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이 웃었다, 검찰이 얼어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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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이 웃었다, 검찰이 얼어붙었다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의 검찰총장 후보자 발탁은 검경 수사권 조정 등 검찰개혁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문재인 대통령 의중이 반영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윤 후보자는 정부가 추진하는 검경 수사권 조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등 검찰개혁 작업을 마무리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검경 수사권 조정과 관련해 검찰 내부에서 반발이 적잖은 상황인 만큼?신임 검찰총장은 검경 수사권 조정 및 공수처 설치 법안이 국회에서 논의되는 과정에 검찰의 목소리를 내고, 조직 내부를 추스르는 리더십도 발휘해야 한다.

  • 최준형 gdaily4u@gmail.com
  • 등록 2019.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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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임 검찰총장 후보자로 지명된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이 17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뉴스1
신임 검찰총장 후보자로 지명된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이 17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받으며 미소짓고 있다. 뉴스1

'검찰개혁' 완수라는 중책을 맡게 된 문재인정부 두 번째 검찰총장 후보자로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59·사법연수원 23기·서울)이 17일 지명됐다. 이에 따라 윤 후보자는 1988년 검찰총장 임기제 도입 이후 고검장을 지내지 않은 첫 총장 후보자로 기록되게 됐다. 

이번 윤 후보자 발탁은 검경 수사권 조정 등 검찰개혁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문재인 대통령 의중이 반영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윤 후보자는 정부가 추진하는 검경 수사권 조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등 검찰개혁 작업을 마무리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검경 수사권 조정과 관련해 검찰 내부에서 반발이 적잖은 상황인 만큼 신임 검찰총장은 검경 수사권 조정 및 공수처 설치 법안이 국회에서 논의되는 과정에 검찰의 목소리를 내고, 조직 내부를 추스르는 리더십도 발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관련 법안이 패스트트랙에 올라 이미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만큼 윤 후보자는 검찰 내부 의견을 수렴하며 관련 상임위원회 출석 등을 통해 검찰 입장을 개진하는 방식 등으로 대응해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윤 후보자는 검경 수사권 조정과 관련해 뚜렷한 입장을 표명한 적은 없다.

윤 후보자의 첫 리더십 시험대는 향후 단행될 정기 간부인사가 될 것으로 보인다. 문무일 검찰총장(18기)보다 5기수 아래인 윤 후보자가 깜짝 발탁되며 조직내부 파장은 피할 수 없는 실정이다.

윤 후보자는 검찰총장 임기제가 도입된 1988년 이후 고검장을 거치지 않고 총장으로 직행한 첫 사례다. 검찰엔 후배가 총장에 오르면 동기 및 선배 기수들은 물러나는 관행이 있어 19~23기 검사장급 간부 중 상당수 물갈이가 불가피하다고 보는 시선이 많다.

이 경우 대규모 인적쇄신으로 인한 '충격파'를 수습하며 검찰 조직을 시급히 안정시키는 일이 당면과제 중 하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윤 후보자는 사법시험 합격이 늦어 대부분의 선배 기수보다 나이가 많은 점 때문에 검찰 관행이 다소 바뀔 가능성도 거론됐었다.

아울러 '인권검찰'을 꾸준히 강조해온 문무일 검찰총장 뒤를 이어 윤 후보자도 인권침해 및 권한남용 방지 등에 방점을 찍은 제도개선 작업을 지속할 것 전망이다.

부정부패 수사라는 검찰 본연 업무는 윤 후보자가 서울중앙지검에서 적폐청산 및 국정농단, 사법농단 수사를 진두지휘해온 만큼 기조가 유지될 것으로 관측된다. 윤 후보자가 검찰 내 대표적인 '특수통'이기도 하다.

윤 후보자은 문무일 총장(58·18기)의 후임으로 검찰 수장에 오르기까지 파란만장한 삶을 살아왔다. 그는 서울 출신이다. 일각에선 조부와 부친의 고향이 충남 논산이어서 '충청' 인맥으로 분류하기도 한다. 서울 충암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다. 

대학 재학 당시 198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 유혈 진압에 대한 모의재판에서 전두환 전 대통령에 사형을 구형한 것은 유명한 일화다. 당시 정국 상황을 감안하면 모의재판이라고 해도 전 전 대통령에게 사형을 구형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었고, 윤 후보자는 이 모의재판 후 한동안 강원도로 도피했다고 전해진다.

윤 후보자는 대학교 4학년 재학 중 사법시험 1차에 합격했지만, 2차 시험에서 9년간 낙방하다가 1991년 제33회 사법시험에 뒤늦게 합격해 검사에 임용됐다.  

그는 대구지검을 시작으로 서울지검, 부산지검 등에서 검사 생활을 하다가 법무법인 태평양에서 약 1년간 변호사 활동을 거친 후 검찰에 재임용됐다. 태평양으로 옮겨갈 때 이명재(76) 전 검찰총장의 영향이 컸던 것으로 전해졌다.

윤 후보자는 사석에서 “1년간의 변호사 활동이 이후 검사 생활을 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라고 말해 왔다. 지난 2003년 참여정부 대검 중앙수사부의 노무현 전 대통령 대선자금 수사팀에 참여할 때 안대희 당시 중수부장(64·7기)이 로펌 근무 이력을 높게 평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에 재임용된 이후 광주지검과 의정부지검 고양지청 등에서 근무했고, 대검 검찰연구관, 대검 중수 2과장, 대검 중수 1과장,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 등 요직을 두루 지냈다.

윤 후보자는 검찰 내에서 특별수사에 정통한 대표적 '특수통'이자 소신이 뚜렷한 '강골검사'로 꼽힌다. 

이 때문인지 검사 생활도 순탄치 않았다. 윤 후보자는 박근혜 정권 초기인 지난 2013년 수원지검 여주지청장으로 있다가 국가정보원 대선·정치 개입 의혹 수사 당시 특별수사팀장을 맡았다. 그러나 수사 도중 용의선상에 오른 국정원 직원 체포를 검찰 지휘부의 반대에도 강행한 일로 마찰을 빚었고, 이로 인해 좌천성 인사 조치를 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윤 후보자는 그해 10월 국정감사에서 "(수사 강도를 낮추기 위한) 검사장의 외압이 있었고 그를 모시고 사건을 더 끌고 가기는 어렵다고 생각했다"면서 '항명 파동'의 당사자가 되기도 했다. 그는 국감 당시 국회의원 질의에 "(검찰) 조직을 대단히 사랑하고 있다"면서도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고 발언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2014년 검찰 인사에서 한직(閑職)으로 불리는 대구고검 검사로, 2016년에는 대전고검 검사로 발령이 났다. 검찰 내부에서는 부장검사급 검사를 수사권이 없는 지방 고검만 맴돌게 하는 것은 사실상 검찰을 떠나라는 무언의 압력이라는 말도 나왔다. 

이후 윤 후보자는 2016년 국정농단 의혹 사건의 진상규명을 위해 출범한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수사팀장으로 임명되면서 수사를 진두지휘했다. 그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국정 농단' 게이트에 연루된 사회 각계 인사들을 거침없이 수사하며 '강골 검사'의 모습을 재확인해 줬고, 국민들의 적극적인 지지를 받는 원동력이 됐다. 

윤 후보자는 문재인정부 출범 후 첫 서울중앙지검장을 맡으며 화려하게 복귀했다. 청와대는 차장검사급이던 그를 검사장으로 승진 발탁하며 파격 기용했고, 고검장급이 맡았던 서울중앙지검장은 지검장급으로 직급을 내렸다.

윤 후보자 재임 기간 동안 서울중앙지검은 다스(DAS) 의혹, 사법농단 의혹 수사로 각각 이명박 전 대통령,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구속기소하며 전직 행정부 수장과 전직 사법부 수장을 재판에 넘기기도 했다.

아울러 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 심리전단 산하 '민간인 댓글부대', '세월호참사 유가족 사찰' 옛 국군기무사령부, 삼성전자 서비스 '노조 와해',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등 사건을 수사했거나 수사를 진행 중인 상태다.

문 대통령의 이번 윤 후보자 임명도 또 한 번 파격 인사로 평가된다. 문 총장보다 5기수 아래인 윤 후보자 발탁으로 앞으로 검찰내 인사에도 적지 않은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