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日소설가의 외면할 수 없는 과거

일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70)가 자신의 아버지가 중국 침략 일본군이었다고 분게이쥬(문예춘추) 6월호에 기고한 에세이를 통해 밝혔다.

그간 무라카미 하루키의 이력에는 아버지가 교사라고만 돼 있었고 본인도 인터뷰 등에서도 자신의 아버지에 대해 말한 적이 거의 없었다.

10일 복수의 일본 언론에 따르면 종합 월간지인 분게이쥬에 실린 에세이 ‘고양이를 버리다-아버지에 대해 이야기할 때 내가 말하는 것들’에서 하루키는 이 같은 사실을 밝혔다.

에세이는 초등학생 때 자신이 아버지가 고양이를 버렸던 일을 기억하면서 시작된다. 버린 고양이는 귀가 때면 집에 돌아와 있었는데 그는 이를 외면할 수 없는 과거의 기억에 빗대어 쓴 것으로 보인다.

글에 따르면 무라카미 하루키의 아버지는 1917년에 태어나 만 20세 되던 1938년에 군대에 징집됐다. 아버지는 자신이 소속된 군대가 중국에서 포로를 처형했다고 초등학생이었던 아들에게 털어놓았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에세이에서 "군도로 사람의 목을 치는 잔인한 광경은 나의 어린 마음에 강력하게 낙인됐다"고 적었다.

아울러 "불편하고 외면하고 싶어지는 것을 자신의 일부로 받아들이면 안된다"며 "그렇지 않으면 역사라는 것의 의미가 어디에 있겠는가"라고 했다.

작가가 된 후 무라카미 하루키와 아버지의 관계는 더욱 굴절됐다. 이십년 이상 전혀 얼굴을 마주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다가 2008년 아버지가 별세하기 직전에 '화해 비슷한 것'을 했다고 하루키는 적었다.

지난 2017년 출간한 장편소설 '기사단장 죽이기'는 아버지의 회상과 비슷한 내용의 전쟁 체험을 등장인물이 등장한다.

1994년작인 '태엽감는 새'도 노몬한 사건(1939년 만주와 몽골 국경지역인 노몬한에서 일어난 대규모 충돌사건)을 다룬데서 보듯 전쟁과 폭력의 문제는 무라카미 하루키 작품의 중요 테마로 자리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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