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행학습으로 뭘 어찌 해보겠다는 꿈, 실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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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행학습으로 뭘 어찌 해보겠다는 꿈, 실패했다

개인의 학습권을 국가 차원에서 규제한다는 것은 불합리할뿐더러 시대착오적인 발상으로 여겨질 수 있다. 그러나 우리의 대입정책이 거쳐 온 교육과정의 흐름을 파악해 보면 이내 '왜, 선행학습을 금지해야 할까'라는 물음에 대한 해답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우리나라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교육의 근간을 너무 쉽게 훼손했다. 아울러 교육 정책의 대책을 충분한 협의와 검토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미봉책으로 대처해 오히려 문제점만 양산한 꼴이 됐다.

세계 어느 나라를 가더라도 교육의 문제는 간단한 문제가 아님에는 분명하다. 다만 우리나라처럼 공교육이 사교육의 시녀로 전락된 경우는 거의 유례를 찾아볼 수 없다. 선행학습으로 인해 빚어진 문제는 공교육의 붕괴, 가정경제의 파탄, 학교폭력 문제, 문제아 증가, 게임 중독 등을 야기해 사회와 국가적인 문제로 거론되기에 이르렀다.

선행학습의 문제가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님에도 교육당국은 이를 바로잡으려는 의지가 미약하다. 아울러 우리 사회에서는 그 어떤 사회적 합의점도 도출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학부모들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교사들의 참여를 유도하고, 나아가 위정자들의 교육 현실에 대한 인식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위기의식이 팽배한 실정이다.

우선적으로 선행학습을 학교교육에서부터 근절시켜 사교육에서 자연스럽게 동참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만 한다. 언론이나 방송에서조차 이런 문제에 대해 범국민적 염원을 더 이상 수수방관한다면 직무유기에 해당된다고 본다.

예로부터 교육은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라고 강조해 왔다. 교육문제는 단기간에 어떤 결과를 가져올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쉽게 다루어서도 안 된다는 뜻일 것이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교육 정책은 그동안 정권이 바뀔 때마다 수시로 바뀌어 학부모나 학생들에게 걱정거리와 고통을 안겨주는 존재로 전락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본래 학교의 기능은 올바른 지식을 가르치고 참된 인간을 육성하는 일이데, 그 어느 것도 제대로 이행하지 못할 형편에 놓여 있다. 또 교육의 주체인 학부모나 학생들은 입시경쟁 속에서 성적지상주의의 노예가 돼버린 지 오래다. 

무엇보다 사교육비의 급증으로 가정 경제는 파탄 지경에 이르렀다. 더 이상 국가나 교육당국에서는 마땅한 처방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으며, 이미 선행학습의 문제는 한국 사회의 고질병으로 고착돼 어느 누구 하나 선뜻 해결하려고 나서지 못하고 있다.

이미 공교육을 붕괴시키고 가정 경제를 파탄시켰음에도 학부모, 교사, 학생들은 우선 당장 입시정책에 종속돼 그냥 수용할 수밖에 없는 형편에 처해 있다. 교육당국에서 문제의 심각성을 국민들에게 널리 알리고, 그 대응책이나 대안을 마련해야 함에도 꿀 먹은 벙어리마냥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그 사회의 건강 척도는 가정의 행복에서 찾을 수 있는데 행복을 꿈꾸는 대한민국을 염원하기란 요원한 것 같다. 우리 사회에서는 선행학습이 너무도 보편화돼 전혀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할 정도로 위험천만하다.

우리의 현실에서 당장 시급하게 해결돼야 할 문제는 먹고사는 문제와 관련된 경제 문제일 것이다. 그러나 국가의 먼 장래를 내다볼 때 무엇보다도 교육 문제가 더 중요할 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