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알아야 바꿀 기회가 열린다 [이 주의 그린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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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알아야 바꿀 기회가 열린다 [이 주의 그린북]

미래를 위한 새로운 생각
마야 괴펠 지음, 김희상 옮김, 나무생각

세계 경제의 치명적 문제점들은 오랜 기간 누적돼 왔다. 저성장, 저물가, 저금리의 3저 현상 속에서 고용 없는 성장이 뉴노멀로 굳어졌다. 

 

한국 경제로 관점을 좁혀 보더라도 세계 경제의 모순을 공유하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이러한 구조적 모순은 대증적 단기 처방으로 해결할 수 없다. 전 세계적인 차원의 장기적 대응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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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한 경제를 지향하는 정부라면 구조적 모순의 악순환을 끊어내야 한다. 그 역할을 온전히 시장에 맡길 수는 없다. 한국 경제에는 코로나19로 인한 당장의 경제위기 외에도 앞으로 닥칠 험난한 도전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저출산 고령화, 기후변화, 가계부채, 양극화와 소득 불평등, 구조적인 수요 제약과 저성장, 일자리 부족, 저복지에 따른 취약계층의 가난 등 만만치 않은 난제들뿐이다. 그런데 이 문제들은 모두 시장에 맡겨둔다고 해결되지 않고 정부가 나서야 한다.

 

기술과 경제성장의 신화 속에서 우리는 과거 그 어느 때보다 물질적 풍요를 누리고 있다. 하지만 더 많은 것을 누릴수록 더 많은 것을 잃게 되는 현실이다. 모두를 위한 경제성장이나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이라는 말도 허튼 소리다. 생태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애당초 성립할 수 없는 이야기다. 

 

'대다수 경제학자들은 인간을 오로지 자신의 이득만 생각하는 이기적인 존재로 치부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이기적 태도가 기적적으로 모두를 위한 풍요로움을 창출한다고 경제학자들은 강변합니다. 인간을 이렇게 보는 관점은 틀렸으며, 시급히 바로잡아야만 합니다. 이기주의를 보상해주는 시스템은 이기주의를 키울 뿐입니다. 우리는 인류가 서로 협력하며 살아갈 수 있게 지원하는 가치들을 새롭게 부각시켜야만 합니다.'

 

숫자로 요란스럽게 꾸며진 성장 신화 뒤에서는 지구라는 우리의 별을 체계적으로 파괴하는 작태가 벌어질 뿐이다. 부자와 빈민의 관계는 고스란히 봉건시대로 되돌아갔다. 이 극심한 불균형에도 우리 사회가 무너지지 않으려면 계속 성장해야만 한다고 자본가들은 강조하고 있다. 

 

자본주의 시스템은 모든 미사여구를 동원해가며 치장하기 바쁘지만 그 본래 목적은 아주 단순하다. 매출과 수익과 소유의 끝없는 성장, 어떤 대가와 희생을 치르고서라도 자본을 불리는 것만이 목적이다.

   

밀물이 모든 배를 띄운다(A rising tide lifts all boats)는 ‘낙수 효과’는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이 즐겨 쓰던 말이다. 경제학자들은 경제성장이 부의 불평등을 해결해줄 것이라 호언장담했지만, 빈부 격차는 더욱 극심해지고 무분별한 개발로 하나뿐인 지구는 몸살을 앓고 있다.

 

 

지속가능성을 연구하는 경제학자이자 ‘미래를 위한 과학자 모임(Scientists for Future)’을 주도하고 있는 마야 괴펠(Maja Göpel) 박사는 전 세계 곳곳에서 펼쳐지고 있는 지금의 드라마틱한 상황이 하룻밤 사이에 생겨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미래를 위한 새로운 생각>에서 구체적으로 입증해 보인다. 

 

세계는 지금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 전환점)’를 지나고 있다. 세계 곳곳에서 들려오는 뉴스, 그리고 우리 주변에서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보면 이미 얼마나 위험한 세계에 살고 있는지 느낄 수 있다. 

 

한편에서는 요즘같이 편안한 세상이 이전에 없었던 것이 분명해 보이지만, 또 다른 한편에서는 ‘파괴’와 ‘위기’가 늘 상존하고 있다. 환경도 그렇고 사회도 마찬가지다. 그동안 우리 세계를 지탱해왔던 여러 시스템이 엄청난 과부하가 걸린 채 폭발 직전인 상태다.

 

'오늘날 세계에서는 몇십 년 동안 사회를 안정적으로 지탱해오던 시스템이 압력을 받고 있습니다. 인류는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는 에너지, 식량, 의약품을 소비하며, 더욱더 포괄적인 안전을 보장받아야만 합니다. 오늘날은 거칠게 말하자면 모든 것이 더 많아야만 하는 시대입니다. 물질과 자원은 거침없이 소비됩니다. 과학과 기술의 모든 분야는 오로지 발전만을 추구합니다. 정치 체계가 다른 나라들이 저마다 평화를 명분으로 내세우며 벌이는 군비 경쟁 또한 갈수록 심해집니다. 이렇게 모든 것이 갈수록 더 많이 요구되다 보니 자원도 거침없이 개발될 수밖에요. 이런 시대는 언젠가 끝날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의 위기는 오랜 기간 동안 인간이 알면서 저지른 수많은 시행착오의 결과물이다. 우리는 이제 알고 있다. 더 이상 지금처럼 살 수 없으며, 그래서도 안 된다는 사실을 말이다.

 

우리의 현재는 당장이라도 무너질 것처럼 위태로우며, 근대 이후 앞다퉈 그려졌던 유토피아는 디스토피아가 돼버렸다. 미래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던 희망 어린 시선 또한 근심과 두려움으로 뒤바뀌었다.

 

앞으로 벌어질 일은 과거와 현재의 잣대로 설명하기 힘들다. 과거와 현재에 대한 바른 인식과 함께 미래를 위한 새로운 생각이 필요할 때다. 이에 저자는 영원한 성장을 지향하는 우리 경제 시스템에 의문을 제기하고 지속 가능한 발전 모델을 찾는다.


지금의 위기에서 인류를 구원하기 위해, 지구를 되살리기 위해, 우리는 어떤 삶의 방식을 선택해야만 할까. 삶의 터전 지구의 환경과 인간의 행복을 서로 조화시킬 수 있는 방법은 어디에 있을까. 금지와 통제, 죄책감, 성장에 대한 신화와 과학기술의 약속 사이에서 어떻게 올바른 길을 찾아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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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적으로 환경과 사회를 위협하는 위기가 닥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닙니다. 지금 우리에게 닥친 위기는 인간이 살고 있는 지구를 그동안 우리가 어떻게 다뤄왔는지를 여실히 보여줍니다. 이 위기를 극복하고자 한다면, 우리가 경제 체제를 그동안 어떤 규칙에 따라 세워왔는지부터 먼저 의식해야 합니다. 제대로 알아야 바꿀 기회가 열립니다. 또 그래야 우리는 자유를 되찾을 수 있습니다.'

 

경제, 환경, 생태, 과학, 가치와 윤리 등, 다양한 관점에서 이 책은 더 이상 땜질식의 처방이 아닌, 완전히 새로운 관점에서 미래를 설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새로운 목표와 원칙, 그리고 삶의 방식이 필요하다. 

 

더 이상 지구를 고갈시키는 방법으로 우리의 살 길을 찾아서는 안 된다. 이는 자녀 세대에게 지금보다 더 절망적인 미래를 안겨줄 뿐이다. 부와 자원의 공정한 분배, 사회공동체 가치의 회복, 생태적인 균형과 안정이 절실히 필요하다. 

 

자원의 고갈, 산림의 벌채, 생물종의 다양성 상실,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는 어떨까. 이들 문제 역시 경제성장과 더불어 그 심각성은 계속 높아지기만 한다. 그 가파른 상승세가 마치 하키스틱처럼 하늘을 뚫을 기세다. 

 

전망은 암울하다. 인류가 경제적 풍요라는 환상을 고집하는 한, 더 많이 생산되고 마음껏 소비할 수 있어야 한다고 고집하는 한, 이런 경제성장은 다른 한쪽을 계속 무너뜨리고 파괴해 결국 붕괴를 초래하고 말 전망이다.   

 

'유한한 자원을 가진 한정된 세계에서 끊임없이 성장만 추구하는 경제는 지속될 수 없습니다. 무엇이 미래에 인간의 안녕을 보장해줄지 우리는 새롭게 생각해야만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바람직한 미래에 필요한 새로운 개념과 구상이 있어야 합니다. 지구라는 이 별의 파괴가 계속된다면 더는 성장할 수 없습니다. 오로지 돈만 늘리는 것이 가치 창조는 분명 아닙니다. 성장의 한계란, 생태계와 사회에 해악을 끼치는 비생산적 행동을 극복하고 넘어서야 한다는 이정표와 같습니다.'

 

어떻게 하면 파괴를 향해 나아가는 이 경쟁에서 우리는 빠져나올 수 있을까. 저자는 외면이 아닌 우리 각자의 분담과 책임만이 파국으로 치닫는 현실을 바꿀 수 있다고 말한다. 지금껏 해오던 그대로 하는 것은 선택할 수 있는 조건이 아니다. 

 

다른 누구에게 기댈 게 아니라 우리 자신이 매일 하나씩 차근차근 변화를 이뤄나가야 한다. 우리 각자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 우리의 의지를 키울 첫 행보는 상자, 즉 우리가 생각하고 행동하고 살아가는 일상을 바깥에서 살펴보는 일이다. 

 

그동안 당연하게만 여기고 그 안에 갇혀 지냈던 상자를 근본적으로 철저히 재검토해야 어떤 것이 환경보호, 공존이라는 목적과 부합하는지 생각해볼 실마리가 주어진다. 

 

이런 실마리로 새로운 신념을 다지고 이에 알맞은 행동 모델을 세울 때 그다음 행보가 이어진다. 새롭게,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매일 조금씩 미래를 만들어가면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