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의 길목에 선 우리의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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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의 길목에 선 우리의 자세"
  • 손정우 기자
  • 승인 2019.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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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새로운 제품이나 기술을 발명하는 것을 떠올리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에게 혁신은 ‘새로운 것을 하고, 파괴적으로 다른 사람이 따라 할 수 없도록 하는 모든 것’이다. 바로 그가 생각하는 혁신의 정의다. 그는 모든 분야와 조직에서 혁신이 가능하다고 강조한다. 그는 “인사(HR) 기능에서도 조직간 장벽(Silo)을 없애고, 유연한 조직을 만드는 것과 같은 혁신을 일으킬 수 있다”며 “제품과 연구개발 분야에 국한해서만 혁신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단언한다.

LG화학을 이끌고 있는 신학철(62) 부회장은 화학업계 대표 글로벌 리더다. 서울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한 후, 1984년 한국 3M에 입사해 필리핀 지사장(1995년), 3M 미국 본사 산업용 비즈니스 총괄 수석 부사장(2005년)을 거쳐 한국인 최초로 3M 해외사업을 총괄하는 수석부회장(2011년)까지 오른 입지전적인 전문 경영인이다.  

신학철 부회장은 기본과 원칙에 충실한 경영자다. 지난 6월, 신 부회장이 LG화학 CEO에 취임한 후 첫 번째 임원 워크숍이 경기 이천에 위치한 인화원에서 열렸다. 신 부회장이 이날 220여명의 임원들에게 가장 우선적으로 강조한 것은 ‘기본과 원칙에 입각한 리더십’이었다. 그는 “기업은 고객과 주주, 임직원, 사회에 대한 책임이 막중하다”며 “타협할 수 없는 가치관을 조직에 뿌리내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윤리경영을 기반으로 실력을 배양하고 정정당당하게 승부하는 LG그룹의 행동방식인 ‘정도경영’ 실천을 주문한 것이다

신 부회장이 취임 일성으로 ‘기본과 원칙’을 꺼내든 것은 그의 확고한 경영철학 때문이다. 신 부회장은 3M 근무시절부터 “기업은 사회적 책임에 대한 아주 강한 의무감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고 거듭 강조해왔다. 대다수의 기업은 시간이 지나면서 굴곡을 겪게 되고, 꾸준히 성장하는 기업은 소수에 불과한 것이 현실이다. 다만 ‘지속가능한 방법’으로 가치를 창출하는 기업은 50년, 100년이 지나도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이 신 부회장의 지론이다. 그는 3M 근무시절 지속가능경영을 추진하는 위원회의 장(長)을 맡기도 했다. 

신 부회장은 지속가능 경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는 “화학기업이 세계적인 수준의 지속가능 경영을 실천하고 있다는 것은 큰 경쟁력이면서 차별화 요소”라며 “전 사업분야에서 지속가능 경영을 강화할 수 있도록 다양한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신 부회장은 지속가능경영을 위한 전략적인 지향점 구축 및 중장기 목표 설정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지속가능 경영의 측면에서 R&D, Supply Chain 등 전반적인 사업 프로세스를 점검하고 글로벌 기준에 맞게 향상시킬 계획이다. 또한 지속가능 경영은 글로벌 톱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필수조건이므로 내부적으로 이에 대한 공감대 형성에도 노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발로 뛰는 현장경영 몸소 실천

신학철 부회장은 현장경영을 중시하는 CEO로 알려져 있다. 신 부회장은 LG화학 CEO에 취임한 이후 현장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올해 1월 대전 기술연구원을 시작으로 오창공장, 파주공장, 대산공장 등 국내 사업장을 비롯해 독일, 폴란드, 중국, 미국 등 해외 사업장을 방문하며 활발한 현장경영을 펼치고 있다. 취임 후 반년 동안 신 부회장이 이동한 거리는 약 2만 5천km로 지구 반 바퀴에 달한다. 

그는 국내외 현장을 방문해 각각의 현장이 중점적으로 추진해야 하는 개별과제를 주문하고, 고객의 입장에서 끊임없이 질문한다. 또한 고객을 만나 고객에게 도움이 되는 혁신은 무엇인지에 대해 묻고, 이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기 위해 노력한다. 신 부회장은 “리더가 사무실에 앉아 ‘고객이 중요하다, 고객과 시간을 많이 보내라’고 백 번 말한들 어떤 변화도 일어나지 않는다”며 “조직 구성원은 리더의 말을 따르지 않고, 리더의 행동을 따른다”고 강조한다. 또한 “경영자가 자기 기업이 처한 현실을 정확하게 알려면 많이 돌아보는 것이 최선”이라는 것이 신 부회장의 지론이다. 

신 부회장은 3M 본사에서 근무했을 당시 그는 미국 시장을 알기 위해 3개월 동안 미국 전역을 돌아다녔다. 거의 모든 도시를 방문했고 매일 미국 현지 고객과 만났다. 또한 미국의 주요 도시를 다니면서는 유통업체들과 만나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였다. 이처럼 그는 치열한 현장경영을 바탕으로 글로벌 무대에서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했다. 

신학철 부회장이 글로벌 리더로 성장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호기심’이다. 중학생 시절, 그는 윌리엄 서머셋의 <달과 6펜스>라는 소설을 읽고 감명을 받았다. 이 소설은 프랑스 후기 인상파 화가 폴 고갱을 모델로 쓰여진 작품으로 주식중개인인 주인공은 늦은 나이에 그림을 시작하게 된다. 이후 주인공은 안정적인 직업을 뒤로 하고, 그림을 배우기 위해 40대에 홀연히 떠난다. 신 부회장은 꿈을 향한 폴 고갱의 강렬한 열정에 강한 호기심을 품게 됐다. 그는 “한 사람이 한가지 일에 어떻게 저 정도의 열정을 가지고 뛰어들 수 있는지 궁금했다”고 말한다. 

그가 업(業)을 정할 때도 호기심은 중요한 원동력이 됐다. 기계공학도인 그는 한국 3M에서 테크니컬 엔지니어로 시작해 1년 뒤 영업으로 진로를 바꿨다. 당시만 해도 공대 출신 중 영업을 하는 사람이 드물었기 때문에 주변의 만류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여태껏 경험해보지 않은 새로운 분야, 즉 ‘영업’에 강한 호기심을 품게 됐다. 그는 “’세일즈(sales)’라는 것이 무엇인지 궁금했다”며 “영업은 단순히 물건을 파는 것 이상을 넘어 고객에게 도움을 주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한다. 

그는 호기심을 갖는 데만 머무르지 않고, 호기심을 해결하기 위해 직접 현장에 뛰어들었다. 2년 동안 영업 업무를 경험한 신 부회장은 마케팅, 경영 등 다양한 분야로 길을 넓혀 갔다. 그는 “세상에 어렵고 골치 아프지 않은 일이 어디 있겠느냐”며 “명확하게 정의되지 않았으며, 남들이 가지 않은 분야에 뛰어들어 더 큰 재미를 찾을 수 있었다”고 말한다. 새로운 분야에 대한 호기심이 강점을 발견하는 기회로 이어진 것이다. 또한 신 부회장은 영업과 마케팅 업무를 하며 관련된 일을 좋아하고, 잘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고객에게 제품과 아이디어를 소개하고, 고객의 고민을 해결해줄 솔루션을 제시하는 일, 그가 찾아낸 평생의 업(業)이다. 

신 부회장이 ‘샐러리맨의 성공 신화’를 써내려 갈 수 있던 비결은 현재의 위치에 안주하지 않고, 미지의 분야에 새롭게 뛰어드는 도전정신에 있다. 신 부회장은 ‘차면 넘친다’는 말을 좋아한다. 그는 “입사를 하면 회사는 각각의 개인에게 하나의 그릇을 준다”며 “이때 개인이 할 수 있는 가장 현명한 일은 그릇을 넘치게 만드는 것”이라고 말한다. 즉, 맡은 것보다 더 많은 일을 하기 위해 끊임없이 도전하는 자세를 강조한 것이다. 직원이 본인에게 주어진 그릇보다 더 많이 일을 해서 물이 넘치게 되면 조직은 직원에게 더 큰 그릇을 주게 되고, 또 그릇에 물이 넘치게 되면 직원에게는 더 큰 그릇이 주어진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신 부회장이 글로벌 리더로 성장할 수 있던 것도 바로 이러한 도전정신 덕분이다. 그는 이러한 성공비결을 ‘Overflow Theory’라고 부른다. 

학습과 소통에 힘쓴다 

신 부회장은 리더의 중요한 덕목으로 ‘학습’과 소통’을 꼽는다. 그는 공부하는 리더다. 신 부회장은 평소 ‘수많은 사람들을 대표해 의사결정을 할 자격이 있는가’ ‘부족한 부분은 무엇인가’ 등의 질문을 스스로에게 한다. 이렇게 자문(自問)의 과정을 거치다 보면 하루도 학습을 게을리 할 수 없다는 막중한 책임감이 자연스럽게 생겨난다. 그는 “리더가 배우는 자세를 매일 보여줄 때 조직을 이끌 수 있는 강한 힘이 생긴다”며 “기술, 제품, 해외 시장 등 시대를 앞서나갈 수 있는 다양한 주제에 대해 학습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실제 그는 치열한 학습을 통해 글로벌 리더로 자리매김했다. 그는 유학이나 해외 연수 경험 없이 1995년 필리핀 3M 지사장으로 일할 때부터 영어 공부를 본격적으로 시작해 수석부회장까지 올랐다. 영어가 모국어는 아니었지만 핑계를 대지 않고 부딪쳤다. 필리핀 3M 근무 당시, 여러 건의 회의를 하면서 상대방이 하는 표현 하나도 허투루 흘려 듣지 않고, 생소한 것은 적어 두었다. 틈틈이 사전을 찾아보고, 통상적으로 사용하는 관용구 등을 공부해가며 시간을 보낸 덕에 언어장벽이라는 관문을 통과했다. 방향성을 갖고, 목표를 의식하며 하루를 충실히 보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와 함께 신 부회장은 소통에 앞장서는 경영자다. 신 부회장은 3M 필리핀 지사장 근무 시절, 3개월 동안 500명이 넘는 직원들을 직접 만나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소통경영’으로 노사갈등을 해결하기도 했다. 그는 “리더의 기본 자질은 경청이며 이를 바탕으로 다른 의견을 포용하는 것은 가장 중요한 덕목”이라며 “리더들이 구성원들과 대화를 할 때는 항상 자신을 낮추는 자세, 듣는 자세, 직원들과 눈높이를 맞추려는 자세와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신 부회장은 직원들의 의견을 듣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한 달에 2~3회이상 ‘스피크 업(Speak-up)’이라는 주제로 직원들과 만나 조직문화와 사업방향, 구성원 육성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한 직원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있다. 최근에는 직원들과 함께 점심식사를 하며 ‘리더십’ ‘워라밸’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져 큰 호응을 받았다.  

신 부회장은 앞으로도 직원들과 소통하는 기회를 늘릴 계획이다. 특히 ‘2030 밀레니얼 세대’와의 만남을 통해 젊은 세대 직원들에게 가까이 가기 위한 노력을 할 계획이다. 그가 직원들과 소통을 중요시하는 이유는 ‘사람’에 대한 애정 때문이다. 그는 “결국 제일 중요한 것은 사람과 리더십”이라며 “임직원들이 균등한 기회를 갖고, 성장을 위해 도전하며, 진취적이고 자주적인 리더십을 기를 수 있는 문화를 만들겠다”고 말한다.

조직은 역동적이어야 한다

신 부회장이 이처럼 소통이 활발한 수평적인 조직문화 구축에 힘쓰는 것은 혁신에 대한 그의 확고한 철학 때문이다. 신 부회장은 3M 근무시절부터 ‘혁신 전도사’로 불렸다. 그가 3M 산업용비즈니스 총괄 수석부회장으로 근무하던 지난 2012년 당시, 공화당의 에릭 폴슨 연방 하원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신학철 부회장은 혁신적이며, 혁신 그 자체”라고 평한 바 있다. 

 ‘혁신’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새로운 제품이나 기술을 발명하는 것을 떠올리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신 부회장에게 혁신은 ‘새로운 것을 하고, 파괴적으로 다른 사람이 따라 할 수 없도록 하는 모든 것’이다. 바로 그가 생각하는 혁신의 정의다. 그는 모든 분야와 조직에서 혁신이 가능하다고 강조한다. 그는 “인사(HR) 기능에서도 조직간 장벽(Silo)을 없애고, 유연한 조직을 만드는 것과 같은 혁신을 일으킬 수 있다”며 “제품과 연구개발 분야에 국한해서만 혁신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단언한다.

그렇다면 혁신은 어떻게 일어날 수 있을까? 신 부회장은 “모든 조직 구성원들이 가진 잠재가치를 표출할 수 있는 조직문화 분위기를 만들 때 가능하다”고 말한다. 그는 “어떤 아이디어든 나쁜 아이디어는 없다”며 “아이디어 내는 것을 격려하는 문화가 5년, 10년 반복되다 보면 기업 내에서 엄청난 일이 발생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또한 직원들이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내는 조직문화 분위기는 결국 리더에게 달려있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그는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분위기를 만드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만 그것이 무너지는 것은 더 쉽고, 돌이키긴 어렵다”며 “직원에게 아이디어를 내라고 말한 리더가 무시와 냉소를 보인다면 그 조직의 새로운 아이디어들은 몇 년간 침묵을 지킬 것”이라고 말한다. 신 부회장은 직원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내는 역동적인 조직문화 강화를 통해 전 분야의 혁신을 이뤄낸다는 계획이다. 

끊임없이 질문하고 토론한다

신 부회장이 경영활동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질문’과 ‘토론’이다. 그는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질문을 한다. 처음에는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왜 이렇게 되는 것인가요?” 등과 같은 비교적 간단한 질문을 던진다. 그 다음에는 또 다른 “왜”를 묻는다. 이런 식으로 “왜?”, 즉 “why?”를 서너 번 하다 보면 근본적인 해결책에 도달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또한 “‘why not?”의 질문을 반복적으로 하다 보면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을 수 있게 된다. 리더의 질문은 ‘why’와 ‘why not’, 두 개면 충분하고, 문제해결은 질문을 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신 부회장 취임 후 임원 워크숍은 ‘강연’에서 ‘토론’으로 진행식이 바뀌었다. 지난 6월 열린 임원 워크숍에서 최고경영진들은 LG화학이 추진하는 4대 이니셔티브에 대해 발표를 하고, 사업본부별로 4대 이니셔티브를 어떻게 추진할지 세부 내용에 대해 토론을 하고, 향후 실행 계획을 공유했다. 워크숍에 참석한 한 임원은 “현재 맡고 있는 사업분야에 집중하느라 다른 사업부문을 충분히 들여다볼 기회가 없었다”며 “타 사업부문의 이슈 공유 및 토론을 통해 회사의 전체적인 그림을 볼 수 있어 매우 유익했다”고 말했다. 또한 “자유로운 토론을 통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그는 토론을 하는 것 못지 않게 토론에 임하는 자세에 대해서도 중요하게 생각한다. 신 부회장은 “토론을 할 때 상대방이 자신의 의견을 공격할 것을 우려해 방어적인 자세를 취하는 경우가 많다”며 “토론을 통해 궁극적으로 얻고자 하는 ‘공통가치’를 유지하고, ‘열린 자세’로 상대방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면 결국 ‘회사의 성장’과 같은 공통의 목표에 도달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충분한 토론과 철저한 실행력을 통해 수평적이면서 역동적인 조직문화를 만들어갈 계획이다. 

신 부회장의 좌우명은 <논어>에 나오는 '치기언이과기행(恥其言而過其行)’이다. 말이 행동보다 앞서는 것을 부끄럽게 여긴다는 뜻으로 그가 세계적인 기업에서 인정을 받으며 초고속 승진을 했던 데는 늘 겸손함을 잃지 않는 마음가짐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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