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때문에? 소재부품산업 위기의 실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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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때문에? 소재부품산업 위기의 실체

  • 손정우 gdaily4u@gmail.com
  • 등록 2019.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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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대외의존형 산업구조 탈피를 위한 소재ㆍ부품ㆍ장비 경쟁력 강화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5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대외의존형 산업구조 탈피를 위한 소재ㆍ부품ㆍ장비 경쟁력 강화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국내 벤처기업들이 일본이 수출을 규제한 소재분야의 국산화가 3~4년 내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국산화에 성공해도 품질이나 기술력에 대한 신뢰가 낮아 실제 '납품'으로 이어지기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제기했다.

5일 벤처기업협회는 벤처기업을 대상으로 일본 수출규제에 대한 현장 체감도를 조사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응답기업의 80% 이상은 '일본 수출규제가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답했다.

이번 설문에 응답한 기업은 앞서 7월 초 일본의 수출규제 대상이 된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소재 3개 품목(플루오린 폴리이미드, 포토 레지스트, 고순도 불화수소) 관련 기업 14개사와 화이트리스트 제외 관련 48개사, 향후 각국의 무역규제 확대에 영향을 받을 243개사 등 총 335개사다.

벤처기업들은 해당품목의 수출규제가 지속될 경우 기업이 감내할 수 있는 최대 기간을 평균 6~8개월로 응답했다. 대응책으론 '수입선 다변화'와 '신제품 개발', '연구개발 및 설비투자 확대' 등을 꼽았으나, 이를 위한 정부의 자금지원과 세제혜택, 규제개선 등의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벤처기업들은 일본의 수출규제 품목에 대해선 시간이 걸리더라도 '국산화'가 가능할 것으로 자신했다. 응답기업들은 수출규제 대상 3개 품목을 포함해 향후 추가적인 규제 확대가 예상되는 소재분야의 국산화 가능 여부에 대해 Δ3~4년내 국산화가 가능하다(42.9%) Δ1~2년내 국산화가 가능하다(35.7%) Δ5~10년내 국산화가 가능하다(14.3%) 순으로 응답했다.

응답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심층인터뷰에선 "국산화 해도 납품할 곳 없다"고 지적하며 국산화 한 제품이 사장되지 않도록 정부나 대기업이 국산제품 사용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납품처로부터 미국에 법인을 설립해 국내로 우회 납품하는 방식까지 권유받은 적이 있다고 밝힌 한 업체는 "기술력이 있어도 품질관리와 양산 시스템의 문제를 빌미로 납품이 불가했다"며 "세제혜택도 필요하지만 최우선적으로 국내 기술과 제품에 대한 인식 전환과 우수성에 대한 브랜딩 전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반도체 대기업에 제품을 납품하는 다른 업체는 "국내 소재업체의 생산물량을 국내기업이 구매해준다면 위기를 모면할 직접적인 도움이 될 것"이라며 "정부에서는 대기업과 국산화 가능성이 있는 기업을 컨소시엄 형태로 묶어 일정부분 사용을 강제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밖에 벤처기업들은 일본 수출규제에 대한 애로 및 정부 요청사항으로 Δ재료 수입업체 변경에 따른 제품 테스트 비용 증가 및 수입단가 인상으로 인한 추가비용 지원 필요 Δ대기업 부품 국산화 시 개발 자금 및 해외 인증비 지원 Δ국내 제조 기반의 기술 벤처기업 육성 지원 필요 Δ기존 성공 중심의 연구개발에서 실패의 가능성을 가진 도전적인 연구개발 지원 등을 꼽았다.

벤처기업협회는 학계·업계·정계 주요인사 29명으로 구성된 '빌스클럽' 자문위원을 통해서도 일본 수출규제에 대한 해결방안을 물었다. 자문위원의 70.6%는 이번 일본 수출규제가 벤처기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답했으며, 수출규제가 1년 이상 장기화 될 가능성에 대해선 47.1%가 '가능성이 낮다'고 답했다.

자문위원들은 해결방안으로 Δ정부의 외교적 해결을 위한 다양한 옵션 실행과 시장 안정화 방안 발표 Δ장기적이고 체계적인 국산화 전략과 글로벌 협력 전략 마련을 병행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이를 위한 선결과제로 Δ우수인재 육성을 위한 교육 정책 마련 Δ오픈이노베이션(대기업-중소벤처기업 간 개방형 혁신) 활성화 등을 제시했다.

안건준 벤처기업협회장은 "이번 수출규제가 단기적으로 관련 기업에게 위기임이 분명하다"며 "장기적이고 전략적인 접근을 통해 기술력 및 혁신역량을 보유한 벤처기업을 육성해 핵심소재 국산화를 이뤄내고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는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정부는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대책'을 발표하며 일본의 수출규제 강화조치에 대비하고 안보측면을 강화하기 위해 특화된 경쟁력과 기술력을 갖춘 글로벌 전문기업과 강한중소기업, 스타트업 300곳을 육성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