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의 '참담한 굴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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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바이오의 '참담한 굴욕'

검찰이 삼성바이오로직스 공장 바닥 마루에 전기배선을 보관하는 작은 공간을 찾았다. 이곳에선 뜯어 덮는 식으로 숨긴 다수의 서버와 노트북, 서버에 있는 저장장치 등 분식회계 증거자료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 손정우 gdaily4u@gmail.com
  • 등록 2019.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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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연수구 삼성바이오로직스 본사. 뉴스1
인천 연수구 삼성바이오로직스 본사. 뉴스1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고의 분식회계'를 수사 중인 검찰이 이 회사의 공장 내 바닥 마루 아래에서 관련 증거를 확보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송경호)는 7일 숨겨진 증거자료를 찾기 위해 인천 연수구에 위치한 삼성바이오로직스 공장에 검사와 수사관들을 보내 관련 자료를 확보하고 있다고 밝혔다. 

검찰은 삼성바이오로직스 공장 바닥 마루에 전기배선을 보관하는 작은 공간 안에 뜯어 덮는 식으로 숨긴 다수의 서버와 노트북, 서버에 있는 저장장치 등 증거자료를 확보했다. 

검찰은 이날 증거자료 은닉 장소를 사전에 관련자 진술 등을 통해 인지하고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공장 바닥을 뜯어내는 수준의 증거인멸은 개인이 아닌 조직 차원 범행이라는 판단이다. 

앞서 검찰이 지난 5일 체포해 이날 오전 구속영장을 청구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직원 A씨도 삼성바이오 공장 마룻바닥을 뜯고 묻는 등 증거인멸에 관여한 것으로 조사 결과 드러났다. 

검찰에 따르면 A씨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보안서버 관리 업무 담당 직원으로, 삼성바이오의 공용서버를 떼어내 숨기고 직원들의 컴퓨터, 휴대전화에 담긴 관련 자료를 삭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조직적 증거인멸은 삼성바이오로직스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에서도 이뤄진 것으로 파악되기도 했다. 

이에 앞서 검찰이 지난 3일 긴급체포해 증거인멸 정황에 관해 조사한 후 석방한 삼성에피스 실무직원 B씨도 지난해 5~6월 회사 공용서버를 떼어내 자택에 숨긴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삼성에피스 재경팀의 공용서버 본체도 확보해 분석 중이다.

검찰은 금융당국의 삼성바이오로직스 특별감리 이후 검찰 수사가 예상되던 시점에 삼성전자 사업지원 태스크포스(TF)의 지휘 아래 분식회계 관련 자료가 조직적으로 은닉·폐기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지난달 28일 삼성전자 사업지원 TF(태스크포스) 소속이자 옛 미래전략실 출신 상무 C씨를 불러 증거인멸 지휘 여부 등을 집중 추궁했다.

다음날인 29일 삼성바이오로직스 자회사인 삼성에피스 상무 양모씨와 부장 이모씨를 증거인멸 등 혐의로 구속했다.

양씨 등 두 사람은 검찰 수사를 앞두고 직원들의 컴퓨터와 휴대전화를 검사하고, 수사 단서가 될 만한 자료나 'JY', '합병' 등 단어가 포함된 문건을 선별해 삭제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그룹 차원의 조직적 증거인멸 정황 수사를 통해 분식회계 의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작업의 연관성 여부도 살펴볼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