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의 페미노트] 너무나 인간적인 보이시한 '여자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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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의 페미노트] 너무나 인간적인 보이시한 '여자아이'
  • 홍성민(출판인·평론가)
  • 승인 2019.06.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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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MeToo·나도 피해자다)로 촉발된 페미니즘 열풍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페미니즘을 둘러싼 논쟁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지만, 페미니즘의 정확한 의미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페미니즘은 '여성의 특질을 갖추고 있는 것'이라는 뜻을 지닌 라틴어 '페미나(femina)'에서 파생한 말이다. 성 차별적이고 남성 중심적인 시각 때문에 여성이 억압받는 현실에 저항하는 여성해방 이데올로기를 의미한다. 알들 모를듯 세계적인 이슈로 부상한 페미니즘은 무엇일까. 분명한 것은 페미니즘은 하나의 총체적인 사상의 형식과 체계로 묶을 수 있을 만큼 구체적인 실체를 지니고 있다는 사실이다. 페미니즘을 달고 어느 순간부터 책들이 쏟아지고 있는 지금, 지데일리는 페미니즘의 이해를 돕는 책을 소개한다.

“남자아이와 여자아이를 차별한다고요? 지금이 어떤 세상인데 그런 얘기를 하나요?” 이렇게 반문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실상은 여전히 남자와 여자를 차별하고, ‘아이다움’보다는 남자다움이나 여자다움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아이들에게 무심코 내뱉는 말 속에 성역할 고정관념이 숨어 있고, 가벼운 몸짓이나 표정에도 성차별적인 태도가 깃들어 있다.

아울러 텔레비전 프로그램이나 책, 장난감, 옷 등에도 성역할 고정관념이 자리하고 있다. 동화 속에서 예쁜 공주는 늘 용감한 왕자가 구하고 악당은 늘 정의로운 남자 영웅에게 제압당한다. 

이처럼 우리는 은연중에 ‘아이’를 남자와 여자로 나눠 바라보면서 아이가 아주 어렸을 때부터 남자다움과 여자다움을 주입한다. 특히 어른들은 무의식적으로 아이들에게 어떻게 말하고 행동해야 하는지 알려 준다. “남자는 원래 싸우면서 크는 거야. 씩씩하고 용감해야 남자답지.” “여자는 다소곳하고 상냥하고 예뻐야 해. 여자다워야 사랑받을 수 있어.”

이런 가르침 속에서 어떤 아이는 상처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간과하고 있다. 그저 분홍색 옷을 즐겨 입던 남자아이가 커 가면서 분홍색을 멀리하고 파란색 옷을 고르면 “다행이야. 이제야 자신에게 맞는 색을 찾았어”라고 생각할 뿐이다.

아이가 정말 원해서 파란색 옷을 고른 것인지 아니면 남들 시선을 의식해 파란색 옷을 집어 든 것인지에 대해선 관심이 없다. 어쩌면 아이는 “네가 원한다면 무슨 색이든 괜찮아. 넌 어떤 색이든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어!”라고 말해 주기를 바라지는 않았을까.

우리는 아이들이 스스로의 삶을 주도적으로 선택하고 가꾸어 나가기를 바라면서도 남자아이는 파란색과 로봇과 축구를, 여자아이는 분홍색과 인형과 발레를 선택해야 한다고 강요한다. 세상 사람들이 다 그렇게 생각하니까 어쩔 수 없다고 치부하면서 아이들에게 성역할 고정관념을 계속 심어 주고 있는 것이다.

그나마 다행스런 일은 성평등에 대한 인식이 점점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아이를 남자, 여자라는 틀에 가두고 어른들 잣대로 재단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점점 힘을 받고 있다. 부모와 교사가 참여하는 성평등 관련 프로그램도 많아지고 있으며, 성평등 교육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높아지는 추세다.

<스웨덴식 성평등 교육>은 성평등 교육에 관심은 있으나 방법을 몰라 망설이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성평등 지수가 높기로 유명한 스웨덴에서 성평등 교육 전문가로 활동하는 두 저자의 경험과 노하우가 담겨있다. 

성평등 선진국인 스웨덴의 아이들은 과연 어떤 특별한 교육을 받을까. 저자 크리스티나 헨켈과 마리 토미치는 아이를 성평등하게 키우는 과정에서 부모와 교사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누구보다 잘 안다. 자신의 아이를 직접 키우면서 또 교사들에게 오랫동안 성평등 교육법을 가르치면서 보고 듣고 느낀 게 많기 때문이다.

그들은 일찍부터 성평등 교육의 중요성을 알고 여러 분야의 사람들을 인터뷰하거나 설문 조사해 문제점과 해결책을 찾았다. 여기에는 다양한 연령대의 아이뿐 아니라 부모, 교사, 장난감이나 의류 회사 직원 등 아이들과 직간접적으로 관련 있는 사람들의 진솔한 이야기가 모두 반영돼 있다. 아이의 다양성과 창의성을 저해하는 성차별적인 요소가 무엇인지 그리고 성평등 교육을 어떻게 실천해야 하는지가 책에 자세히 소개돼 있다. 

이 책은 먼저 젠더(성)의 함정과 난관을 이야기한다. 다채로운 사례를 통해 성역할 고정관념이 아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 주며, 부모와 교사가 일상에서 쉽게 할 수 있는 성평등 교육법을 알려 준다. 놀이, 옷, 언어, 우정과 사랑, 감정 표현, 신체 활동에는 남자와 여자의 구별이 없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성평등 솔루션’을 눈여겨봐야 하는데, 현실적이며 실천 가능한 제안들로 채워져 있다. 실제 여러 상황에서 아이들을 대할 때 어떻게 해야할지를 알려 주고 있기 때문에 성평등 교육의 방법을 몰라 고민하는 부모와 교사들에게 매우 유용하다. 

이어 스웨덴 유치원들이 어떤 과정과 방법을 거쳐 성평등 교육을 실천하고 있는지 소개하는 한편, 부모와 교사의 관점에서 성평등 교육을 소개한다. 부모와 교사의 의견이 서로 충돌하거나 불만이 있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도 알려준다. 

다음으로 우리가 꿈꾸는, 성평등한 세상으로 나아가는 길을 제시한다. 아이가 성별이라는 굴레를 벗고 세상에 제 모습을 드러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전략과 성평등 교육을 시작하는 방법이 잘 정리돼 있다.

성평등 교육, 시작은 간단하다. ‘여자니까’, ‘남자니까’ 하는 표현을 자제하고 성역할 고정관념이 배어 있는 행동을 피하면 된다. “여자가 왜 그래?”, “남자가 왜 저래?” 같은 말은 결국 성차별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꼭 기억해야 한다.

아이들은 엄마 배 속에서부터 남자답게, 여자답게 사는 법을 배운다. 세상에 태어나면 남녀 구분은 더 선명해지는데 어린아이라도 예외는 없다. 남자는 머리를 기르면 안 되고, 치마를 입을 수 없으며, 눈물을 참아야 한다. 여자는 크게 떠들면 안 되고, 옷차림이나 몸가짐이 단정해야 하며, 인형이나 소꿉을 가지고 놀아야 한다. 할아버지, 할머니 세대에나 통할 법한 이야기 같지만 지금도 아이들은 집과 유치원과 학교에서 이런 얘기들을 곧잘 듣는다.

만일 아이가 이 같은 전통적인 남녀의 성역할을 거부한다면 꾸지람과 따가운 시선을 감수해야 한다. 아이가 젠더 프레임의 희생양이 되기를 바라는 부모와 교사는 없을 것이다. 오히려 젠더 프레임 밖으로 나와 주기를 바라면서 올바른 성평등 교육을 실현하고 싶어 할 것이다. 

이 책에서 말하는 성평등 교육이란 무엇일까. 남자아이에게 인형을 주고 여자아이에게 로봇을 주는 게 성평등 교육일까. 남자아이가 발레와 미술을, 여자아이가 축구와 태권도를 배운다면 진정한 성평등이라 할 수 있을까. 

이 책은 성별을 떠나 아이 스스로가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성평등 교육이라고 말한다. 인형이든 로봇이든, 발레든 축구든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다. 아울러 아이가 남성성과 여성성을 두루 경험해 볼 수 있도록 하는 게 성평등 교육이라고 말한다.

이번에 파란색 옷을 샀다면 다음번에는 노란색 옷과 분홍색 옷을 사고, 이번에 주방놀이를 했다면 다음번에는 공구놀이를 해보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아이들은 자신이 뭘 좋아하는지 깨닫고, 자신에게 잘 맞는 옷이나 놀이를 알아낼 수 있다. 

성별이 어떻든 아이들은 평등한 기회를 가져야 한다. 만일 우리가 작은 한 발을 내딛는다면, 그래서 일상에 변화를 준다면 우리는 함께 큰 차이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우리의 아이들이 그리고 그 후손들이 앞 세대가 했던 평등을 위한 투쟁에 대해 고마움을 표현하는 날이 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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