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O'을 거두니 진짜 학교가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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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O'을 거두니 진짜 학교가 보였다

사실 학교는 늘 그런 모습이었다. 위압적인 교문, 황량한 운동장. 일렬로 늘어선 차가운 복도와 칸칸이 들어선 교실. 그 공간에 잔뜩 움츠린 아이와 선생님이 있다. 교문 지도, 0교시 자습, 수업 또 수업이 시간마다 울리는 종소리에 맞춰 일사분란하게 시작되고 끝난다.

새 학기가 시작하는 3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학교는 늘 같은 학사일정으로 똑같은 포맷의 행사와 활동을 반복한다. 그곳에는 아이들 목소리도, 주체적인 교사들의 목소리도 없다. 지시와 전달, 강의식 수업만이 있을 뿐이다. 진짜 학교는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학교의 본래 모습은 무엇인지, 학교에서는 사람 사이에 어떤 관계가 필요한지, 학교의 시간은 어떻게 흐르는지, 아이들을 위한 활동은 무엇인지, 학교의 공간은 무엇을 위한 것인지. 결국 학교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가 우선이며, 이 주인공이어야 한다. 아이와 교사가 행복한 학교가 진짜 학교인 것이다. 

학교와 교육의 본질을 회복하기 위한 노력은 지난 2009년 경기도에서 혁신학교라는 이름으로 시작됐다. 남한산 초등학교, 조현 초등학교, 구름산 초등학교, 호평 중학교, 장곡 중학교 등에서 학교의 구성원들이 공동체를 꿈꾸며 서로 배우고 나누는 학교의 혁신을 주도하기 시작했다.

관행으로 행해지던 여러 활동에 의미를 부여하고 아이들이 중심인 활동으로 변화를 시도했다. 모래알처럼 흩어져 있던 학교 구성원들 사이에 대화가 살아나고 함께하는 학교로 학교의 문화가 바뀌기 시작했다. 이러한 노력은 의미 있는 변화와 성과를 이끌어 냈다.

학교에서 아이들의 재잘대는 목소리와 즐거워하는 웃음소리가 커지고, 교육 혁신에 적극적이지 않던 교사들의 생각이 바뀌기 시작했다. 혁신학교가 꿈꾸는 교육과 실천들은 큰 반향을 불러왔고, 그 결과 혁신학교는 점차 확대되는 추세다. 

하지만 한계도 있었다. ‘혁신학교’는 경기도에서 시작된 만큼 ‘경기도만의 이야기’로 치부될 수 있다. 또 일반 학교에 비해 재정 지원이 더 많다 보니 일반 학교에서는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경우도 있다. 학교 관리자의 생각이 달라서, 교사들의 능력이 뛰어나서 혁신학교가 성공했다는 오해를 받는 경우도 있다.

학교의 규모가 크면 큰 대로, 작으면 작은 대로, 도시 지역의 학교에서, 시골 지역의 학교에서, 관리자가 됐든 교사가 됐든 상황에 따라 혁신 교육 활동이나 생각을 적용하고 공유할 수 있다.

사실 혁신 초등학교에서 실천하는 활동은 일반 초등학교에서의 활동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활동 하나하나에 어떤 의미를 담을지를 고민하고 학교 구성원들이 협의한 그 의미를 제대로 살리기 위해 새로운 시도를 한다. 

특별한 활동을 한다고 해서 혁신학교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 활동을 해야 하는 이유를 구성원 모두가 알고 실천해야 혁신 교육이 시작된다. 

중학교는 입시와 진학 문제로 초등학교에 비해 혁신학교의 운영이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혁신 중학교의 학교 변화는 이러한 현실적인 어려움을 딛고 학생들의 주체성, 교육과정 재구성, 학교 시스템의 변화에 좀 더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아이들의 지적, 정서적, 신체적, 사회적 성장이 고르게 발달하도록 노력하는 교사들의 모습에서 교육의 본질을 찾기 위한 방법은 달리 있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혁신학교를 관통하는 키워드인 ‘소통, 열정, 아이들’을 시작으로 그 치열한 소통 과정과 열정에도 불구하고 교육 제도와 사회적 인식, 관습의 벽 때문에 생기는 한계가 있다

물론 혁신학교가 마냥 장밋빛은 아니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혁신학교를 꾸리며 교사로서 가슴 벅찼던 순간, 아이들과 행복했던 시간을 이야기하며 혁신학교를 시작하려는 동료 교사들을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