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학자의 도시읽기] 성공적인 도시재생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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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학자의 도시읽기] 성공적인 도시재생을 위하여

사람들이 문화적 요인에 의해 모이는 곳을 ‘문화공간’이라고 정의하며 이러한 공간에서는 강한 인구 응집력을 가진다. 문화공간은 문화적 요인에 의해 조성되는 동시에 문화적 관계에 영향을 미칠 때 비로소 사람들을 끌어들이면서 공간으로서의 진정한 의미를 갖게 된다.

근대 이후 이러한 문화공간은 다양한 모습을 띠게 되었고, 최근 들어 문화를 바탕으로 한 도시재생 사업에 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1991년 지방자치제가 부활하면서 민관이 다양하게 협력하여 지역의 특색과 문화적 가치를 높이는 도시재생 사업에 더욱 활발하게 나서게 된 것이다.

1970년대 새마을운동으로 대표되는 경제개발 위주의 발전이 지역 발전 불균형과 지역민 이탈 및 소외현상을 낳게 되었다. 이러한 문제점을 타개하기 위해 지자체들은 각 지역이 가지는 역사적·장소적 특성과 가치를 문화콘텐츠로 활용한 도시재생 사업을 활발하게 진행함으로써 지역민과 외부인을 끌어들여 도시의 균형 발전을 꾀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문화적 도시재생은 문화예술 측면에서 접근하든 건축예술 측면에서 접근하든 산업화와 밀접한 연관이 있었다. 도시재생 연구가 근대적 공업화 과정에서 초래된 생산과 분배의 경제적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시작된 것이지만, 여전히 이윤 창출과 자산 가치 상승에 목적을 둔 산업화의 틀에서 연구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문화적 도시재생이라 해도 재건축·재개발 중심의 주거환경이 개선되었을 뿐 문화 주체인 인간은 오히려 존엄성을 잃게 되고, 결과적으로 심각한 인간정신의 상실을 낳게 되었다. 그러므로 지금까지의 도시재생 사업을 돌아보면서 문화적 도시재생의 진정한 의미와 가치를 반추해보아야 한다.

도시재생이 경제개발 위주의 산업화로 인한 폐해에서 비롯된 연구라면 오히려 기존 산업화의 틀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비산업적 성격을 띠어야 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비산업적 도시재생이란 무엇이며 어떤 가치를 지녀야 할까?

도시는 사람들이 삶을 일구는 터전이다. 도시를 되살리려면 인간 삶이 최우선으로 되어야 한다. 인간 삶은 관계로 구성되어 있다. 따라서 사람들 간의 관계를 새롭게 조직하고 활성화하여 사회적 가치(문화)를 창출함으로써 도시의 생동감을 복원하는 것이 도시재생의 진정한 가치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인간이 주체가 되어 이윤의 극대화뿐 아니라 새로운 문화를 창출하여 도시를 재창조하는 것, 다시 말해 경제성장을 넘어 인간의 전면적 성장을 촉발하는 ‘인간 존중 도시재생’이야말로 진정한 비산업적 도시재생인 셈이다.

따라서 역동적이고 지속적인 도시재생의 동력으로서 비산업적 속성은 다음과 같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첫째, 스스로 즐기고 누리는 기쁨이 있어야 한다. (개인의 삶, 문화 향유)
둘째, 자신이 누린 즐거움을 기꺼이 나누어야 한다. (관계 조직, 자발적 공유와 소통)
셋째, 개인의 권리를 넘어 사회적 목적을 위해 연대해야 한다. (조직 활성화, 사회적 가치 창출)
넷째, 함께 삶터를 꾸려 공동체적 삶을 되살려야 한다. (도시재생, 인간의 존엄성 회복)

비산업적 도시재생의 궁극적 가치는 도시를 공동체의 삶터로 되살림으로써 지역문화를 새롭게 창조하고 개인의 존엄성을 회복하는 데 있다. 비산업적 도시재생에서 ‘문화공간’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문화를 형성·유지·발전·창조하는 모든 과정에서 활동의 근거가 되고 평가·분석의 지표가 되기 때문이다. 경제 중심의 도시재생에서는 매출이나 고용 지수 등으로 지표를 삼지만, 인간 중심의 도시재생에서는 대안적 지표가 필요하다. 바로 ‘문화공간의 특성’이 그 지표가 될 수 있다.

비산업적 도시재생에 필수적인 문화공간의 특성은 앙리 르페브르(Henri Lefebvre)의 생동공간, 레이 올든버그(Ray Oldenburg)의 제3의 공간, 그리고 리처드 플로리다(Richard Florida)의 창조도시에서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

명칭은 다소 다르지만 생동공간, 제3의 공간, 창조도시의 핵심요소는 ‘사람’이다. 사람의, 사람에 의한, 사람을 위한 공간이야말로 비산업적 문화공간의 시작이자 끝이라고 할 수 있다.

사람들이 관계를 조직하는 ‘생동공간’은 다양한 사람들의 소통을 통해 ‘제3의 공간’으로 발전하고, 그 안에서 개인의 자율성과 공동체의 규범 원칙을 지키며 정체성을 찾아 나가는 ‘창조적 인재’에 의해 창조도시로 거듭난다. 그렇게 되살아난 공동체적 삶터는 역동적이고 지속적인 문화공간이 되는 동시에 비산업적 도시재생의 중요한 동력이 된다.

홍대앞은 최근 비산업적 도시재생에 가장 성공한 지역으로 볼 수 있다. 홍대앞은 홍대앞만이 지니고 있는 장소적 특성과 지역민들의 활동으로 새로운 문화공간이 활성화된 대표적인 곳으로 평가받고 있다.

인디문화 예술인이 자발적으로 모여들어 독자적인 문화를 이끌어가는 모습도 독특하고, 미술로 특화된 유명한 대학을 끼고 있어 예술적 향기도 짙게 풍기며 교통의 요충지라는 장점도 두드러진다.

또한 홍대앞에는 문화적 특성을 지닌 다양한 공간이 존재한다. 갤러리, 공방, 아트숍 등 미술 관련 문화공간과 라이브클럽, 공연장 등 음악 관련 문화공간이 공존한다.

여기에 출판사들이 운영하는 북카페와 서점, 아카데미 등 책 관련 문화공간도 눈에 띈다. 홍대앞은 국내 유수의 출판사들이 밀집되어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와 같은 특성을 지닌 홍대앞이야말로 비산업적 도시재생에 필수적인 ‘문화공간’으로서 최적화된 장소다.

따라서 홍대앞이 지금과 같은 모습을 지니게 된 역사적 과정과 홍대앞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문화공간, 특히 출판과 관련된 책문화공간이 지니는 특성을 분석하다 보면 비산업적 도시재생 사업의 나아갈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성공적인 도시재생 사례로 손꼽히는 영국의 헤이온와이 마을과 일본의 츠타야 서점의 사례를 통해 향후 한국에서 추진할 문화적 도시재생의 방향성과 지속 가능한 문화적 도시재생의 요소가 무엇인지 모색해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홍대앞 책문화 공간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위해서는 홍대앞과 인천 배다리역사마을과 파주출판단지를 비교해 보는 것도 꼭 필요하다.

책문화공간이 홍대의 문화적 특성과 맞물려 비산업적 도시재생을 가능하게 하는 공간으로 거듭나려면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 다시 자본주의 산업화에 물들어가는 홍대앞 문화의 성공적인 도시재생을 지속시키기 위해서는 어떤 방향으로 변화해야 하는지 다시 한 번 모색해봐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