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보-세] 학교 밖 현장 청소년, 안녕들 하십니까?.. 김선희 외 '오후에는 출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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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보-세] 학교 밖 현장 청소년, 안녕들 하십니까?.. 김선희 외 '오후에는 출근합니다'

  • 이은진 press9437@gmail.com
  • 등록 2024.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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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보는 세상] 

오후에는 출근합니다

김선희·범유진·정해연·박하령·허진희 지음, 소원나무 펴냄

 

<오후에는 출근합니다>는 청소년 아르바이트생들과 관련한 착취와 불안정한 노동 환경을 생생하게 그려낸 책이다. 

 

실제로 여성가족부의 '2022년 청소년 유해환경 실태조사'에 따르면 아르바이트 경험이 있는 청소년 중 49.4%가 근로계약서 없이 일했으며, 14.7%는 정해진 시간보다 초과 근무를 요구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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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사베이

 

 

청소년 아르바이트생들은 고강도 업무에도 불구하고 휴게 시간 없이 초과 근무를 강요당하거나, 근로계약서 없이 일한 후 급여를 받지 못하는 등 불합리한 상황에 직면해 있다.

 

이들은 불안정한 근로 환경 속에서 노동 착취와 인권 침해에 취약한 계층으로 인식된다. 하지만 현재 이들을 위한 사회적 안전망은 아직 부족한 실정이다. 

 

특히 청소년 아르바이트생들은 정규직 근로자에 비해 노동 관련 법률에 대한 이해도가 낮고,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기 어려운 사례가 많다. 또 단기 근무나 시간제 근무가 많은 아르바이트의 특성상, 고용주로부터 불이익을 받더라도 참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기도 한다.

 

이에 청소년 아르바이트생들을 위한 사회 안전망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이 요구되고 있다. 우선 청소년 대상 노동 관련 교육을 확대해 자신의 권리를 알고 이를 주장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단속을 강화해 악덕 고용주의 불법 행위를 근절하고, 청소년 아르바이트생들이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수 있도록 법적·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나아가 사회 전반적으로 아르바이트생들을 존중하고 가치 있는 노동력으로 인정하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각 작품 속 주인공은 일로 만난 사람들과 새로운 관계를 맺으며 자기 세계와 인식을 확장해 나간다. 그들이 마주한 세상은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던 낯설고 싱싱한 자신을 꺼내 보는 거대한 실험실이 된다. 

 

학교 담장을 뛰어넘어 톡톡하게 자기 역할을 해내는 청소년의 모습을 생동감 있게 묘사했다는 점에서 청소년 소설의 새로운 이정표로 삼을 만하다.


아르바이트 중 만난 남자아이에게 생기는 감정을 생기발랄하게 그린 「인형 탈을 쓰면」은 마음을 간지럽히는 하이틴 명랑 로맨스물이다. 

 

「인형 탈을 쓰면」에서 인형 탈을 쓰는 행위는 타인과 맺는 새로운 관계를 뜻한다. 주인공 ‘나’는 다양한 인형 탈을 쓰고 그에 맞는 행동을 하며 이제껏 상상해 보지 못했던 누군가의 심정을 헤아리게 된다. 이전과 다른 생각과 행동으로 자기 안에 숨어 있었던 새로운 감정을 발견한다. 

 

「인형 탈을 쓰면」이 연애의 설렘을 담았다면 「그 아이」는 편의점 알바생 홍구와 정서적 학대를 받는 민준의 연대에 초점을 맞춘 브로맨스 작품이다. 

 

「그 아이」의 주인공 홍구는 민준의 부모와 갈등 관계에 놓인다. 흥미로운 점은 둘의 지위 차이인데 홍구는 편의점 알바생이고 민준의 부모는 시 의원과 대학 병원 교수다. 홍구는 민준의 부모에 비해 어떤 변화를 만들 힘이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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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결과는 정반대다. 민준의 부모는 홍구가 찍은 짧은 영상을 통해 무관심으로 아이를 방치하는 행동이 학대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홍구로 인해 민준은 더 나은 생활을 기대하게 된다. 

 

이렇듯 작품은 인물 간의 낙차를 이용해 아무리 작은 존재일지라도 누군가의 손을 잡아 주기에 충분하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꽁꽁 얼어붙은 마음을 부드럽게 녹여 주는 따스한 추리 과정이 인상적인 「호 탐정의 조수가 되고 싶어」는 본격 감성 추리물이라 할 수 있겠다. 여기에 현실과 상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품이 추가되며 장르적인 만족감을 배가한다. 

 

「호 탐정의 조수가 되고 싶어」의 주인공 나리도 호 탐정을 만나게 되면서 그동안 말하지 못했던 진심을 고백하게 된다. 이제껏 발견하지 못했던 또 다른 내 모습을 꺼내는 장면은 우리가 관계를 통해 새로운 자신을 만날 수 있음을 알려준다.

 

「마법소녀 계약주의보」는 10대 아르바이트생이 겪는 어두운 현실을 깜찍 발랄한 판타지로 풀어냈다. ‘AI 상담사’라는 독특한 설정과 살인이라는 충격적인 사건을 버무린 「역방향으로 원 스텝!」은 인구 문제의 딜레마를 주제로 한 미스터리 SF다.

 

「역방향으로 원 스텝!」도 신분의 대비를 사용해 메시지를 극대화한다. 주인공 화니는 자신이 연루된 살인 사건이 실체를 알 수 없는 거대 세력에 의해 일어났음을 직감한다. 

 

거대 세력 앞에 선 청소년 아르바이트생은 초라해 보인다. 그럼에도 화니는 사건의 전모를 밝히리라 다짐한다. 자기 정체성을 변화를 만드는 존재로 결정한다. 그릇된 일을 바르게 고치기 위해 용기를 발휘한다.

 

우리는 입버릇처럼 청소년을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존재라고 말한다. 하지만 청소년에게 자기 안에 숨겨진 다양한 모습을 발견하는 기회가 충분할까. 그들은 자기 안에 숨겨진 더 많은 가능성을 세상 앞에 꺼내 보는 연습을 하고 있을까. 

 

<오후에는 출근합니다>는 자기 안에 숨겨진 새로운 나를 발견하고 꺼내 보는 연습이 우리의 삶을 지속하는 힘이 돼 준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책은 변화란 영웅적인 면모를 가진 소수에 의해 실행되는 이벤트가 아니라는 사실에 주목한다. 변화의 주체로 청소년을 바라본다. 다른 사람이 내민 손을 외면하지 않고 맞잡는 작은 용기가 변화의 첫걸음이 될 수 있다는 응원을 보낸다.


청소년 아르바이트생을 위한 사회 안전망을 강화하는 것은 정부, 기업, 그리고 사회 구성원 모두의 책임이다. 서로 협력해 노동 환경을 개선하고, 청소년들이 자신의 꿈과 희망을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돕는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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