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용접·스포츠'로 창의성을 지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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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용접·스포츠'로 창의성을 지휘한다

표준화 교육에 맞선 일반 교사들의 대담한 도전
대학교가 아니라 ‘삶의 준비’를 21세기형 교실 주목

[지데일리] “아이들을 실생활 속 창의적 도전 과제에 참여시키고, 다른 아이들과 협력하도록 유도하고, 어른들로부터 적절한 지지를 받게 해야 합니다. 프로젝트 기반의 학습을 통해 현실세계에서의 실질적인 대처법을 익히게 해줘야 하며, 우리 아이들이 행복의 자산을 쌓도록 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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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사베이

 

 

우리 교육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춰 변화하고 있을까. 급변하는 세계에서 ‘학교가 어떻게 변해야 하는가’에 대한 통찰과 무한한 잠재성을 보여주는 <최고의 학교>. 저자는 40년 동안 공공정책과 교육 자선사업 등에서 학습개혁을 이끌어온 미국 최고 권위의 교육혁신 전문가로, 전미 50개 주 선도적 학교 200곳을 탐방하며 발견한 ‘PEAK(피크) 학습 환경’을 소개한다. 

 

앞으로 인공지능과 함께 살아갈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4가지 핵심요소, 즉 ‘목적의식(Purpose)’, ‘필수역량(Essentials)’, ‘주체성(Agency)’, ‘지식(Knowledge)’을 키워주는 학교 현장을 소개한다.

 

표준화된 기존 교육제도는 앞으로 펼쳐질 세상에 더는 유용하지 않다. 그럼에도 저자는 “초등학교에서부터 대학 강의실에 이르기까지, 지금 우리 학교는 아이들의 미래에 꼭 필요한 자질을 키워주기보다는, 그저 학습 내용을 달달 외우고 시키는 대로만 행동하게 하면서 아이들에게 ‘좋은 성적’과 ‘대학 입학’을 압박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한마디로 “교육이 시대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것이다.

 

“인공지능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무순한 단순직들이 사라졌다.” 이러한 위기를 느낀 테드 딘터스미스는 ‘혁신의 시대(Innovation Era)’를 살아갈 아이들이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나섰다. 이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법(Most Likely to Succeed)〉은 선댄스영화제(The Sundance Film Festival)에 출품됐으며 20여 개의 영화제와 전세계 4000여 곳에서 상영됐다. 이후 전국의 교육관련 기관으로부터 강연요청이 쇄도했다.

 

딘터스미스는 가는 곳마다 교육개혁에 관한 설전을 벌였다. 교육자들 모두가 부딪히는 커다란 질문에 대답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기존의 학교가 스스로 혁신할 수 있는가?” “어떻게 한 사람의 힘으로 교육을 변화시킬 수 있는가?” “어디서부터 혁신을 시작해야 하는가?” 이런 질문들에 대한 대답을 찾기 위해 딘터스미스는 혁신교육을 실천하는 ‘최고의 학교’를 탐방하는 여정을 시작한다. 

 

우선 ‘바람직한 학교상’을 그려보고, ‘대학 입시 준비’라는 현실과 ‘인생의 준비’라는 이상 사이에서 교육의 목적을 상기시키며 혁신을 일으키고 있는 대학교들을 방문한다. 과학기술 비영리단체 퍼스트(FIRST)나 칸아카데미 등의 사례를 통해 ‘교육의 형평성’과 ‘학교의 필요성’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밀워키 공립학교처럼 탁상행정을 일삼는 ‘관료주의’를 질타하기도 한다.


시험 성적에 따라 학생과 학교를 평가하며, 일거수일투족 통제하는 환경 속에서도 아이들의 성공적인 미래를 위해 혁신을 일으키고 있는 교사들의 이야기부터 주목한다. 이들이 착안해낸 수업은 사진, 영화, 무용, 연극 등의 ‘예술 분야’, 용접, 컴퓨터 프로그래밍, 목공 등의 ‘직업교육 분야’, 로봇 설계, 스포츠 운동, 학보 제작 등의 ‘방과 후 활동’, 깊이 있는 논문, 창작 글짓기 등의 ‘인문학 분야’ 같은 다양한 방식을 학생들의 ‘직접적 재능 활동’을 이끌어내는 데 활용 중이다.


40년간 교육계에 몸담으며 교육개혁에 대한 목소리를 높여온 더그 라이온스(Doug Lyons)는 획일적인 교육 방식의 고질적인 문제를 지적하며 새로운 대안을 내놓는다. 그의 대안은 실제로 표준화 과목의 지도를 중단하고, 학생들에게 보다 실질적인 도전을 분발시켜주는 용기 있는 교사들의 가르침과 유사하다.


아이들이 일자리를 놓고 인공지능이나 로봇들과 경쟁을 벌이려면 자기만의 차별화되고 창의적인 능력을 익힐 만한 교육이 필요하다. 그러나 대다수 학교가 학생들에게 같은 과목을 같은 방식으로 가르치고, 스마트폰으로도 완벽하게 처리되는 단순 직무에 능숙해지는 데 집중하고 있으며, 엄격한 규칙을 따르도록 훈련시키고만 있다. 왜일까. 많은 사람들히 영향력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시대에 뒤처진 일을 더 잘하기’ 위해 힘쓰고 있기 때문이다. 

 

예외 없이 나무랄 데 없는 학문적 배경을 가진 그들에게 있어 ‘학교’는 명령에 따르는 기술을 단련시켜줌으로써 관료제도의 최상층으로 올려준 곳이다. 그런 이유로 그들은 학문과 대학의 필수적 역할에 대해 확고한 믿음을 품게 됐고, 사람들의 행동을 정책과 절차를 통해 관리하고, 점진적 이득을 추구하고, 위험을 최소화하는, 한마디로 관료제도의 관리자들이 행하는 전통적 방식을 따르게 된 것이다.

 

결과적으로 수십 년에 걸쳐 이와 같은 ‘공장형 모델’ 중심의 교육 인프라를 성장시켰고, 이에 따라 학교들의 교육 환경도 재조성돼 현재까지도 명맥을 굳건히 이어나가고 있다. 관료주의적 가치관을 계속 학생들에게 투영시켜오면서 학교의 변혁은 뒷전이 됐다.


세계적 교육혁신 전문가인 테드 딘터스미스는 교육계에서의 이례적인 탐방을 통해 “혁신이 일어나려면 가장 먼저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는 중요한 사실을 밝혀냈다. 그는 전미 50개 주를 돌아다니며 선도적 학교 200곳 방문, 지역 포럼 100건 개최, 교육자들과 1000건의 회의에 참여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지역, 학년, 학교 유형, 사회경제적 배경을 막론하고 아이들의 잠재력을 일깨우는 ‘21세기형 교실’을 만드는 환경, 즉 “PEAK(피크) 학습 환경에서 학생들 스스로가 자신만의 방법을 찾아 성취해나가고 있다”고 설명한다.

 

목적의식(Purpose)은 중요하다고 판단될 뿐만 아니라 자신들의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향상시켜줄 만한 도전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이다. 목적의식 있는 활동이 목적의식 있는 학생들을 육성한다. 학생들은 자신이나 공동체에 중요한 문제에 노력을 기울이고, 공개적으로 선보일 수 있도록 실질적인 영향을 가진 프로젝트를 완성시킨다. 시간이 흐르면서 학생들은 자신들이 세상에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는 확신을 얻는다.

 

필수역량(Essentials)은 변화하는 세상에서 꼭 필요한 역량과 사고방식을 습득하는 것이다. 선도적 학교들의 특출한 교사들은 21세기에 필요한 재능과 자질을 잘 간파하고 있다. 창의적 문제해결, 소통, 협력, 비판적 분석, 시민의식 등 여러 필요한 측면들을 학교 수업과 혁신을 인도해줄 ‘북극성’으로 삼는다.

 

주체성(Agency)은 자발적으로 학습에 임하고, 의욕적이며 자기주도적인 성인으로 자라는 것이다. 학생들은 자신의 활동에서 목소리를 당당하게 낸다. 어릴 때부터 목표를 세우고, 노력을 분발시키고, 진전 상황을 평가하고, 끈기 있게 끝까지 완수해내는 법을 배운다. 학습 요령을 익혔기 때문에 누군가의 지시 없이도 알아서 잘한다. 개개인의 주체성을 부여해주면 자신의 속도에 맞춰 컴퓨터로 학습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서로서로 가르치며 그 영향력이 공동체로 확장되기도 한다.

 

지식(Knowledge)은 머리에 두고두고 남을 만한 깊이 있는 학습을 통해 창조하고, 만들고, 다른 사람들을 가르칠 수 있는 능력이다. 그들이 습득한 지식은 자신들이 직접 만들고 조립하고 설계하는 활동(결과물)에 그대로 반영된다. 또한 교사의 지도를 받으면서 긴밀히 연관된 주제들의 전문지식을 얻는다. 학생들이 축적하는 지식 체계는 유기적이지만, 그 이해도는 매우 깊이 있고 기억에 오래 남는 높은 수준에 이르게 된다.


오클라호마주는 웹사이트(www.stateofcreativity.com)을 통해 효과적인 학습 환경을 마련하는 데 공을 세운 교육자, 예술가, 기업가, 학생, 단체를 선정하는 연례 시상식을 후원하고 있다. 또 오클라호마 혁신 시리즈(Oklahoma Innovation Series) 프로그램을 통해 세계적 지도자들을 초대해 창의력에 대한 통찰력을 얻는가 하면, 주 전역에서 크고 작은 공동체 모임을 개최하고, 창의력을 키워주는 방법과 관련된 연구 및 교원연수를 지원하고 있다. 소수의 학교와 학생이 아닌, 주 전역의 모든 학교와 학생이 함께 창의적으로 협력하며 교육제도를 재편하기 위해 다양한 활동들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이 밖에 여러 지역단체와 힘을 합쳐 학생들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들을 찾아내고 함께 개선하는 프로젝트 활동에 주력하는 아이오와빅에서부터, 아이들을 전문가나 교실 밖 세상과 연계시켜주는 혁신교육 모델을 구축하고 있는 랩애틀랜타, 학교, 박물관, 도서관, 학습센터와 더불어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과 함께 ‘체험학습’식 교육을 지원하고 있는 학습개혁네트워크까지 아이들의 장래성을 높여주기 위해 야심 찬 목표에 기꺼이 동참한 지역사회들의 이야기도 주목된다. 


누군가에게 ‘한 분야를 가르치는 것’과 ‘그 분야에서 전문가처럼 생각하도록 도와주는 것’은 엄연히 다르며, 이 둘을 별개로 구분해야 한다. 모든 학교가 학생들에게 생각하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실제로 그 주장을 실천에 옮기는 학교는 소수에 불과하다. 그것을 실현할 수 있는 것이야말로 ‘PEAK 학습 환경’이다. 저자는 “PEAK 학습 환경은 학생들에게 자율성을 부여하고 예측 불가능한 경로를 택하게 하며, 유기적이고 열의에 찬 학습을 하게 만들어 놀라운 결과를 만들어낸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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