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혁신교육] 밥 먹듯 실수하면 어때?
  • 해당된 기사를 공유합니다

[다시, 혁신교육] 밥 먹듯 실수하면 어때?

  • 한주연 gdaily4u@gmail.com
  • 등록 2019.08.13
  • 댓글 0
ⓒ픽사베이
 

[지데일리] 여덟 살이 되면 누구나 학교에 간다. 낯선 친구들, 모르는 어른들의 세계와 맞닥뜨린 아이들은 설렘으로 잠을 설치기도 하고, 공포를 느끼기도 했다. 부자거나 가난하거나, 여자거나 남자거나, 장애가 있거나 없거나, 누구에게나 똑같이 주어지는 의무교육의 기회는 소중하다.

 

그러나 이를 소중히 여기는 마음은 요즘 사람들에게서는 사실, 찾아보기 힘들다. 부모는 교사와 학교를 불신하고, 교사는 학생과 부모를 불신하며, 학생은 부모와 교사를 믿지 못한다. 왜일까?

 

교사 천경호. 그는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힘든 순간도 많았고, ‘결국 사람은 어쩔 수 없는 존재인가 보다’ 절망하기도 했다. 그러다 상담 공부를 시작했고, 사람은 ‘어쩌면 어쩔 수 있는 존재일지도 모르겠다’는 희망으로 바뀌었다.

 

사람은 누구나 변하기 마련이다. 다만 언제 어떤 계기로 변할지 모르기 때문에 함부로 사람을 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믿는다. 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고, 그 실수가 기회가 돼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이 실수했을 때 손잡아 주고, 더 나은 방향을 알려 줄 사람, 그게 바로 교사라고 믿고 있다. 부모 또한 그렇다. 그런 어른이 많은 세상이 되도록 애써 온 기록들이 이 책 <날마다 조금씩 자라는 아이들>(이후)에 담겨있다.

“학교는 인간 개개인이 가진 무한한 잠재력을 사람을 위해, 생명을 위해 발휘할 수 있도록 단 한 명의 아이도 빠짐없이 기회를 주기 위해 존재하는 곳이자, 배우지 못한 아이들에게 배움의 기회를 만들어 주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으로 길러 내는 곳이다. 그것이 학교의 존재 이유다.”

저자는 아이들은 미성숙하고, 실수 연발에 실패를 밥 먹듯이 하는 존재라고 말한다. 학교라는 곳, 교실이라는 공간이 힘을 발휘할 순간은 바로 이때라고 한다.

 

비슷한 또래들이 모여 서로의 실수를 용서하고, 다시 일어설 기회를 주는 곳, 그게 바로 학교다. 교사라는 성숙한 어른이 미성숙한 아이들의 실수를 수용하고, 더 나은 행동을 보여 주며 다시 해 보도록 기회를 주는 곳이 학교다. 욕하고 싶어도 욕하지 않는 법을 배우고, 때리고 싶을 때 때리지 않는 법을 배우는 것이 학교다.

 

이렇게 맺어진 성숙한 관계는 서로에 대한 감사로 이어지고, 서로의 시간을 나누는 것이 얼마나 큰 인연인지 알게 한다. 사건과 사고의 연속으로 정신이 없을 때에도, 이 아이가 나아질 것이라는 믿음이 조금도 생기지 않는 순간에조차 믿고 기다리는 것, 그것이 교사가 할 일이라 믿는다. 그렇게 아이들을 만나는 사람이 바로, 교사 천경호다. 

 

“아이를 믿는다는 것은 아이의 변화 가능성을 믿는다는 것이지, 아이가 성인과 같은 성숙함을 보일 것을 기대하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아이는 반드시 실수하고 또 실수할 것이다. 그럼에도 아이를 믿어 주는 것. 아이에게 다시 한 번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 그것이 아이를 믿는 것이다. 그 믿음을 교사와 부모, 그리고 주변 친구들에게도 전해 가는 것이 교사의 역할이다.”

책은 우선 저자가 교사가 된 뒤 만난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짝꿍이 놀렸다고 학교에 나오지 않겠다는 아이, 짝을 바꿔 주기 전에는 아이를 학교에 보내지 않겠다는 엄마의 이야기, 자기 아이를 괴롭히는 친구를 왜 내버려두느냐는 아버지와 한 시간 가까이 통화한 일화가 소개된다.

 

자는 동안 형이 자기 눈썹을 밀어 버렸는데도 그저 웃고 마는 아이의 이야기도 있고, 친구와 돈 때문에 다투거나 모두가 싫어하는 아이와 짝이 되자 울고 마는 아이의 이야기도 있다. 어디에나 있을 법한 아이들의 이야기다. 하지만 그 아이들의 마음을 다독이고 방향을 잡아 주는 교사의 태도는 쉽게 만날 수 없는 감동적인 모습이다.

 

학부모에게는 물론이고, 학생들에게도 차분차분 설득하고 설명한다. 학교에 나올지 말지, 짝을 바꿀지 말지도 아이 스스로 결정할 수 있게 돕는다. 아이 스스로 마음에 세운 벽을 뛰어넘을 수 있게 한다. 강요하지 않고 스스로 선택한 결정은 아이들이 학교에서 능동적으로 생활할 수 있게 해준다. 아이들과 나눈 대화글은 그 자체로 좋은 본보기다. 

다음으로 어떤 교사가 되고 싶었는지를 담았다. 왜 교장이 되기보다는 좋은 교사로 살고 싶은지, 육아 휴직을 쓰고 아이들 곁에 머물렀던 경험이 교사인 자신에게 어떤 도움이 됐는지, 모두가 꺼리는 아이들을 어떻게 할지 고민하는 동료 교사에게 ‘제가 맡을게요!’ 한마디를 던질 수밖에 없었던 이유도 흥미롭다. 군대 선임에게 부당한 폭력을 당하면서도 똑같이 되갚아 주지 않고 정반대 방법으로 그를 바꿔 냈던 일화는 사뭇 감동을 준다. 

지금 교실에서 실천하고 있는 여러 가지 교육 방법에 대해서도 다룬다. 아이들에게 작가 노트를 쓰게 하고, 고학년 아이들에게도 책을 읽어 주는 등 보통의 교실에서도 이뤄진다면 참 좋겠다 싶은 사례들이 관심을 모은다.

이와 함께 교육 행정에 관한 예민한 주제들을 다루고 있다. 교사가 교실에서 하는 일 중 가장 중요한 두 가지, 아이들을 가르치고 생활을 지도하는 것 말고 행정적으로 낭비되는 시간이 얼마나 많은지 짚어 보고 교사가 교사답게 생활하려면 어떻게 돼야 하는지 이야기한다. 그러기 위해 다른 교사들과 꾸린 모임에 대해서도 소개하고 있다. 아이들 앞에서 교사다운 교사로 지내기 위해 넘어야 할 벽이 이렇게나 많지만 그래도 노력하는 선생님들이 있어서 희망을 품는다. 

저자는 말한다. “내가 쉽게 넘어설 수 없는 벽을 넘어설 순간을, 비집고 들어갈 공간이 생기는 때를 만들어야 한다. 기회는 쉽게 오지 않고, 때는 가만히 기다린다고 만들어지지 않는다. 이 아이 덕분에 다른 아이들이 사람을 더 이해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어떻게 해서든 벽을 넘어서 보고 싶다. 스스로 일어설 수 있도록 만들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