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현의 시시비비] 스카이캐슬의 결말이 던진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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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현의 시시비비] 스카이캐슬의 결말이 던진 질문

우리나라에서?입시는, 대학을 가기 위한 제도에 머물지 않는다. 그 안에서 두려움과 분노와 즐거움이 창출되는, 그럼으로써 '한국사람'을 찍어내는 틀이라고 할 수 있다. 입시를 둘러싼 경쟁을 통과하며 우리는 겨우겨우, 혹은 치열하게 스스로를 형성해 나간다.

사진=tvN '스카이캐슬' 공식 홈페이지
사진=tvN '스카이캐슬' 공식 홈페이지

2019년 벽두부터 <스카이캐슬>이라는 드라마가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화제거리였다. 이 드라마가 화제로 떠오른 이유로 흥미진진한 줄거리와 배우들의 연기력을 이야기하지만, 무엇보다 한국에서 성장한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목에 가시같이 걸려 있는 입시제도의 문제점을 제대로 건드렸기 때문일 것이다.

혹자는 현행 입시 제도가 우리 사회 구성원인 교육자, 정치인, 시민단체 각자의 선한 의도가 합쳐져 만든 지옥과도 같다고 이야기한다. 

전쟁과도 같은 현행 입시 제도에서 승리하기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는 인간 군상들의 모습이 고스란히 묘사돼 드라마를 본사람이나 보지 않은 사람이나 모두 현재의 제도가 개선돼야 한다는 점에 공감대가 형성됐다.

그저 드라마일 뿐이었는데, 스카이캐슬은 상품으로, 코디 섭외로, 급기야 마지막 회 재제작을 바라는 청와대 청원으로까지 이어졌다. 생활에 개입하고, 삶을 바꾸고, 화제를 이끌었다. 무엇이 이런 현상을 낳게 한 것일까.

우리나라에서 입시는, 대학을 가기 위한 제도에 머물지 않는다. 그 안에서 두려움과 분노와 즐거움이 창출되는, 그럼으로써 '한국사람'을 찍어내는 틀이라고 할 수 있다.

입시를 둘러싼 경쟁을 통과하며 우리는 겨우겨우, 혹은 치열하게 스스로를 형성해 나간다. 한 사람의 정체성이란, 그를 주체로 구성한 다른 많은 사람들의 목소리와 시선과 부딪힘과 어루만짐의 총체다. 

극중 강준상은 '헐렁한 마마보이'로, 차민혁은 '괴팍한 출세주의자'로, 한서진은 '영리한 헬리콥터맘'으로, 노승혜는 '우아한 가정 수호자'로 이미지화 돼 있다. 이런 인물들이 의외로 우리를 닮은 모습을 하고 있다.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는 입시문제를, 드라마라는 매체를 경유해 성찰적으로 볼 수 있었다. 드라마가 내보인 우리나라 입시의, 엄마들의, 가부장들의, 경쟁의 민낯에 대한 분석을 통해 드라마 스카이캐슬이 우리 사회의 교육에 대한 실천적 논의로 번졌다.

드라마에서 우리는 우리가 거쳐온, 혹은 아이들을 몰아넣는 입시를 떠올린다. 어릴 적 여러 경험과 즐거움, 어려움과 잘잘못들을 생각한다. 그런 기억들 사이로 모든 것을 뒤엎어버리는 가장 강력한 힘이 바로 입시인 것이다.

그저 행복을 추구했을 뿐인데, 입시의 법칙이 작동하자 모두가 피폐해진다. 영재 엄마는 스스로 목숨을 끊으며, 차 교수네는 이혼 위기를 맞고, 예서 엄마는 몰락의 공포에 떠는 인물로 변모해 간다.

우리가 이 드라마를 계속 볼 수밖에 없었던 것은 '스카이'를 향해 달리던 가족들이 그 캐슬의 법칙을 정면에서 거부하거나, 그로부터 당차게 벗어나는 장면을 보고 싶다는 소망 때문이었을 수도 있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드라마는 희망하는 결말을 보여주지 못했다. 일상으로 가져올 만한 작은 희망이 아니라 가부장적 '정상가족'의 허탈함 속에 마무리됐다. '악의 축' 김주영은 감옥으로 가고, 스카이캐슬은 갑자기 각성한 착한 부모들의 웃음이 퍼지는 실현 불가능한 성으로 멀어져 간다.

혹자는 이에 대해 '최고의 결말'이라 말하기도 한다. 입시제도 개혁의 그 어떤 시도도 실패할 수밖에 없는 게 우리의 현실이라는 이유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