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랩소디] 땀과 과학이 만든 '챔피언의 음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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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랩소디] 땀과 과학이 만든 '챔피언의 음료'

ⓒ게토레이
ⓒ게토레이코리아

지난 1965년 플로리다대 미식축구부(게이터스) 1학년 부코치였던 더글라스. 그는 한 주에 25명이나 되는 선수들이 일사병과 탈수증으로 입원하자 이 문제를 의사 샤이어스에게 털어놓고 해결책을 요청했다. 샤이어스는 플로리다대 의대 부교수였던 로버트 케이드에게 이 사실을 전했고, 케이드는 곧바로 동료 의사 데 케사다, 짐 프리와 함께 이 문제를 해결할 음료 개발에 뛰어들었다.

의사들은 운동 중에 손실된 체액과 염류의 균형이 유지되도록 체내에 빠르게 흡수되는 혼합액을 만들었다. 이렇게 만들어진 음료는 베이비 게이터스(1학년)에게 2학년들을 이길 수 있는 경기력과 체력을 줬고, 이후 게이터스가 숙적인 상대 팀들과의 시합에서 차례차례 이길 수 있도록 해줬다.

미국의 수영 천재 마이클 펠프스는 19세 때인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서 메달 8개를 획득한 뒤 어머니 데비 펠프스에게 벤츠 자동차를 선물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지금까지 사주신 모든 게토레이에 대한 보답이에요.”

게토레이는 스포츠와 전혀 무관한 영역에서도 명성을 떨쳤다. 2004년 4월 5살짜리 소녀 루비 부스타만테와 그의 어머니가 탄 차가 사고를 당한 지 열흘 만에 고속도로 인근의 40미터 아래 협곡지대에서 발견됐다. 루비의 어머니는 사고 당시 즉사했으나 천만다행으로 목숨을 건진 루비는 차에 있던 인스턴트 라면과 게토레이를 조금씩 섭취하며 살아남을 수 있었다.

게토레이 추종자는 음악계에도 존재한다. 엘비스 프레슬리는 1970년대 초, 복귀 기념 순회공연을 하며 게토레이를 벌컥벌컥 마셨고다. 이 음료는 곧이어 R.E.M., 키스(KISS), 루더 밴드로스(Luther Vandross), 톰 페티(Tom Petty)의 대기실에서 절대 빠지지 않는 필수품으로 자리했다. 무디 블루스는 음악계를 통틀어 게토레이를 가장 많이 마셨는데, 공연 때마다 레몬라임 맛 게토레이가 27리터씩이나 소비됐다.

이처럼 게토레이는 운동선수나 그 팬들뿐만 아니라 제3세계 국가에서 설사로 고통 받는 수많은 어린이들의 생명을 구했고, 각국의 전장에 파견된 미군 병사들에게 농축 분말 형태로 상큼한 맛과 염분을 제공하는 주요 보급품이었다.

아울러 감기와 생리통 해소를 위한 민간요법에도 쓰이고 화장실 변기 세정제 및 바퀴벌레용 덫의 미끼(얇게 썬 생감자와 함께 사용)로도 활용도가 높다.

탄생 이후 게토레이는 미국의 소비 역사에서 가장 완벽한 제품 중의 하나로 손꼽힌다. 지난 40여 년 동안 100가지 이상의 스포츠음료가 게토레이와 경쟁하길 바라며 시장에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가운데, 흔들림 없는 마케팅 원칙과 어떠한 경쟁에도 굴복하지 않는 영업의 귀재들을 보유한 덕분에 게토레이는 줄곧 80퍼센트가 넘는 시장점유율을 유지했다.

(사진출처=http://visla.kr/?p=67428)
게토레이를 시음하는 마이클 조던. 이미지 출처=http://visla.kr/?p=67428

펩시와 코카콜라의 미국 내 청량음료 시장점유율을 다 합쳐도 그 수치는 게토레이의 스포츠음료 시장점유율에 미치지 못한다. 나이키와 리복의 운동화 시장점유율을 다 합친 것 역시 게토레이가 스포츠음료 시장에서 달성한 기록을 따라오지는 못한다.

그만큼 높은 시장점유율을 차지한 브랜드는 인텔(미국 CPU 시장의 약 80퍼센트), 애플(미국 MP3 플레이어 시장의 약 80퍼센트), 이베이(온라인 경매 시장의 약 80퍼센트) 정도를 제외하면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뉴욕 타임스〉는 게토레이를 음료업계의 왕인 코카콜라, 펩시, 버드와이저와 함께 20세기의 100대 브랜드 중 하나로 선정했고, 〈포브스〉는 ‘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브랜드’ 86위에 올려놓았다.

이 음료의 정식 이름은 게이터스(플로리다대 미식축구부)가 마시는 음료라는 뜻의 ‘게이터레이드(gatorade)’지만, 국내에서는 1987년 제일제당이 이 제품을 들여오면서 상품명을 ‘게토레이’로 등록해서 미국과는 다른 명칭으로 불리게 됐다.

게토레이를 성공으로 이끈 이들은 아이스박스를 이용해 소비자의 뇌리에 브랜드를 각인시키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스포츠 트레이너 및 편의점 점주들과 협력하는 등 혁신적인 방법과 전략을 고안하여 경쟁사들이 난립하는 시장에서 돌파구를 마련했다.

게토레이에는 스포츠팀의 승리 후 세리머니, 즉 ‘게토레이 샤워’가 있다. 게토레이 로고가 선명한 아이스박스에 든 음료를 감독에게 끼얹는 행위는 프로와 아마추어, 성인과 유소년 할 것 없이 모든 스포츠 영역에서 하나의 전통으로 자리 잡았다. 게토레이 샤워는 사이드라인에 게토레이가 있는 걸 모르는 사람들에게 그 사실을 인식시켜줬고 큰 홍보효과를 낳았다. 

또 하나 게토레이 홍보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으로 광고 ‘마이클 조던처럼(Be Like Mike)’이 있다. 이 광고 이전에 게토레이 브랜드는 게토레이를 마셨을 때 일어나는 몸의 변화를 시각화하거나 평범한 사람들이 운동을 즐기다가 게토레이를 마시는 휴식의 순간인 ‘게토레이 모멘트’를 담은 광고를 방영했다.

이후 처음으로 프로선수인 마이클 조던을 광고모델로 기용했고, 당시 광고기획자 핏젤은 조던만을 주인공으로 내세우지 않고 지극히 평범한, 언젠가 조던처럼 되길 꿈꾸는 아이들을 보여줬다.

단순한 가사와 중독성 있는 멜로디로 전국에 울려 퍼진 이 광고는 텔레비전과 극장의 전파를 타고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게토레이의 영상광고 중 가장 유명한 것은 1997년에 ‘사랑의 상처(Love Hurts)’라는 이름으로 전파를 탄 광고다.

게토레이는 스포츠음료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단 한 번도 가격경쟁을 벌이거나 음료의 제조법을 변경하지 않았다. 승리의 요인은 제품이 실제로 운동 중에 효과를 보인다는 사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 브랜드의 수뇌부가 스포츠음료의 필요성이 절실한 때와 장소에 항상 초점을 맞춘 데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