에 달하는 6피트(1.8미터), 더 나아가 최대 9피트(2.7미터)의 해수면 상승이 가능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3피트와 6피트의 차이란, 곧 물에 젖었지만 사람이 살 수 있는 도시와 아예 물에 잠긴 도시와의 차이를 뜻한다. 


기후 위기에 대한 과학의 경고는 엄중하지만, 과학자들의 이야기만으로는 위기를 실감하기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기후 시스템의 작동 과정이 추상적인 데다, 해수면 상승은 변화가 느려서 그 실태를 단기간에 목격하기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해수면 상승은 기후 취약국의 고통을 배가시키고 있는데, 기후변화에 책임이 거의 없는 마셜제도 등 가난한 저지대 국가의 상황은 실로 비극적이라 할 만 하다. 기후 위기와 해수면 상승에 큰 책임이 있어도 기후 협상을 회피하고 무책임으로 일관하는 부자 나라들의 대응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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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창기 인류는 바다가 상승하면 이주로 대응했다. 하지만 현대 사회에서는 그러기가 쉽지 않다. 연안의 주거와 업무 개발지구, 해안 도로, 해안가에 자리한 공항, 핵발전소 등 해안 지역에 집중돼 있는 기반 시설의 비중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게 심각한데도 인류는 위기를 외면하고 있다. 전 세계는 계층과 지역을 불문하고 각자의 상황과 이해관계에 따라 기후 위기에 무관심과 무책임으로 일관하고 있다. 고급 콘도가 즐비한 휴양 도시 마이애미비치에서는 주력 산업인 부동산과 관광의 침체를 우려하는 까닭에 해수면 상승이라는 현실을 외면하고 있다. 

 

노동계급의 도시 스위스워터시(市)에서는 주민들이 먹고사는 문제를 고민하는 것만도 버거워 미래를 걱정할 시간이 없는 상황이다. 미국의 에너지 기업 코크산업의 후원을 받는 티파티 공화당원들은 아예 기후변화를 부정한다. 선출직 공무원은 '기후'라는 단어가 들어간 지출 내역은 가차 없이 삭감해 버리는가 하면, 해수면 상승을 '좌파의 용어'라고 깍아내리기까지 한다.

 

이산화탄소 포집 및 저장 기술, 바이오연료, 지구공학 등 경제를 중단시키지 않고 지구온난화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대담한 발상에 대한 섣부른 믿음고 경계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를 현실화하려면 비용 문제도 만만찮으며, 세계 에너지 기반 시설에 광범위한 변화가 요구되기 때문이다. 분명한 사실은 인류가 속한 행성이 변화하고 있으니, 인류 역시나 변화할 것이라는 점이다. 

 

인류는 지금 중대 기로에 놓여 있다. 한시라도 빨리 급격히 상승하는 바다의 세계에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문명을 재상상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전문가들은 재난이 닥치기 전, 그 대응법에 관해 어렵고 값비싸고 고통스러운 결정을 내리는 법을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면, 인류는 곧바로 재난이라는 결과로 향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기후변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과 같은 물순환의 위기에 대항할 마법같이 혁신적인 해결책은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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