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연의 시나브로] 아이들은 썩어가는 정권에 분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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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연의 시나브로] 아이들은 썩어가는 정권에 분노했다

대한민국 현대사에서 혁명이라고 부르는 사건이 하나 있다. 헌법을 바꾸면서까지 영구 집권을 꿈꾸었던 이승만 전 대통령과 자유당의 탐욕을 학생과 시민의 힘으로 막아내고, 대통령을 권좌에서 물러나게 만든 ‘4·19혁명’이다. 

올해는 4.19혁명이 일어난 지 59주년이 되는 해다. 4·19혁명은 어린 학생들에 의해 자발적으로 시작된 것이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학생들은 우리 역사의 주요한 시기마다 주도적으로 목소리를 높여 역사를 바꿔 온 장본인이라고 할 수 있다.

4.19혁명 제59주년인 19일 오전 서울 강북구 국립 4.19 묘지를 찾은 유가족이 묘소 앞에서 생각에 잠겨있다. 뉴스1
4.19혁명 제59주년인 19일 오전 서울  찾은 유가족이 묘소 앞에서 생각에 잠겨있다. 뉴스1

4.19혁명은 이승만 정권이 계획한 3.15부정선거에 항의해 일어났으나 혁명의 주역들은 투표권과는 상관없는 학생들이었다.

당시 연이은 대통령 후보의 사망으로 인해 어른들이 체념하고 있을 무렵, 목소리를 높이고 정부의 몰상식한 행동에 항의해 거리로 뛰쳐나온 이들은 다름아닌 대구의 고등학생들이었다. 김주열의 시신이 주검으로 발견됐을 당시 분노한 마산 시민들의 시위대 속에 마산의 고등학생들이 섞여 있었다. 

지방에서 시작된 시위의 물결이 거대한 파도가 돼 서울로 몰고 올라왔을 때 책상을 박차고 거리로 나온 이들도 학생들이었다. 경찰에 총에 맞고 사망한 친구의 죽음을 애도하며 ‘군인 아저씨들, 부모 형제에게 총부리를 대지 말라’는 플래카드를 들고 시위를 했던 이들은 당시 수송초등학교에 다니던 어린이들이었다.

버려진 책가방을 보고 마음이 아파 ‘오빠와 언니는 왜 총에 맞았나요’란 시를 쓴 이 역시 아이였다. 아이들은 썩어가는 정권에 대해 가장 먼저 문제의식을 느꼈고, 가장 먼저 거리로 나왔다. 

4.19혁명은 세계가 놀랄 정도로 우리나라의 산업화와 민주화가 급속도로 발전하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다.

어린 학생들이 앞장섰던 4.19혁명은 정권의 야욕이 있어 일어난 것이 아니고, 정치에 어린 학생들까지 이용함에 분개해 순수하게 자발적으로 일어났다. 다치거나 죽어도 개의치 아니하고 오로지 민주주의와 정의를 위해 전국 곳곳에서 일제히 일어났던 것이 바로 4.19혁명이다.

각 지방마다 학생들의 열기는 더해 갔고 거리마다에는 어른들이 합세하며 어우러졌다. 갈수록 힘이 거세졌고 일부 어른들은 열심히 응원하며 물도 떠다 주는 사람도 있고 손수건도 건네주고 끝까지 같이 하나가 됐다.

사진출처=국가보훈처
사진출처=국가보훈처

당시 많은 살생이 발생하자 전국에 계엄령이 내려지기까지 했다. 국민들이 참담한 심정으로 계엄령을 지켜보고 있을 때, 4월 25일 300여 명의 대학교수들이 일어나 ‘제자들의 피를 더 이상 볼 수 없다’는 플랜카드를 앞세우고 거리로 나온 것이 국민들의 가슴에 다시 불을 당겨 주는 계기가 됐다.

이에 국민들은 다음날 아침 일찍부터 거리로 나와 광화문을 중심으로 몰려들었다. 서울 외에도 각 지방에서도 일제히 같은 마음으로 결의문을 발표하고 성명서를 내고 학생뿐 아니라 국민 전체가 곳곳에서 계엄령을 두려워하지 아니하고 거리로 뛰쳐나왔다. 

일부 학생대표들이 대통령을 만났고, 매카나기 미국대사 등이 대통령을 만나 현실을 설명하고 대통령이 하야하는 길밖에 없음을 강한 어조로 대화했다고 전해진다.결국 26일 대통령 하야가 현실이 됐다. 

대한민국에서 일어난 4.19혁명은 나라의 질서를 잡으려는 정의감 하나만으로 맨주먹으로 항쟁하다 피를 본 혁명이었다. 186명의 사망자와 6300여 명의 부상자라는 희생의 대가를 치루고 혁명의 기쁨을 안았다.

무엇보다 4.19혁명은 국민이 주인 되는 민주주의가 무엇인지를 몸소 보여준 사건이다.

민주주의라는 것이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님을, 학생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의 힘과 희생으로 만들어져 왔음을, 그리고 민주주의는 언제나 완료형이 아닌 현재 진행형임을 알려준다.

학생들의 정의감이 위대한 민주주의를 승리로 이끈 역사를 후손들이 올바로 인식했으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